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전문과 하일라이트

Updated on 2023-08-31 by

항간에 관심을 받고 있는 이화여대 이화여대 최재천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던문과 하일라이트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화여대 최재천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하일라이트

“평생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입으로 번드레하게 공정을 말하지만 너무나 자주 실천하지 않는다”

‘기계적 평등’으로서의 공정이 아니라 주변과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공정’이 필요하다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니다. 가진 자들은 별 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무감각하고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주변은 온통 허덕이는데 혼자 다 거머쥐면 과연 행복할까. 오로지 정도만을 걷는, 공정하고 따뜻한 리더가 되어달라”

이화여대 최재천교수 서울대 졸업식 축사

최재천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전문

여러분 모두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저를 불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성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사뭇 섭섭한 말이 있지요? 성적순이면 좋겠는데, 그렇죠? 다른 건 모르겠는데, 서울대 졸업식 축사 자격만큼은 분명히 성적순이 아닌가 봅니다.

저는 1970년대‘제2지망’이라는 참으로 치졸하고 얄궂은 입시 제도 덕택에 이 대학에 기어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수업 빼먹기를 밥 먹듯 하며 대학 4년을 거의 허송생활 했습니다. 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 삶의 마지막 도피처가 유학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예 짐작하신 대로, 성적이었습니다. 지금 유학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너무나 잘 알겠지만, 외국 대학에서 장학금은 고사하고 입학 허가라도 받으려면 평점이 적어도 3.0은 넘어야 하는데, 그 당시 제 성적표에는 D와 F가 즐비했습니다.

단 한 대학만이라도 입학을 허가해 준다면 무조건 달려갈 마음으로 무려 28 대학에 눈물겨운 지원서를 보냈습니다. 그야말로 “하느님이 보우하사”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고, 저는 그중 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저는 미국 대학에서 화려하게‘학점 세탁’에 성공하며 그야말로 개과천선한 사람입니다. 살다 보니 저 같은 사람에게도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기회가 찾아오네요. 살아보니 인생 퍽 길군요.

얼마 전 어느 신문기자가 저를 인터뷰하러 와서 참으로 민망하게도 제 인생을 훑어 주더군요.

말 그대로“물 건너갔다”던 동강댐 계획에 대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께 호소하는 신문 기고문을 써서 댐 건설을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백지화하는 데 성공하며, 졸지에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되어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4대강 사업에 항거하다 온갖 불공정한 핍박을 당했습니다.

어쩌다 호주제 폐지 운동에 가담해 헌법재판소까지 불려가 과학자의 의견을 변론했는데, 한 달 만에 헌법 위헌 판정이 내려지며 저는 남성으로는 최초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습니다.

2012년에는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위원장으로 추대되어 제돌이와 그의 진구 돌고래들을 무사히 고향 제주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시작할 때에는 엄청난 반대에 휘말렸지만, 이는 결국 우리가 잡아 가뒀던 동물을 우리 손으로 정중하게 야생으로 돌려보낸, 우리 역사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며 동물복지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국무총리와 함께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K-방역이 세계의 칭송을 얻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이 많은 사회 활동을 하느라 줄곧 학교 밖으로만 나돌았을 것으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교수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본분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맞으며 이제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분야가 된 생태학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하려고 국내 최초로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는‘에코과학부’를 설립하기 위해 포근한 모교의 품을 떠나는 용단을 내렸고, 노무현 정부를 설득해 동양 최대 규모의 생태학 연구소인 국립생태원을 건립하고 초대 원장으로 봉사했습니다.

한편, 동물의 행동과 생태에 관한 기초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에 저는 2019년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 출간 사업의 Editor-in-chief로 추대되어 전세계 동료 연구자 600여 명을 이끌고 거의 3000페이지에 달하는 백과사전을 펴냈습니다. 비록 작은 과학 분야지만 동료 학자들로부터 리더로 추대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가슴 뿌듯합니다.

