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주로 찾던 캐주얼 의류를 구매하는 중년층이 부쩍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캐주얼 매장을 찾은 중년 여성들이 코트를 고르고 있다./롯데백화점 제공 |
딸과 함께 영캐주얼 입는 엄마… 엄마와 함께 한방화장품 쓰는 딸…
지난 14일 서울 명동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갭(GAP) 매장. 주부 김희조(48)씨가 자식뻘쯤 되는 20대들 사이에서 인기인 후드 티셔츠를 고르고 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아닌 내가 입을 옷”이라며 “활동적이고 젊어 보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길 건너 롯데백화점 본점 모피 매장에선 여대생 김모(23)씨가 회색 모피 조끼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김씨는 “예전엔 모피를 주로 중년 부인들이 많이 입었지만, 요즘엔 그런 구분이 없다”며 “짧은 조끼는 고급스러워, 친구들도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소비시장에서 나이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중년층이 젊은 캐주얼 의류를 구입하고, 20대가 중년의 전유물로 생각되던 한방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유통업체들도 디자인 등에서 여러 계층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무너지는 나이의 벽
‘나이 파괴’ 현상은 의류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우선 부유한 중년 부인의 상징이던 모피의 구입 연령대가 부쩍 낮아졌다. 모피전문업체 근화모피의 20대 고객 비중은 전체의 약 15% 정도. 곽미경 매니저는 “특히 올 겨울에는 지난해보다 20대 고객이 50%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10~20대를 겨냥한 모피를 생산하는 회사도 늘었다. 엘페와 진도모피, 국제모피 등은 ‘패션 모피’라는 이름을 붙여 모피로 만든 조끼와 짧은 소매의 재킷 등을 선보였다. 가격대도 100만~200만원 정도로 일반 모피의 절반 가격이다. 사틴이나 미니멈 등 젊은층이 주로 찾는 캐주얼 브랜드도 올해 모피 제품을 전년보다 20% 정도 확대했다.
같은 백화점에서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도 나타난다. 5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영캐주얼’ 매장을 찾는 것. 몸매가 드러나는 청바지 제품이나 몸에 붙는 스판덱스 소재의 운동복도 적극 구입한다. 10~20대를 겨냥한 BNX는 30대 이상의 소비가 전체 매출의 15% 가까이 이른다. 매니저 천현희씨는 “10대 딸과 40대 어머니가 함께 같은 옷을 사는 ‘모녀 커플룩’이 요즘 유행”이라고 말했다.
40대 이상 중년 남성의 청바지 구매도 부쩍 늘었다. 로가디스와 마에스트로, 맨스타 등 정장 브랜드도 최근 캐주얼 의류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들 브랜드의 청바지 매출은 해마다 25~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나이 파괴 겨냥한 브랜드·디자인 봇물
소비시장에서 나이 파괴 현상이 가속화하자, 업체들은 이를 흡수하기 위한 브랜드와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설화수’로 40대 이상 중년 사이에서 한방화장품 유행을 이끌었던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젊은 한방화장품을 내세운 ‘한율’이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였다. 25~34세가 전체 한방화장품 소비자의 23%를 차지하는 등 젊은층의 한방화장품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현대약품은 젊은 여성의 다이어트 음료로 인기가 높던 ‘미에로화이바’의 페트병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중년 남성들로 제품의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100㎖와 210㎖의 병 제품이 이들에게 너무 작다는 건의가 많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항 소장은 “최근 중년층은 조금이라도 젊어지려고 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또래에서 차별화를 위해 중년층의 제품을 적극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지리스(ageless)
사전적으로 ‘불로(不老)의’ 또는 ‘영원(永遠)한’이라는 뜻을 갖는다. 마케팅에선 나이를 초월해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계층을 일컫는다.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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