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⑦ 세컨드 라이프]
사이버 공간에는 중력이 없다
무대리가 과장을 거느리고 ‘30대 전문대 졸 무직자’가 논객으로 뜨는 세상, 세컨드 라이프의 전제군주는 인류의 해방자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독어독문과
세컨드 라이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건축가 문훈을 통해서였다. 이 괴짜 건축가는 건축에 디지털 논리를 도입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건축에 내러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마치 만화처럼 이어지는 스토리를 가진 작업의 첫 단계는 건물의 스케치로 시작된다. 얼마 뒤 그 가상의 스케치는 육중한 건물이 되어 현실 공간에 나타난다. 건축이 끝나면 건물은 다시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건물의 바닥에는 이제 해파리 촉수 같은 것들이 돋아나고, 그것으로 공기를 휘저어가며 건물은 하늘로 날아오른다. “어디로 날아가는 겁니까?” “예, 세컨드 라이프 속으로요.” 이미 세컨드 라이프에 부지까지 사놓은 그는 거기서 건물을 분양할 작정이라고 했다.
마침내 테러가 발생하다
얼마 전에 어느 외국의 인터넷 신문에서 읽은 기사. 듣자하니 세컨드 라이프에도 마침내 테러가 발생했단다. 처음에는 그저 몇몇 사이버 산보객(flaneur)만이 거닐던 이 한가한 가상세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날아온 수백만 가입자가 북적거리는 거대한 대안 세계로 변했다. 현실에서처럼 거기서도 참가자들은 자신이 제작한 가상의 상품을 서로 사고팔고, 기업들 역시 이 가상세계의 잠재적인 경제가치에 주목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끈끈한 물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곳에서는 당연히 정치적 문제도 발생하는 법. 현실에서도 그 정치적 갈등은 종종 테러와 같은 극단적 방식을 취하지 않던가.
자신을 ‘세컨드 라이프 해방군’(Second Life Liberation Army)이라 부르는 해커들이 마침내 수백만 세컨드 라이프 주민들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주민들의 참정권과 투표권을 요구하며 이 해방의 전사들은 세컨드 라이프의 개발자이자 지배자인 린든랩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사실 세컨드 라이프가 현실이라면, 린든랩은 전제군주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테러는 목표로 삼은 상점에 하얀 공 모양의 폭탄을 터뜨려 그 근처에 있는 아바타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식이다. 물론 교란의 시간은 짧고 세컨드 라이프의 아바타들에게도 큰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테러는 테러. 해방군의 행동 역시 실제 테러처럼 짧고 강력하고 인상적이다.
워낙 흥미로운 사건이니 이러쿵저러쿵 말이 없을 리 없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테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며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실에서처럼 그곳에서도 견해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확연히 갈리는 모양이다. 그 격렬한 논쟁의 주요 흐름을 어느 신문이 아주 깔끔하게 요약했다. “좌파의 시각: 사이버공간에 기업의 돈이 들어와서 문제가 생겼다. 우파의 시각: 사이버공간에 테러리스트들이 들어와서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제3의 견해. “자연주의자의 시각: 사이버공간에 인간이 들어와서 문제가 생겼다.” 맞아, 그곳도 결국은 인간이 사는 곳이지….
게리 쿠퍼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세컨드 라이프에 들어오는 아바타의 실제 주인을 추적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바타와 실제 주인을 사진으로 병치시켜 보여주는데, 그 두 캐릭터가 서로 흡사한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둘이 너무나 달라 시각적 충격을 던져주기도 한다. 가령 강력한 물리력을 갖춘 로보캅을 아바타로 삼은 사람은 알고 보니 병상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아가는 가녀린 소녀였다. 그에게 아바타는 신체 이상이리라. 세일러복을 입은 아리따운 여고생의 아바타를 입은 사람은 알고 보니 40대의 뚱뚱한 아저씨였다. 그에게 아바타는 아저씨의 신체 깊숙한 곳에 잠재된 또 다른 정체성의 발현이리라.
복수화한 ‘아이덴터티’
‘정체성’(identity)이라는 말은 동시에 ‘동일성’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현실은 우리에게 오직 하나의 정체성만을 갖도록 강요한다. 예를 들어 남자는 남자로 확인되어야 하고, 여자는 여자로 확인되어야 한다. 이 규칙을 깨고 남자가 여장을 하거나 여자가 남장을 할 경우, 곧바로 ‘변태’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듯이 모든 사람에게는 아니마와 아니무스, 즉 남자 속의 여자, 여자 속의 남자가 있다. 다만 그것이 ‘정체성’의 미시정치 속에서 발현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의 아바타는 한 사람이 다수의 정체성을 갖는 것을 허용한다. 과거의 ‘내 자신’(myself)은 세컨드 라이프 속에서 ‘내 자신들’(myselves)이 된다.
