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국민 총생산액의 90%를 생산하는 지역들을 연결하는 서비스. 하루에 310만개 이상의 화물을 전 세계 214개국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달. 42,969 지역의 사무소, 643여대의 항공기, 그리고 43,000여대의 차량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세계 최대의 익스프레스 운송 회사. 오늘날 페덱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1962년 가을, 프레드 스미스라는 한 예일대 학생은 졸업 논문으로 ‘특송 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출했다. 미래에는 빠르고 정확한 배달 사업이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로 부상할 것이라는 요지였다.
하지만 프레드의 특송사업 아이디어는 C학점을 받았다. 지도교수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며 “엄청난 조직과 자본이 소요되고, 수익성은 꿈같은 이야기”라는 코멘트까지 덧붙였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빠르고 정확한 특송사업. 40년 전 당시, 프레드는 확실히 선견지명이 있었다. 지금 운송은, 글로벌 시대의 마케팅 그 자체이다.
현대에 있어서 거대물량의 전지구적 움직임은 한 지역 자체를 떼어다 운반하는 것과도 같을 정도이다. 이 엄청난 이동전에서, 그리고 속도전에서 그것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제 익스프레스업이다.
현재 익스프레스 사업의 3대 국제 기업은 UPS, DHL, 그리고 여기서 다루게 될 FedEx이다. 과연 페덱스가 다른 두 개의 거대 기업을 앞질러 오늘날과 같은 최대의 익스프레스 운송 회사로 성장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유쾌한 거만함
“Why no use FedEx?” “왜 페덱스를 안 이용합니까?” 페덱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숨길 것도, 겸손을 떨 것도 없다. “이런 데도 페덱스를 이용하지 않으실 겁니까?” 간단하다. 페덱스는 말하기조차 귀찮은 듯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페덱스는 이제 말 못하는 외계 생물인 에일리언을 데리고 와 사무실에 앉힌다. 사람 가면을 쓰고 앉아 시종 두리번거리고 있는 이 에일리언은 자랑스럽게도 FedEx의 Jeckins 상담원이다.
우리의 Jeckins 상담원이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방문하는 어떤 고객이, 어떤 요구를 하든 간에 Jeckins 상담원이 하는 말은 단지 이것이다. “Why no use FedEx?” 이 한 마디의 말조차 미리 소형 녹음기로 녹음해 둔 것을 가면 위에다 붙여서 틀 뿐이다.
“Why no use FedEx?” – “Why no use FedEx?” – “Why no use FedEx?” – 도대체 에일리언을 사무실에다 앉혀다 놓고 무슨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 거만함은 그 속에 담긴 명백한 사실이 있기에 결코 밉지 않은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고객 앞에서 줄기차게 코를 킁킁거리며 타액을 줄줄 흘려대고 있는 이 에일리언이 이젠 믿음직스럽기까지 하지 않은가? 상담은 끝났다. “Thank you, Jeckins!”
다음 고객. 말할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왜? “it’s FedEx.” 페덱스니까. 고객의 여러 고민들을 언제나 이 단 한마디로 일축시켜 버리는 페덱스는, 처음부터 자사 브랜드의 마케팅 컨셉을 이 유쾌함, 심각하지 않은 재치,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잡았다. 한 마디로 페덱스는 우리에게 얄미운 윙크를 한번 던지고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 임마! 내가 있잖아. 그리고는 넌지시 한 마디를 다시 던진다. 더없이 유쾌한 거만함으로. 너, 나만한 친구 있어? (어? 이건 모회사의 TV광고에 나오는 대사잖아?)
공룡도 배달한다. 그러나, 심각함은 절대 금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페덱스의 비화 하나. 페덱스는 창립 5년 만에 자금난으로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당시 창립자 프레드 스미스는 며칠 밤을 꼬박 세우고 고민한 뒤, 거의 자살하는 심정으로 멤피스 공항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무작정 오른다. 그 곳에서 그는 그의 전재산인 1000달러를 다 걸고 블랙잭을 하면서, 사업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10만 달러를 딴 프레드는 회사로 돌아와 먼저 종업원들의 밀린 월급부터 청산을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운을 시험한 프레드는, 오히려 이후부터 “Relax-“라는 한결같은 모토를 내세운다. 그에게 있어서 이제 더는 심각할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여유는, 사실 페덱스의 진실한 자존심이다. 화물운송이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것. 여러 상황들, 기후, 현지 환경… 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수가 일어날 지 미지수이다.
