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나비효과’… 카드업계 태풍 오나

Updated on 2009-06-12 by

 “SK텔레콤은 파이낸스 사업과 관련해 하나카드의 지분 취득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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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의 출발은 한 줄의 공시였다.
지난달 말 SK텔레콤의 공시가 나온 이후 카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하나은행 카드 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진출은 2003년 카드채 사태 이후 카드 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며 “관련 부서에서 SK텔레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힘=휴대전화와 지갑. 급하게 외출하더라도 꼭 챙기는 두 가지다.
SK텔레콤이 카드업에 진출하면 이 두 부문에서 사업을 하는 유일한 기업이 된다. 게다가 신용카드 기능을 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이미 나와 있다. 지갑이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카드업계가 롯데백화점이나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는 카드가 등장했을 때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금융학)는 “통신과 금융의 융합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미래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

카드 사업의 핵심은 네트워크다. 회원과 가맹점이 카드를 통해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은 이미 카드사라 해도 될 만한 수준이다. 2300만 명의 가입자는 대형 카드사 회원 수보다 많다. 이 가운데 약 40%가 멤버십 회원이다. SK그룹에는 ‘OK캐쉬백’도 있다. 회원 수가 3000만 명이 넘고, 카드사 못지 않은 부대 서비스와 가맹점을 두고 있다. 영업망도 확실하다. 전국 2000여 개의 이동통신 대리점을 언제든 카드 모집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린 학생들도 휴대전화를 쓰고 SK텔레콤의 멤버십 카드를 가지고 있다”며 “고객 선점 측면에선 SK텔레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카드시장의 벽=힘은 넘치지만 SK텔레콤이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제조업이 모태인 SK가 카드사를 소유하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이 통과돼야 한다. 하나은행과 카드사 지분 문제도 합의해야 한다. SK텔레콤은 2002년 전북은행 카드 부문을 인수하려다 포기했다.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인 점도 부담이다. 경제활동 인구 한 명이 카드를 평균 4장씩 가지고 있다. ‘카드 거품’이 있었던 2003년 수준(4.1장)에 다다랐다. 불황으로 카드 사용액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구매력 면에선 SK텔레콤도 힘이 달린다. 차를 구입하면서 카드를 만든 고객과 이동통신을 쓰면서 카드를 만든 고객의 카드 사용액은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당경쟁 vs 소비자 이익=카드업계엔 역시 긴장감이 감돈다.
‘땅 따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해 회원 수가 많은 카드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집안단속도 골칫거리다. 신규 사업자는 기존 카드사 직원이나 영업사원을 스카우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선 하나은행 카드 부문의 연봉이 얼마라는 식의 얘기가 돌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 진입 초기엔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신용카드학)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카드사별 특성이 분명해지면서 카드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며 “소비자는 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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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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