현실에서는 언제 잘릴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무능한 대리가 퇴근 뒤에는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 10만의 추종자를 거느린 영주가 될 수 있다. 심지어 현실에서 그토록 자신을 구박하던 과장이 자신의 추종자 속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무대리의 탁월한 능력은 현실에서는 발현될 수 없었던 것이고, 온라인 게임이 없었다면 아마 그는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죽었을 것이다. 가상세계가 없었다면 미네르바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학벌주의로 병든 한국의 현실에서 누가 ‘30대의 전문대 출신 무직자’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세계는 누구에게나 잠재된 능력의 발현지이기도 하다.
물리적 공간과 달리 사이버공간에는 중력이 없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우리는 중력을 이기고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다. 가상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신체성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갖게 된다. 세컨드 라이프를 드나들며, 우리는 신체화(embodiment)와 탈신체화(disembodiment)를 번갈아 체험하게 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영적 체험을 세속화한 것이기도 하다. 가령 세컨드 라이프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바타의 이미지는 공교롭게도 17세기 이탈리아에서 갑자기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는 성 주세페의 그림을 닮았다. 하늘을 날기 위해 더 이상 신의 은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컨드 라이프 속에서 우리 모두는 성인이 될 수 있다.
현실의 세계는 하나이지만, 가상의 세계는 여럿일 수 있다. 영국의 미디어 이론가 로이 애스콧은 세 개의 ‘VR’에 대해 얘기한다. 하나는 물리적 법칙이 작용하는 ‘검증현실’(validated reality), 둘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셋째는 식물의 환각작용을 이용해 입장할 수 있는 ‘식물현실’(vegetable reality)이다. 가령 브라질에는 환각제를 이용해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일상적인 종교활동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애스콧은 이제 인류는 물리적 신체와 가상적 신체와 환각적 신체를 갈아입으며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 거기서 또 다른 세계로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누가 인간에게 구금형을 내렸나
물리학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통로를 ‘웜홀’이라 부른다. 웜홀은 두 개의 구멍 밖에 있는 두 개의 우주를 연결하며, 그 사이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인 셈이다. 애스콧은 이 동사를 명사로 만들어, 인간이 검증현실에서 가상현실로, 거기서 식물현실로, 거기서 다시 검증현실로 넘나드는 것을 ‘웜홀링’이라 부른다. 사회에 요구되는 이상적 인간상은 역사적으로 변화해왔다. 애스콧은 미래의 이상적 인간은 이렇게 여러 개의 세계를 넘나드는 웜홀링의 능력으로 규정될 것이라 말한다. 누가 인간을 단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단 하나의 세계에 살도록 구금형을 내렸던가.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린든랩은, 세컨드 라이프 해방군이 주장하듯이, 사이버 공간의 전제군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오직 물리적 공간에서만 살아가야 했던 인류의 위대한 해방자였다.
익명 뒤로 숨다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도구 ‘아바타’… 누가 뭐래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퍼스트 라이프’
■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
몇 년 전 미국에서는 70대 노인이 인터넷에서 25살 여성 행세를 하며 중년 남자들과 성적인 채팅을 나누고 선물도 받아챙기는 등 수년간 이중생활을 하다가 발각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의 밤과 낮은 지킬 박사과 하이드처럼 굉장히 달랐다. 평소 이웃들에게 ‘점잖고 인자한 할아버지’로 통하던 그의 집은 온통 젊은 여성 행세를 하며 얻은 속옷과 보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인은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세계에서 ‘되돌릴 수 없는 젊음’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고 있었다.
