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Weekly Biz에서 퍼온 글입니다. 여기에는 정말 도움이 되는 기사가 많습니다…
조중동하고 욕을 먹긴하지만 나름 읽을꺼리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신문사들이 따라가지를 못하는 듯 합니다. 아마도 자본이 그 만큼 빵빵하니 contents도 잘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말 200년대 초만해도 TV부분은 별볼일 없었는데 엄청난 괄목 상대한 성장을 했네요..
나름 잘 정리한듯 ….. 아마 삼성전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리라…
그러나 아래에서 보듯 상당수의 반도체 인력을 TV부분에 과감히 전환시킨 일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반도체 엔지니어’ 300명을 TV로… 혁명적 인력배치가 ‘1등’ 낳다
보르도TV(2006년 250만대 판매), LED TV(2009년 260만대 판매), 3D TV(2010년 300만대 목표)….
요즘 세계 TV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최고의 화제다.
2006년부터 거의 매년 새로운 개념의 TV를 내놓으면서 그해의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
그 덕에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에서 2007년부터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판매 대수와 판매 금액 모두 1위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바닥을 헤매던 삼성전자의 변신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 반도체 인력 300명을 TV로 옮기다
최근 찾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TV사업부(정식 명칭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무실. 11시 30분에 시작하는 점심 시간을 20분 넘겼는데도 둘에 하나꼴로 직원들이 자리를 떠날 줄 몰랐고, 회의실 문엔 여전히 ‘회의 중’ 팻말이 걸려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들 신이 나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라며 “10년 전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말했다.
TV 사업부는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만년 적자 부서였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미국·캐나다)에서는 바닥을 맴돌았다. 현지 시장조사업체가 TV 업체 순위를 13위까지 발표하던 시절, 삼성전자는 12위였다. 13위는 ‘기타(Others)’였다.
당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미국 CES에 참석하는 삼성전자 TV사업부 직원들의 복장은 운동화와 청바지였다. 삼성 부스를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었고, 직원들의 주요 업무는 손님 접대가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경쟁사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부스를 돌며 신제품 카탈로그만 산더미 같이 모아 본사로 보내기도 했다. 당시 반도체로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에 TV 사업부는 천덕꾸러기였다.
전기(轉機)는 2005년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TV 부문의 집중 육성을 결정했다. 이건희 회장이 지시했다. TV 사업 강화에는 두 가지 판단이 작용했다.
첫째,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덕에 기업 고객의 인지도는 높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선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자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최종 소비자용 제품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휴대폰·가전 등 삼성전자의 다른 전자제품 성공을 위해서라도, 대중 친밀도가 가장 높은 TV 시장 정복은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당시는 TV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는 시점이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브라운관에서 평판(LCD나 PDP) TV 쪽으로 이동해 가는 대전환기였다. 삼성전자는 그런 큰 변혁기에야말로 기존 시장의 판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기 때는 신속하게 자원을 재배치해야 한다. 자원의 총량이 제한돼 있기에 전략 시장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당시 사내에서 가장 잘나가던 반도체사업부의 엔지니어 300명을 TV사업부로 한꺼번에 옮겼다. 반도체 엔지니어 한 명만 옮겨도 담당 사장의 결재가 필요하던 시절에 가히 혁명적인 조치였다.
직원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엄청난 특별성과급을 받는 반도체사업부를 떠나고 싶어하는 직원은 없었다. 그때 TV사업부는 특별성과급이 거의 제로(0)인 2000명 남짓한 중소 부서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TV로 옮긴 엔지니어들에게는 3년간 과거 반도체사업부 시절에 상응하는 보너스를 약속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의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낸 뒤, 그 변화에 맞게 과감하게 자원을 투입한 것이 삼성전자 TV의 남다른 경쟁력이자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는 보르도TV, LED TV에 이어 3D TV를 세계 최초로 내놓으며 전세계 TV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바닥을 맴돌았다. 사진은 모델들이 특수 안경을 쓰고 3D TV를 관람하는 모습. / 삼성전자 제공
■과감한 인력 재배치
반도체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삼성전자 TV사업부는 경쟁 업체와 차별화된 TV를 만들 수 있는 기술 기반을 확실히 갖추게 됐다.