저는 왜 이 모든 걸 다 하느라 애쓰고 살았을까요? 연구와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면서도, 왜 온갖 다양한 사회적 부름에 종종 제 목까지 내걸고 참여했을까요?

저는 사실 태생적으로 비겁한 사람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양심’입니다.

저는 우선 숨었습니다. 솔직히 다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놈의 얼어 죽을 양심 때문에 결국 나서고 말았습니다.

제 마음 깊숙한 곳에 아주 작지만 끝내 꺼지지 않는 촛불 같은 그놈의 양심을 어쩌지 못해 늘 결국 일어서고 말았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 후배님들에게 제 마음 속에 타고 있는 작은 양심의 촛불을 하나씩 나눠드리려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래전 제가 이곳에서 교수로 지내던 어느 해, 의예과 학생들에게 일반생물학을 가르치며 겪은 일화를 소개하렵니다.

숙제 검사를 하다 상당수의 학생이 누군가의 리포트를 그대로 베낀 걸 발견했습니다. 흔치 않은 타이포(typo)가 반복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저는 모두 여덟 명의 학생을 찾아내어 개별 면담하며 다음과 같은 다짐을 받고 관용을 베풀었습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능력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면 가진 것도 없고 머리에 든 것도 적은 저 바깥의 많은 사람들은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하는가? 앞으로 의사가 되어, 아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로지 정도만을 걷겠다고 나와 약속하면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해주겠다.”저는 그 여덟 명의 의예과 학생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오직 정도만을 걷고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도 똑같은 다짐을 받고 싶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온전히 여러분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똑같은 당부를 드리려 합니다. 이 땅에서 가장 축복받은 여러분이 공정하게 살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여러분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저 바깥에 있는, 가진 것도 변변히 없고 머리에 든 것도 많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할까요?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닙니다. 재력, 권력, 매력을 가진 자는 함부로 공정을 말하면 안 됩니다.

가진 자들은 별 생각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습니다.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킵니다.

저는 모름지기 서울대인이라면 누구나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입으로는 번드레하게 공정을 말하지만 너무나 자주 실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종종 무감각한,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확하게 1년 전 이 자리에서 수학자 허준이 교수님은 인간이 80년을 건강하게 산다면 여러분은 인생의 약 3분의 1을 살았다고 계산하셨는데, 제 계산은 조금 다릅니다. 여러분은 충만하게 100세 시대를 살게 될 첫 세대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제 기껏해야 인생의 4분의 1을 산 셈입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인생, 살아보니 길더군요. 앞으로 살아갈 4분의 3 인생 동안, 여러분 각자에게 반짝하며 빛날 기회가 적어도 한두 차례는 올 겁니다.

하지만 조금 불편한 말씀 하나 드리렵니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여러분은 적어도 직업을 대여섯 번 갈아타며 살 것이랍니다.

당연하겠지요. 머지않은 미래에 정년 제도는 필연적으로 무너질 것이고, 그리되면 일하고 사는 인생, 즉 노동 인생이 자칫하면 70년이나 될 텐데 어떻게 한 직장에서 버틸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나라 최고의 수재들입니다. ‘대서울대학교’의 졸업장을 거머쥐셨습니다. 취업전선에서 완벽하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그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서울대 졸업장이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을 얻을 때에도, 70대에 할 일을 찾을 때에도 지금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도 쉼 없이 배우고, 일하고, 또 배우고 일해야 합니다.‘융합의 세기’, 21세기를 살아내려면‘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겸허한 자세로 평생 공부할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리며 이제부터 살아갈 4분의 3 인생도 지금처럼 치열하게, 그러나 사뭇 겸허하고 따뜻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주변은 온통 허덕이는데 혼자만 다 거머쥐면 과연 행복할까요? 농민 사상가 고 전우익 선생님은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제가 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대서울대’졸업생으로서 부디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

우리들의 서울대학교는 그런 리더를 길러내는 대학이어야 합니다. 오로지 정도만을 걷는, 공정하고 따뜻한 리더가 되십시오.

서울대인은 그런 리더가 되어야 할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삶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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