대기업에서 외국 스타트업과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배운 교훈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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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암묵지(Tacit knowledge)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지식의 종류를 노나카교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와 형식지(Explict Knowledge)로 나누어 설명했고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널리 알려지도 했죠.

조금 어렵고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잠시 설명이 이글을 설명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간단히 설명해 봅니다.

암묵지(Tacit knowledge)는 경험으로 직접 체득된 지식으로 보다 실질적인 지식이라 할 수 있고, 반면 형식지(Explict Knowledge)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론 지식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중 형식지(Explict Knowledge)는 쉽게 정리할 수 있어서 후배들에게 전달될 수 있지만 암묵지는 쉽게 디지탈화 할 수 없고 조직 내에서 공유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거나, 아니 가지고 있다고 생각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암묵지를 가지고 있는 직원이 떠나면 바로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식이라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꿈꾸는 조직이라면 이라면 이런 이러한 암묵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죠.

갑자기 낡아 빠진 암묵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업무를 하면서 쌓았던 경험이 조직 내에 잘 축적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이렇게 사라지는 지식들은 조금은 정리된 형태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공유하게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1. 대기업 출신 스타트업 경영인 이야기

여기 대기업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다 이제는 스타트업 기업을 이끌고 있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는 대기업에 재직중에 뛰어난 능력으로 신사업을 이끌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이 추진했던 신규 사업처럼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접게 되었죠.

분석과 전략 그리고 정리에 능했던 그 친구는 근 3년이상 추진했던 신규 사업을 개인적으로 리뷰해 보고 그 소회를 남겼습니다. 그냥 버리기가 아깝고 업무에서 얻어진 암묵지는 후배들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에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오픈할 수 없고, 아니 오픈한다고 더 도움된다고 할 수도 없기에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단히 신사업의 배경과 내용을 먼저 소개해 봅니다.

대개 많은 대기업이 그러하듯이 신규 사업을 통해서 새로운 돌파를 찾아야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기술 공급 계약을 맺고, 양사가 협업해 신규 디바이스를 개발, 판매하는 과제를 추진하게 됩니다.

이를 위한 TF(Task Force Team)가 꾸려지고 3년에 걸쳐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결국 출시를 포기하고 과제를 중단했고, 담당자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이제 과거의 일로 사내에서 누구나 그냥 잊고 싶은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2. 지피지기가 부족했던 신규 사업 추진

왜 이 과제는 꽃을 피우지 못했을까요?

흔히 하듯 외국 기업의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경우 상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전략과 역량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제의 경우는 (경영진의 지시로 급히 추진되었다고 하드라도) 상대방을 제대로 몰랐고, 우리 회사도 낭만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지피지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1. 비지니스 파트너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다.

새롭게 떠오르는 비지니스 영역에 대해 그 동안 연구 개발해 놓은 것이 없다면 이러한 역량을가진 외국 업체와 협업을 하거나 인수 합병을 하게 되죠.

요즘 경영에서 스스로 역량을 축적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압축적으로 시장과 경쟁자를 따라가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M&A를 활용합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영전략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애플이나 아마존을 비록한 요즘 잘나가는 테크 기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이번 과제의 경우도 우리가 가진 기술 자산이 없었기 대문에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일정 지분 투자를 하고 그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비지니스 파트너의 능력과 그들의 비지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채 협업이 진행되었고, 대부분 그러하듯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양사가 이 기술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사업의 비전이 달랐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될 정도를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채 진행되었다.

비니니스 협력, Image -  rawpixel Featuredcrop
비니니스 협력, Image – rawpixel Featuredcrop

파트너에게 과도한 기대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파트너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았고, 평소 대기업 관점에서 협력업체와 과제를 진행하듯이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과제를 진행한 측면이 강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상호 갭 발생이 점차 많아졌고 갈등도 커졌습니다.

  • 파트너의 개발 능력이나 양산 능력에 대한 객관적 파악이 부족했습니다.
  • 그들이 제시하는 시제품을 믿고 계약을 진행하고 과제를 진행했지만 결국 양산 단계에서는 제대로 진척되지 못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었습니다.
  • 그들의 부족함을 절감했지만 우리가 가이드하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습니다.
    대기업이 쌓아온 생산 능력, 품질 제어 능력이 단기간내에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협력업체를 지원해 능력을 일정정도 끌어올려 성과를 내는 그러한 문화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도 우리의 요구와 가이드를 수용하고 배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계약서를 검토하는 남자와 여자, Image - rawpixel Featured
계약서를 검토하는 남자와 여자, Image – rawpixel Featured

파트너의 비지니스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

다음으로 파트너가 궁극적으로 가려는 비지니스 모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고에 집착했습니다.

  • 파트너는 데이타에 기반해 미래에는 핼스케어까지 갈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 우리는 이러한 비지니스 모델보다는 디바이스 판매 중심의 비지니스 모델에 집중했습나다.
    이는 우리가 여태껏 해봤던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 파트너가 생각하는 비지니스 모델과 그들의 장기 로드뱁을 이해하고, 그 로드맵 하에서 우리 비지니스 모델을 녹여낼 수 있었어야 하는데,
    이를 설득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 내부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생각이 전부 달랐기 때문에 이를 업체에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 파트너의 비지니스모델과 우리의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접근이 달랐기 때문에 협업의 시너지를 낼 수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업체들의 특성을 몰랐습니다.