당시 경쟁 업체들은 TV용 반도체를 거의 외부 반도체업체에서 사다 쓰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는 차별화된 TV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TV업체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반도체업체가 필요한 반도체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체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차별화된 반도체보다는 누구나 사갈 만한 범용 반도체를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삼성전자가 굳이 같은 회사 안에 있는 반도체 인력을 TV사업부로 옮긴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사업부별 독립 채산제로 운영되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부가, 당시로선 소규모 고객인 TV사업부가 요구하는 차별화된 반도체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연관 포트폴리오도 큰 플러스 요인이었다. 삼성전자는 당시 반도체뿐 아니라 디지털TV 화면의 핵심 부품인 LCD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른바 수직 계열화에 따른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의 마케팅 방식에 대해서도 치열한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기술력은 다른 메이커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왜 꼴찌에 머물러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화두가 됐다.
결론은 삼성전자 TV가 일단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더욱 그랬다. 당시 북미 지역에 판매되는 TV 브랜드만도 100개가 넘었다. 게다가 어느 제품이든 외관 디자인에 별 차이가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결국 보다 익숙한 일본이나 미국 제품을 선택하곤 했다.
전성호 전무(상품전략팀장)는 “일단 눈에 띄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디자인을 차별화시켜야 한다. 평판TV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TV의 디자인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트렌드도 읽었다.
2006년 내놓은 보르도 TV는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이 제품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TV 양쪽에 달려 있던 스피커를 아래쪽으로 옮겨 눈에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 시각적으로 화면이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둘째, TV 틀의 모서리 부분을 직선 대신 곡선으로 처리했다. 셋째, TV 틀을 기존 검은색 대신 빨간색과 파란색을 사용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와인잔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만들었다. 이름도 와인 명산지인 보르도에서 따와 ‘보르도TV’라고 붙였다.
10년 前만 해도 만성 적자… 삼성 TV 말하면 해외선 “what?”
이건희 회장 “TV를 정복하라”
잘나가던 반도체 인력 수혈해 차별화된 TV용 반도체 만들어
고정관념을 깬 이 제품은 베스트바이 등 미국의 유명 전자제품 유통점에서 차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상적 디자인에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디자인 때문에 구입했는데,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이제 기능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삼성전자 TV 화질이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어 화질이 괜찮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보르도 TV는 2006년 250만대가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 성공을 발판 삼아 2008년에는 장미꽃을 형상화한 ‘크리스털 로즈 TV’로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이나 정도에 따라 TV틀의 색깔이 다양하게 바뀌는 제품이다.
‘크리스털 로즈 TV’의 경우 협력업체들이 새로운 TV 사각틀(베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 투자를 망설여 애를 먹었다. 영세한 협력업체들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새로운 TV에 ‘올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고민 끝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새 TV 베젤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TV사업부가 직접 구입해 협력업체들에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2000억원이 투자됐다. 한 해 보르도TV에서 버는 이익이 2000억원 남짓하던 시절이었다. 남다른 디자인과 기술 확보를 위한 직원들의 밤샘 근무가 이어졌고, 크리스털로즈는 2008년 300만대가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 1 보르도 TV(2006). 2 크리스털 로즈 TV(2008). 3 LED TV(2009). 4 3D TV(2010).
■전선(戰線)을 옮기다: 디스플레이에서 광원(光源)으로
삼성전자 TV 사업부는 2008년 초 받아든 성적표를 보고 2007년 세계 시장에서 TV 판매대수·판매액 부문 모두 1위에 올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자만하지 않았다. 꼴찌 시절 겪었던 냉엄한 현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2000년대 초반 반도체사업부나 휴대폰사업부가 연봉의 50%를 특별성과급으로 받을 때 하나도 못 받거나 고작 2%를 받은 아픈 추억을 잊지 않고 있다.
