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WBC 결승전이 끝았다.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이므로 다음을 기대해 본다.
오늘 부서내 모 과장이 보내준 김인식감독과 관련한 글이 마음에 들어 여기에 올려본다.
2006년 WBC가 한창이던 시절에 삼성경제연구소의 감신장상무가 작성해서 사내에 공유되었던 자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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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엔돌핀이 넘친다.
WBC의 우승컵은 이미 딴 것이나 다름없다. (설령 못받는다 하더라도!)
세계 최강 미국을 완파하고 숙적 일본에 연승을 거둔 성과는
생각만 해도 통쾌하고 짜릿하다. 다시 봐도 신나는 승리, 승리, 승리..
우리야구팀에 대한 국민의 찬사와 감동이 어느 정도인지는
어제 진행된 ‘선수들에 대한 군면제 조치’ 관련 어느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병역 특별 면제」를 묻는 설문에서
무려 70%의 국민들이 찬성을 하고 나섰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한국이 우승을 거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정말 미국과 일본보다 실력이 나은 것일까?
물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 감격적인 드라마를 가능하게 만든 중심에는 김인식 감독이 있다.
김인식 감독의 첫번째 강점은 그가 뛰어난「휴머니스트」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야구는 사람을 연구하고 사람을 중심에 놓는 “휴먼야구“로 불린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전보다 먼저 생각할 점이 바로 사람이다”
“선수들 30명은 모두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을 살려 주는 것이 감독이 할일이다”
이런 김인식표 휴먼용병술은 WBC무대에서 딱 맞아 떨어졌다.
투수 교체와 대타기용에서 마치 이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펼쳤다.
그의 두번째 장기는「따뜻한 카리스마」로 절묘한 팀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을 믿고 대화하면서 힘을 모아가는 이른바 덕장이다.
그래서 그는 종종 “어머니형 지도자”로 불리기도 하고
망가진 선수도 우뚝 서게하는 “재활치료 전문감독”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의 남다른 개인기(?)를 한두가지 들어 보자면
실수한 선수 못본척 하기, 낙담한 선수에게 따뜻한 말 던지기 등이 있다고 한다.
WBC 대만전 中 4번 타자인 두산의 김동주가 어깨 부상으로 공백이 되자
불안해 하기 보다는 오히려 선수들을 추스려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로 만들었고,
95년 전임감독의 지휘방법에 반기를 들고 감독까지 물러나게 한
당시 OB베어스 선수들을 다독거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궈 낸 신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끝으로 그의 야구는 이른바 “겸손야구”이다.
지난 14일 미국을 꺾은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아직도 한국은 배울 것이 많다…”
이에 ESPN(미스포츠 전문채널)의 한 칼럼니스트가 쓴 답변이 재미있다
그는 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제 미국 야구에 대한 수업은 끝났다..”
그의 겸손야구는 일본전에서도 여전했다.
“비록 일본에 2연승을 했어도 우리가 일본보다 ‘절대’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패자에 대한 매너를 지킨 것이다.
야구 역시 경영이다.
김인식 감독은 리더십의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 400번쯤 경기에 져보니 비로서 사람 보는 눈이 생기더라…”
(김 감독의 프로성적은 736승 38무 775패 )
그는 실패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오늘의 위대한 승리는 결국 수많은 실패를 견뎌냈기 때문은 아닐까?
앞으로도 그의 경기 철학대로
“약팀 앞에서는 긴장하고, 강팀 앞에서는 느긋하게”
게임을 이끌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삼성경제연구소 강신장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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