이스라엘 업체들이 비지니스에 대하는 자세와 우리의 일반적인 비지니스 접근 방식이 조금 달랐고 여기서 오해가 발생했습니다.

  • 이스라엘 업체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과대 포장을 많이 합니다. 시제품과 양산제품을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 이스라엘 업체의 주장을 너무 쉽게 믿었고, 양산 경험이 없는 회사의 양산 계획을 믿었기 때문에 그 수준을 달성하기가 어려웠습니다.
  • 더욱이 품질에 대한 기준이나 납기에 대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양산 기준을 우리의 눈 높이에서 생각한 것입니다.
  • 결정적으로, 그들이 양산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때로 잊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생각하는 품질과 스타트업의 그것은 생각보다 간격이 컸습니다.
이스라엘 에루살렘 사원이 보이는 풍경, Photo by John T Featuredcrop

2.2. 우리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파트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다가 우리 자신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신사업에 대한 명확한 비젼 설정이 필요

이 과제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이 사업에 대한 명확한 비젼과 전략을 가지고 시작했을까 반문해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과제의 시작은 최고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시작되었고 사업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명확한 비젼이니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서둘렀죠.

신산업은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의지는 전부가 아니라, 제대로 검토하고 치밀한 전략 수립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과제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왜 이 과제를 해야한다는 최고경영진에서부터 실무담당자까지 비젼이 공유되고 추진되어야 제대로 성과가 날 수 있지만 끊임없이 왜 이걸하지?라는 관련부서와 관련자들의 도전을 암암리에 받았습니다.

과제나 회사의 비전은 최고 경영진부터 가장 아래 사원까지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각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서너지를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신사업의 특성을 살릴 수 없는 대기업 프로세스

대기업은 그간 축적된 엄청난 경험과 실험을 통해서 상당히 견고한 통과 기준을 세워놓습니다. 가능하면 완전무결한 상태로 시장에 출시되어야 하다는 강박관념이 강합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기본이 되었다면 출시하고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에 개선을 거듭합니다. 대표적인 이론이 린스타트업이죠.

대기업에서 그런 스트트업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 프로세스 적용을 강요했기 때문에 대부분 적절한 출시 타이밍을 놓치기 마련입니다.

이번 과제도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면서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이미 경쟁사는 다른 세대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당연히 점점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계단, 단계, stairway, image - Free Photoscrop

결국 제 때 출시하지 못하면서 시간은 자꾸 흘렀고, 타사와의 차별성을 위한 추가 요구 사항을 업체에 전달하고, 또 그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스타트업에 실망하고 시간은 흐르는 악순환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경쟁사들은 출시 후, 오류제거/업그레이드를 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갔습니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커녕 더 많은 문제점을 양산한 상태로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술의 한계를 절감하다.

아무리 이스라엘 업체와 협업을 통해서 과제를 진행했지만 단기간내에 우리가 관련 기술이나 노하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개발 주체로 나설 수 없었습니다.

제품 개발 전 부문에서 파트너에게 의존하다보니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우리 의견을 반영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제품은 만들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도입하려면, 내부에서 그 기술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 확보 노력도 필요합니다.

기술 확보에 소극적이었다.

뒤늦게 기술 확득등을 위해 노력했지만 과감하지는 못했습니다.

주도권을 잡으려면 관련 기술에 과감한 투자와 인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접근보다는 단기적인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물론 현재 사업부는 메인 비지니스에 주력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아쉬웠습니다.

많은 돈을 투입해 과제를 진행했지만 우리 성과로 만든 것이 무엇인지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 부족

신규 사업 특성상 기술적인 배경없이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신규 사업은 파트너와 기술 협업을 통해서 프로세스 진전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너무 비지니스 계약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개발 배경을 가진 전문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지적하다시피 아주 디테일하고 정교한 계약(구체적인 양사간의 R&R과 권리)이 부족했기 때문에 엔지니어의 커뮤니케이션은 돌고 돌아 비니니스 계약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비지니스 미팅 회의 workplace_Featured
비지니스 미팅 회의 workplace_Featured

일례로, 개발자간의 소통에서 서로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이는 계약에 없는 내용이야. 비즈니스 계약을 수정해야 해.” 같은 문제로 진정 필요한 개발적인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비지니스 컨디션에 조율이 선결되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개발 기간은 비즈니스 계약 수정 기간만큼 길어지고, 서로의 감정 싸움까지 확대되곤 했습니다.

3. 마치며

우리 내부의 명확한 비젼과 전략이 부족한 상태에서 파트너에 대한 지분 투자라는 불완전한 조건과 우리가 업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갖지 못하면서 이 과제는 힘있게, 효과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했고 결국 시장 출시도 못하고 접고 말았습니다.

이 과제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엄청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점은 항상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후배들이나 새롭게 신사업 또는 스타트업을 추진하면서 파트너쉽을 검토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