조금씩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여 주었다. 삼성전자 TV사업부에서 15년간 근무한 한 직원은 “과거에는 선진국 공항에 가서 ‘삼성전자’라고 하면 정색을 하며 ‘뭐라고(What)?’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오, 디지털 TV’라고 말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청춘을 이곳에 바친 내겐 굉장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다” 치열한 반성
톡톡 튀는 디자인 개발에 총력
보르도 TV·LED TV·3D TV…히트작 쏟아내며 ‘세계 1위’에
“디지털시대는 On 아니면 Off
새로운 것, 새로운 것만이 살길”
TV사업부는 한창 잘나가던 2008년 하반기에 새로운 혁신 제품을 준비한다. LED TV가 그것이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승리는 똑같은 방법으로 반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투에서 길이 막히면 전선(戰線)을 옮겨야 한다. 적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말이다.
LED TV는 경쟁의 전선을 옮긴 제품이다. TV 구조를 아주 단순화시켜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영상이 나오는 화면(디스플레이) 부분과, 화면에 영상이 나타나도록 TV 뒷면에서 빛을 쏘아주는 광원(光源) 부분이다.
그런데 이전까지 TV 개발과 판매의 초점은 화면(디스플레이)이었다. 가령 브라운관에서 PDP로 갔다가 다시 LCD로 가는 식이었다. 그러나 LCD를 넘어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대신 광원에 주목했다. 기존의 광원으로 쓰던 형광등 대신 LED를 쓰기로 한 것이다. LED는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화질을 더욱 밝고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강점이었다. 게다가 TV 두께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LED를 광원으로 쓰면서 이전까지 10㎝ 정도 되던 TV 두께를 3㎝로 줄였다.
LED는 TV 제조 단가를 높이는 단점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과감히 밀어붙였다. 금융위기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 출혈 경쟁을 벌이는 중저가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 시장의 경쟁이 덜 치열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대신 새로운 TV를 내놨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LED TV’라고 붙여 마치 새로운 디스플레이 소재를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을 줬다.
2009년 세계 경제가 일시적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LED TV는 다시 한번 대박 상품으로 떠올랐다. 경쟁사들도 뒤늦게 LED TV를 내놨지만 LED TV라는 이름 자체가 삼성전자의 브랜드처럼 굳어진 뒤라 오히려 삼성전자 TV가 더 잘 팔리게 되는 역설을 가져왔다.
■평균 단가 떨어지는 시장에서 매출 기록 경신
삼성전자는 올 들어선 3차원(3D) 입체 TV로 시장을 휩쓸고 있다. 사실 3D TV는 국내외 다른 경쟁사들도 어느 정도 준비를 했던 제품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있는 데다가 영화 ‘아바타’로 3D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결국 3D 시장에서 최초가 되기는 어려웠다. 며칠 차이로 최초가 되어본들 소비자의 기억 속에 최초로 각인되긴 힘들었다. 그렇다면 마케팅 전략가 알 리스(Ries)의 말처럼 ‘자신이 최초가 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봐야’ 한다.
삼성전자에 그것은 ‘2.5D’ 기술이었다. 3D로 제작되지 않은 2D 영상이라도 리모컨 버튼 하나로 쉽게 3D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전환하는 획기적인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이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마케팅에서도 남다름을 강조했다. 뉴욕에서 가진 글로벌 출시 행사장엔 영화 ‘아바타’로 3D 바람을 일으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깜짝 등장했고, 3D로 제작한 미국 인기 가수의 영상물이 틀어져 나왔다.
다른 전자제품처럼 TV 역시 해가 바뀔 때마다 판매 단가가 떨어진다. 신제품도 한 해가 지나면 가격이 30%쯤 떨어지곤 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혁신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늘려갈 수 있었다.
TV사업부 개발팀장 김현석 전무는 삼성전자가 다른 회사에 없는 기발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는 “다른 회사처럼 시장 조사를 하고 미래 예측을 하는 부서가 있지만, 기상천외한 방법을 쓰는 건 아니다”라며 “차이가 있다면 누구보다도 새로운 걸 내놓으려고 고민을 많이 한다는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TV 사업부의 좌우명은 ‘아날로그 시대는 1등을 하면 10년을 가지만, 디지털 시대는 온(on) 아니면 오프(off)다’라고 전성호 전무는 전했다. 내년에는 올해 삼성전자가 만들었던 것보다 더 좋은 제품을 경쟁업체들이 반드시 내놓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매년 그 이상의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탁상훈 기자 if@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