페덱스는 어떤 경우든 반드시 후속조치를 만들어 놓는다. 마치 미 공군 사령부를 연상케 하는 페덱스 항공통제본부의 통제실에서는 600여대의 항공기의 움직임이 각각마다 세세히 나타나고, 고장이나 기상악화로 운행이 어려운 지역에 대체 투입되는 항공기까지 핫라인을 통해 파일럿과 공항 관제실을 원격으로 통제한다. 페덱스의 이런 전쟁과도 같은 운송작전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바다.
페덱스는 종종 지구 끝까지라도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실제로 페덱스는 모든 사업에 있어서 군사작전 개념을 도입한다.
▽ 대기하고 있는 페덱스 항공기들,
이미지는 AINONLINE에서 참조
그러나 페덱스는 이 엄청난 택배전쟁과도 장난을 칠만큼 여유만만하다는 것이다. 고객은 안심한다. 페덱스는 코뿔소, 코끼리는 물론이며, 영화 조스에 등장한 4m 길이의 타이거 상어도 운송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페덱스는 어떤 운송이든 전혀 심각할 것이 없음을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 페덱스는 말한다. 핵폭발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페덱스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저희는 무엇 무엇 함으로서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기 때문에 확실한 운송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대신 페덱스는 이렇게 말한다. “Relax-“ 단지 릴렉스하라고.
모든 마케팅을 놀이처럼
영화 ‘런어웨이 브라이드’를 보았는가?
주인공인 줄리아 로버츠가 결혼식 도중 도망치는 장면이 있다. 줄리아는 때마침 결혼식장 옆을 지나가는 페덱스 운송 차량에 뛰어올라 사라진다.
이를 지켜보던 하객 2명의 대화가 걸작이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걸까?” “어디 가는 지는 모르지만, 내일 오전 10시면 정확하게 배달되는 것만은 분명해.”
그야말로 마케팅의 대전이라고까지 불리는 수퍼볼 광고에서조차, 페덱스는 그 대단한 경쟁을 그저 싱거운 놀이로 상대한다.
아마도 수퍼볼 광고에서 해마다 가장 적은 제작비로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를 하는 기업은 페덱스 밖에 없을 것이다. 페덱스는 경쟁사인 DHL과의 비교광고에서도 여지없이 그 특유의 재치를 잃지 않는다.
지난 중국산 팬더의 미국 워싱턴 공수작전 때, 페덱스는 ‘팬더 원’이라는 이름까지 만들어 붙인 수송기로 자이언트 팬더 두 마리를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까지 운송하는 과정을 현장 중계로 생생히 보도하기까지 했다.
페덱스는 처음부터 UPS와 같은 유명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관료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페덱스의 차별화 전략은 고객과의 놀이였다. 엄청난 운송작전까지도 고객과 함께 재밌는 놀이로 즐겨 버리겠다는 페덱스의 순진한 상상은 현실로 이루어졌고, 고객은 이 대책없는 말썽꾸러기를 어느 순간부터인가 믿어 버리게 되었다.
“We are All You need to know.”
그냥 짐을 부치지 말고, 페덱스로 부치십시오.
페덱스가 이른바 익스프레스 사업에 발을 들여 놓은 이래 수백만의 고객들이 따듯하게 받아들인 슬로건이다.
초기 페덱스의 비즈니스 철학은 사람을 최우선시한다는 단순한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알맞은 인력을 뽑아 제대로 대우하면서 탁월한 서비스를 발휘하도록 하면 고객들이 기꺼이 그런 서비스를 받아들여서 결국 이윤을 얻게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이처럼 지극히 단순한 방식은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그대로 도입이 되었고, 이제 세계의 고객들은 그저 단순하게 it’s FedEx임을 알고, Relax한다. 페덱스의 현재 전파와 인쇄광고는 모두 “it’s FedEx.”로 통한다.
페덱스는 처음부터 운송에 있어서의 고객의 심각성과 고민을 잘 알았고, 그것을 유쾌한 뒤집기와 뒤통수치기로 멀리 멀리 날려보낸 것이다. 이건 완전히 도통한 부처와도 같다. 그 전지적?인 페덱스의 건방이 여전히 밉지 않은 것은 왜일까? 어유- 앓느니 죽지… 그래도 이 녀석, 여전히 Relax하란다.
“Relax, it’s FedEx.”
자료 출처- 페덱스/에드컬리지/kobaco/web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