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불황을 이기는 3가지 마케팅 전략

Updated on 2009-03-15 by

 오효성 – 현 리서치인터내셔날 대표


불황, 소비자 가치가 변한다
불황은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불황은 저마다 원인이 다르고, 서로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황에 대한 정확한 법칙을 파악하거나 향후 경로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불황은 항상 일어나서 언젠가 회복되며,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오고, 서로 같지 않다. 1920년대 세계 대공황 이래 불황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불황의 모습과 결과는 달랐으며, 마케팅에 대한 영향도 모두 달랐다. 예를 들어 1991년 영국의 불황기에 국내총생산(GDP) 하락률은 과거 불황에 비해 크지 않았지만 실제 광고비는 엄청나게 줄었다.
 
불황은 시장의 잘못된 경제 활동에 대한 자율적인 조정 기간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불황은 지속 기간이 11개월 정도로 그 기간이 짧았다. 1854년 이래 미국은 28차례의 불황이 있었으며, 이는 4, 5년에 한 번꼴로 불황을 겪은 셈이다.
 
세계광고조사협의회(WARC)의 카를로스 그란데 편집인은 2008년 WARC 회의에서 다가올 불황에 대해 다음 3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광고비는 디지털 매체에 더 많이 쓰일 것이다. 둘째, 기업의 재무가치로서 브랜드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셋째, 글로벌 브랜드들은 서구시장의 수요 감소를 이머징 마켓의 수요 확대로 상쇄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품목에서 돈을 아껴야 할지, 물건을 얼마나 자주 사야 할지, 어떤 브랜드를 사야 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즉 소비자 생각이 변하기 때문에 기업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가 불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제품이 현재 소비자에게 바로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구매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런 불황에 반응하는 소비자 행태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존 켈치 교수는 “기업은 마케팅 조사에 예산을 들여 불황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가치와 행동변화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의 정도와 자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리서치인터내셔널(R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우선적으로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좀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장소를 찾는다. 또한 가격 대비 가치를 추구하지만 품질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주 낮은 가격을 찾지는 않는다. 기업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에 맞춰 각자의 브랜드 가치를 잘 정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 니즈 변화에 맞춰 가는 게 큰 도전이지만 더 큰 점유율을 얻고자 하는 야심적인 브랜드에는 이런 변화의 시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가격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이런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소비자들을 도와준다’는 느낌을 주는 ‘동정’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셸은 ‘타이어 공기압을 적정하게 유지하면 기름 값을 줄일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셸이 소비자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점을 전달해 불황기에 매출을 올렸다.
 
영국의 IPA(Institute of Practitioners in Advertising)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황기에는 감성적인 메시지가 이성적인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소비자들의 정서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런 정서를 돌봐주는 감성적 접근이 더 유효한 것이다.
 
불황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그만 두지는 않는다. 이전보다 가격만큼의 가치에 훨씬 민감할 뿐이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자연히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 브랜드를 찾는다. 월마트는 불황기에 ‘Save money, Live better’라는 캠페인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가격만큼의 가치가 비단 저가를 지향하는 월마트 같은 기업의 전유물은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얼마든지 다음의 사례처럼 가격만큼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 장기적 가치 강조: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는 내구성으로 인한 장기 보유에 따른 장기적 고정비 감소를 소비자에게 호소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벤츠 CAR.jpg



– 다른 영역의 절감 강조: 야채음료 브랜드 V8은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 1캔을 먹으면 야채 3개를 먹은 것과 같은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해 매출을 올렸다. 시리얼 브랜드 퀘이커오츠는 자사 제품이 아주 저렴한 단백질 섭취 방법이 된다고 강조해 불황을 극복했다.
 
