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잡지에서 야한 광고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그런데 야한 광고도 섹시한 모델이 과감하게 노출한 것부터 은근슬쩍 보여 주는 것까지 그 ‘수위’가 가지각색이다. 얼마나 야해야 소비자들을 사로잡을까.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팀이 7일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한국광고학회에서 그 해답을 내놓는다. 한 마디로 노골적인 형태보다 은근히 암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다. 성 교수팀은 성적 광고 사진 100장을 명백하게 성행위를 묘사한 것, 명백하게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 성행위를 암시한 것, 신체 부위를 암시한 것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자료 수집과 분류는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홍탁 씨가 맡았다. 이 광고를 20대 남자 대학생 17명에게 보여 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 영상을 촬영했다.》
○ 성행위보다 노출에 적극 몰입
명백한 성행위 광고를 볼 때는 뇌에서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판단하는 영역(해마방회와 중후두회)이 상대적으로 많이 활성화됐다. 실험 참가자들이 모델들의 성행위를 제3자의 입장에서 담담히 ‘관람’하며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명백한 노출 광고를 볼 때는 뇌가 훨씬 바빠졌다. 성적 자극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영역(상두정소엽과 하두정소엽),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상상을 하는 영역(설전부)이 동시에 활성화된 것.
연구팀의 유홍구 연구원은 “광고를 보고 성관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모델과 자신이 직접 관계를 맺는 것을 상상한다는 의미”라며 “성행위보다 노출 광고가 소비자를 광고 속으로 더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은유적인 신체 묘사가 최고 효과
신체 부위를 암시한 광고를 볼 때의 뇌 반응을 촬영한 모습.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뇌섬엽 영역이다. 실제로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것을 뜻한다. 사진 제공 고려대
한 여자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우유를 붓는 사진이 있다. 묘한 표정은 성적 쾌감을, 우유는 정액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성행위를 은유적으로 암시한 광고를 볼 때는 뇌에서 전후 상황을 바탕으로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는 영역(전두엽)과 움직임을 인지하는 영역(중측두회와 상측두회)이 가장 많이 활성화됐다. 실험 참가자들이 모델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뭘 의미하는지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것이 훨씬 광고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소비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몰입하게 만든 것은 은유적으로 신체 부위를 노출한 광고였다. 전두엽과 함께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영역(뇌섬엽)이 활성화된 것이다. 다른 광고들에 비해 유일하게 실험 참가자들이 실제 성적 흥분을 경험한 경우다.
성 교수는 “성적 광고는 노골적으로 야한 장면을 보여 줄수록 효과가 크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은 것”이라며 “과거에는 설문조사 같은 소비자의 ‘의식적’ 반응을 바탕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연구는 뇌 영상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 알지 못한 ‘무의식적’ 반응을 처음 알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 뇌과학과 광고의 결합
뇌 영상 촬영을 비롯한 신경과학 기법으로 소비자의 정신이나 행동을 분석해 광고 같은 마케팅 전략에 적용하는 분야를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라고 한다. 성 교수팀은 3년 전부터 뉴로마케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뉴로마케팅이 광고에 직접 활용되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한 예로 소비자가 광고를 볼 때 제품보다 야한 장면만을 기억하는 경향이 크다. 기업으로서는 눈길만 끌었을 뿐 별다른 소득이 없게 되는 셈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