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그분들 모셔라” 제품발표회 초청 영향력 커지며 대가 요구 등 부작용도 경기위축이 심해질수록 소비는 더 깐깐해지는 법이다. ‘가격’ 만큼이나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따지는 ‘가치’ 소비가 늘어난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는 제품 공급자(생산자)보다 소비자들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부쩍 블로거 마케팅 활용이나 프로슈머(생산적·참여적 소비자)들의 의견 반영에 적극적인 이유다. 지난 9월 선보인 유아 스킨케어 제품 ‘뮤아’는 전혀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출시 한달 만에 1차 생산 물량 3천개가 모두 팔려 재생산에 들어갔다. 샘플을 사용해본 엄마들이 6가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은 이 제품의 장점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퍼져나간 것이다. ‘뮤아’ 브랜드 매니저 유진선씨는 “블로그에서 입소문을 듣고 백화점 매장에 나와 ‘무첨가 제품이 나왔다는데 있느냐’고 먼저 찾는 소비자가 많다”며, “앞으로 광고 대신 블로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했다. 방문자 수를 많이 거느린 ‘파워 블로거’들은 제품 평과 비교 등을 통해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대표적인 프로슈머라 볼 수 있다. 이들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 아이디어 뱅크 구실을 하고, 제품 출시 직전엔 버그를 잡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제품 출시 이후에는 주요 기능에 대한 입소문 창출 역할을 한다. 제품 생산에서 소비 전 과정에 걸쳐 ‘마케팅 첨병’ 구실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비용 대비 최적의 타깃 마케팅 방법을 찾는 기업들 사이에 이들을 활용하는 블로그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정보 교류가 중요한 구매결정 요인으로 자리 잡은 전자·정보통신, 식품, 유아 관련 산업 등을 중심으로 파워 블로거들은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요원’이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4월 출시된 햅틱을 시작으로 소울, 햅틱2 등에 대해 블로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선정된 블로거가 리뷰를 작성하면 건당 10만~20만원 정도의 원고료를 제공한다. 글은 블로거가 선정해 쓰되 글을 올리기 전에 삼성전자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디지털 휴대기기 리뷰어로 이름난 한지훈(블로거 라지온)씨는 “올해에만 20여건의 업체 요청을 받아 리뷰를 진행하는 등 갈수록 의뢰가 늘고 있다”며, “유명 블로거의 새 상품 소갯글이 나오면 이용자와 블로거가 댓글을 직접 주고받는 등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대형 전문사이트가 주지 못하는 신뢰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워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언론 못지않게 파워 블로거들에게도 신경을 쓰는 기업도 늘었다. 신제품 발표회에 요즘은 블로거와 기자를 같이 초대하거나 블로거만을 위한 제품발표회를 따로 열기도 한다. 지엠대우는 지난달 29~31일 제주도에서 차세대 준중형 자동차 ‘라세티 프리미어’ 시승 행사를 하면서 기자들과 함께 이른바 ‘소셜미디어’ 50여 명을 초청했다. 쇼셜미디어는 파워 블로거를 말한다. 지엠대우 안철현 부장은 “블로그 마케팅을 통한 입소문 홍보는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해주는 효과를 계산해보았을 때 비용이 아깝지 않다”며, “개인 간 구두홍보 전략은 요즘 떠오르는 추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프로슈머들은 최근엔 제품의 설계를 바꿀 정도로 힘이 세졌다. 올 3월 초 출시를 앞두고 가진 애니콜 드리머즈 회원들의 테스트에서, 통화/종료 버튼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자 삼성전자 개발팀은 격론 끝에 버튼을 따로 설치하기로 했다. 피데스개발이 광주 오포에 지어 다음달 입주하는 ‘우림필유 골드 135’ 아파트는 ‘프로슈머 단지’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이 아파트는 1천여 명에 이르는 고객들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한 게 특징이다. 부엌 옆의 대형 수납창고, 주차에 서투른 여성들을 위해 일반 주차장보다 20㎝를 더 넓힌 폭 2.5m짜리 주차구획 등이 마련된 건 이를 통해서다. 하지만 소비자와 기업의 밀착이 항상 시너지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나친 블로그 마케팅 열풍이 웹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 일상사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블로그의 원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마케팅업체 엠포스의 전종진 팀장은 “어떤 파워 블로거는 자신의 글이 포스팅되는(퍼 날라지는) 개수에 따라 계약금에다 인센티브까지 요구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업으로부터 큰 보상을 받게 되면 자유롭게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루 방문자 수가 1만7천~1만8천명인 파워 블로거 ‘둥이맘’ 문성실씨는 블로거와 기업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는 블로그의 속성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씨는 “문제가 되는 제품은 블로거가 호평을 해도 소비자가 금방 알아채기 때문에 블로거의 신뢰가 떨어진다”며, “블로거들에게 자사 제품의 장점만 언급하길 원하는 기업도 있는데 길게 보고 소비자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려는 자세를 가져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미 김영희 기자 youngmi@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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