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관여하는 브랜드의 핵심에 대해서 간결하게 정리된 concept이 있고 이를 조직원들이 공유되고 있다면 정말 멋진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마케터라고 10여년을 묵었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 걸까?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
선거 캠페인처럼 짧고 강렬하게 응축해야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머리에 남는 게 없어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를 작성한 인물은 조 파브로라는 27세의 청년이다. 그는 오바마의 심중을 간결한 표현으로 응축해 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를 승리로 이끈 구호 “Yes, We Can”(아무렴, 우린 해낼 수 있어요)도 그의 작품이다.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이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버지 부시와 겨룰 때 선거전략을 세운 이는 마케팅 조사 출신의 제임스 카빌. 그는 3개월간 전국을 돌며 1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워싱턴에 나타나서는 조사결과를 단 세 마디로 압축해 말했다. “The economy, stupid.”
말하자면 ‘이 바보들아, 내가 딱 세 단어로 정리해 줄게. 지금은 클린턴이란 사람이 적어도 경제만큼은 잘 챙길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만 만들면 당선돼’라는 뜻이다. 이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가 시골 출신인 클린턴으로 하여금 현직 대통령인 부시를 이기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기업은 늘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선거 캠페인의 짧고 강력한 슬로건처럼 브랜드의 콘셉트는 응축되어야 한다.
나라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이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목에 넘기기에 칼칼할 정도로 달고, 색이 까만 초콜릿을 좋아한다. 반면 유럽 사람들은 부드러운 맛과 연한 빛깔의 초콜릿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은 독특하게도 약간 씁쓸한 맛을 선호한다. 씁쓸해야 원료가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갈색 톤이 나야 고급이라고 여긴다. 그렇다고 ‘갈색 톤의 씁쓸한 초콜릿’이라고 광고하면 팔리겠는가.
콘셉트는 응축되어야 한다. 머릿속의 차가운 콘셉트를 응축하면 마음속의 따뜻한 메타포(metaphor·은유적 표현)가 된다. 그래야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다.
‘갈색’, ‘씁쓸함’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한번 응축해 보자. 아마도 가을·커피·낙엽이 연상될 것이고, 그걸 더 응축하면 ‘고독’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수입 초콜릿에 눌린 우리나라 초콜릿을 소비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고독의 맛, 가나초콜릿’이라는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롯데의 ‘가나초콜릿’은 곧바로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된다.
얼마 전 한 호텔이 특급호텔로 업그레이드된 것을 기념하는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진기한 음식과 색다른 음료, 외국 무희들과 일류가수들의 노래 등 최고급의 파티가 마련되었다. 그들은 피날레로 ‘Fantasy’, ‘Trendy’ 등 호텔의 콘셉트를 표현하는 열댓개의 영어 단어들을 하나하나 멋진 음향과 함께 레이저 글씨로 공중에 쏘아 올렸다. 마지막에는 요란한 불꽃놀이로 탄성을 자아냈다.
그런데 좋다는 단어들을 잔뜩 보여줬지만, 정작 이 호텔의 콘셉트가 뭐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말하고 싶은 걸 다 말했는데, 손님들의 머릿속에 남은 게 없으니 돈만 낭비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치약·샴푸·비누·세탁세제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포함해 40여종의 브랜드를 다루는 회사다. 그런데 대다수가 성숙기 제품이라 가격 경쟁이 심하고, 유통에 휘둘려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5년 1월 차석용 사장이 새로이 부임한다. 차 사장은 미국 생활용품 회사인 P&G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마케팅 베테랑이다. 그가 LG생활건강에 와서 처음에 지시한 일은 2월 말까지 수십개의 브랜드별로 콘셉트를 잡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브랜드 관리자(BM·brand manager)들이 나름대로 제품의 특징 등을 나열해 가면 그것을 적절한 한마디로 응축하라고 유도하며 계속 퇴짜를 놓는 것이었다. BM들은 매우 곤혹스러웠다. 가져가기만 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퇴짜를 맞으니, 도대체 자신이 다루는 제품이 무엇인가에 대해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달을 브랜드 콘셉트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 씨름을 하고 나서 2월 말에 드디어 마케팅 담당 상무가 정리된 콘셉트를 취합해 가져갔다. 그 상무도 오늘 제출하고 나면 내일부터는 머리 아픈 일에서 벗어나지 싶었을 게다.
그런데 사장은 제출한 서류를 보지도 않고 돌려주며 “중요한 건 콘셉트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 두달간 각자가 담당한 브랜드에 대해 고민했듯이 앞으로 BM을 그만두는 날까지 밤낮으로 끊임없이 브랜드의 콘셉트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뜻입니다”라고 하더란다.
응축이란 단순히 짧게 줄이라는 게 아니라 ‘핵심’을 찾으라는 말이다. 뛰어난 웅변가였던 28대 미국 대통령 윌슨의 말을 되새겨 보자.
“한 시간의 스피치에는 별 준비가 필요 없다. 20분의 스피치에는 두 시간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5분간의 스피치를 위해서는 하룻밤을 준비해야 한다.”
생각을 응축하려면 핵심을 분명히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브랜드 콘셉트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을 키운 LG2`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3년 만에 7.5배가 되었다. 이제 우리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한마디로’ 무슨 콘셉트를 전달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09.02.21 07:09 이글은 조선일보 비즈 위클리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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