– 다른 부가가치 제공 : 스타박스는 지난 불황기에 와이파이(Wi-Fi) 인터넷 서비스와 마일리지 카드 등 향상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불황기 전략 3가지

공격 전략
가능하다면 불황기 때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기업을 인수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에드워드 롤러 교수는 “강하다면 불황기를 경쟁자에게 KO 펀치를 날릴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업은 강한 브랜드를 갖고 있어야 하고, 경쟁자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미디어 리서치 회사 밀워드브라운의 나이젤 홀리스 이사는 “경쟁자가 광고비를 줄일 때 오히려 광고비를 늘려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호황이 와서 시장이 성장할 때 경쟁자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불황기 마케팅과 관련해 많이 듣는 얘기 가운데 하나가 ‘불황기에 오히려 광고비를 많이 쓰면 나중에 브랜드가 더욱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흔히 드는 사례가 켈로그다. 대공황기에 켈로그는 광고비를 유지한 반면에 포스트는 그렇지 않았다. 이로 인해 켈로그는 앞으로 50년 동안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이는 모든 브랜드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드 맵의 사비나 브로드벤트 이사에 따르면 켈로그 사례에는 광고비 외에 켈로그 성공에 대한 다른 요소들의 분석이 없었다. 즉 두 변수 간에 상관관계는 밝혀냈지만 인과관계는 밝혀내지 못했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마케팅 비용을 무조건 최대화하기보다 어떻게 최적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불황기에는 또한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에 적합하다. 맥킨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공적인 기업들은 불황기에 더 많은 기업을 샀다. 1990년대 월마트가 대표적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하이엔드 할인점 시장에서 주춤할 때 월마트는 오히려 기업 인수를 통해 확장함으로써 1990년대 역사상 가장 높은 성장을 이뤘다.
 
유지 전략
브랜드가 충분히 강하다면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은 분명히 장기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해 준다. 나이젤 홀리스는 다음 2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 핵심 브랜드와 제품에 집중하라. 불황기는 제한된 자원을 여러 브랜드나 제품에 분산투자할 시기가 아니다.
 
–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강조하라. 브랜드를 지금껏 성공적으로 만들어 온 핵심가치에 마케팅 자원을 더 집중해야 한다.
 
2002년 아르헨티나의 불황기에 유니레버는 여러 세제 브랜드 가운데 ‘스킵’에 집중 투자했다. 대규모 할인행사를 지양하고 개당 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작은 패키지를 개발했다. 동시에 대용량을 출시해 용량당 단가를 낮춰 고객에게 좀 더 나은 가격만큼의 가치를 제공했다.
 
효율성 제고 전략 ‘Shape Up’
불황기는 내부적인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따라서 기업은 모든 지출 비용에 대한 가치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먼저 현재 어떤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어떤 것이 비효율적인지 파악한다. 그러면 어떻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효율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최적화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마케팅이 적절한지, 메시지는 올바른지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각 프로세스에서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로버트 쇼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도 효율성을 10∼20% 더 높일 수 있다. 여기에 그 예들이 있다
 
– 미디어 매체 구입비용 협상: 불황기에는 더 나은 조건으로 매체를 구매할 수 있다
 
– 사업에 성수기·비성수기가 있다면 비성수기 할인을 고려하라
 
– 마케팅 활동의 빈도를 검토해 보라. 예산 축소 때 그 충격을 최소화할 방도를 생각하라. 또 마케팅 활동의 기간별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
 
– 브랜드가 아직 덜 개발된 지역의 마케팅 예산 축소를 생각하라. 그러나 앞으로 호황기 때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 비용 절감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때도 있다. 패키지 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게 친환경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기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J 데이턴 교수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불황 때 사람들은 좀 더 측정 가능한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불황을 살펴보면 기업 마케팅 비용은 전통적 광고 부문에서 측정 가능한 다이렉트 마케팅 채널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 예산이 빠듯할 때 광고 메시지는 소비자 귀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그러나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추천한다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상의된 소비(counseled consumption)’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소셜 네트워킹 사이트·구전 등을 통한 마케팅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현재의 세계적 불황을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현명하게 현재의 불황을 헤쳐 나갈 수는 있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지난 10년 전 외환위기를 현명하게 기회로 만든 소중한 경험이 있다. 이번 위기를 우리 기업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가질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위글은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룹 WPP의 계열사인 마케팅 전문조사 회사 리서치인터내셔널의 오효성 대표가  WPP 본사가 세계적인 불황에 대비하기위해 과거 20년 동안의 불황을 연구해 내놓은 ‘과거 불황에서 배우는 마케팅 교훈’ 논문 내용을 요약해 동아비즈에 기고한 글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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