네티즌들이 아이디(ID)를 얻는 순간 성격이 돌변하듯, 작가는 ‘필명’을 얻는 순간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한때 전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미즈노 순페이 교수는 2004년부터 <사피오> <쇼쿤> <겐다이코리아> 등 여러 일본 잡지에 ‘노히라 슈스’라는 필명으로 한국 때리기에 열중하는 글을 싣곤 했다. 평소 한국 TV에 비친 모습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글이었다. 그는 두 개의 이름을 오가며 두 개의 국적으로 분열적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음란서생의 필명, 네티즌의 아이디
영화 <음란서생>의 김윤서(한석규 분)는 당대 최고의 문필가로 이름난 작가이지만, ‘추월색’이라는 필명 속에 자신을 숨기면서 음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에게 필명은 억압적인 현실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익명의 방패막이’다. <반칙왕>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던 김대우 감독은 ‘반칙왕’ 송강호에게 가면을 씌워주듯 한석규에게 필명 ‘추월색’과 함께 ‘안경’을 씌워준다. 그가 안경을 끼고 추월색이 되는 순간, 그의 성적 상상력은 시대를 초월한다.
이처럼 사람들에겐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구와 함께 현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순적인 욕망이 있다. 이 점에 착안해, 미국의 과학소설가 닐 스티븐슨은 자신의 공상과학(SF)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1992)에서 가상의 나라 ‘메타버스’(Metaverse)를 창조하고 그리로 들어가려면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평소 피자배달부로 살고 있는 주인공 히로는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뛰어난 검객이자 해커다. 메타버스 안에서 퍼지고 있는 신종 마약 ‘스노 크래시’가 가상공간 속 아바타의 주인, 즉 현실세계 사용자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노 크래시의 실체를 추적하면서 히로는 거대한 배후 세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한 시절, 이 독창적인 이야기는 천재 과학자 필립 로즈데일에게 창조적 영감을 준다. 이 소설을 읽는 순간, 그의 뇌 속에는 이미 메트릭스 같은 세상이 통째로 들어서게 됐고, 그는 ‘필립 린든’이라는 필명으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는 3차원 가상세계를 창조한다.
2003년 린든랩에 의해 처음 선보인 세컨드 라이프는 수많은 아바타들이 모여 사는 온라인 3차원 가상세계다. 우리는 그 안에서 나만의 아바타와 이름을 가지고 현실세계와는 다른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이 꿈꾸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고 자신이 그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그 안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 수 있고, 토지를 소유할 수도 있으며, 그 안에서 통용되는 전자화폐를 현실 화폐로 환전할 수도 있다.
왜 세상의 기대만큼 붐비지 않을까
이 사이트는 처음 만들어지자마자 현실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많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세컨드 라이프의 주민이 될 수 있는 시간만 기다렸다. 세컨드 라이프를 창조한 린든랩은 21세기 가장 전도유망한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세컨드 라이프의 조물주란 별명이 붙은 로즈데일의 목표는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처럼 ‘꿈꾸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세컨드 라이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기발한 아이디어에 나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필립 로즈데일의 비전이 샘나도록 부러웠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세컨드 라이프는 왜 세상의 기대만큼 그다지 붐비지 않는 걸까? 현재 세컨드 라이프에 등록된 가입자는 전세계적으로 1300만 명 정도. 이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가입자는 수십만 명에 불과하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3만∼4만 명 선에 머물고 있다. 린든랩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상의 기대만큼 폭발적이진 못한 게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기술(IT) 환경에 살고 있는 한국 사용자들을 공략하기에 세컨드 라이프는 문제가 많다. 가상공간 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한글 서비스’가 턱없이 미흡하고, 우리나라 사용자들에게 인지적으로 친숙한 환경도 아니다. 게다가 국내 게임산업진흥법은 온라인 게임에서 얻은 유·무형 결과물의 환전을 금지하고 있어 세컨드 라이프와 ‘퍼스트 라이프’(First Life·현실세계) 사이의 관계는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세컨드 라이프는 대중적 욕망을 정확히 포착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임에도, 사람들이 아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람들은 이미 수많은 게시판과 채팅방을 통해 세컨드 라이프적인 삶을 살고 있다. 3차원 사이버 공간과 아바타만 없을 뿐, 세컨드 라이프가 채워줄 욕망을 이미 수많은 게시판 사이에서 풀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가 사람들을 모으려면 게시판과 채팅방, 블로그 등이 채워줄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시해야만 한다.
세컨드 라이프의 강력한 경쟁자는 누가 뭐래도 퍼스트 라이프다. 현실세계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선 가능해야 한다. 물건을 사고팔거나 땅을 소유하는 등 또 다른 평범한 일상을 살기 위해 세컨드 라이프에 들어가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내밀한 욕망의 분출구가 될 수 없다면, 세컨드 라이프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동안 통제가 거의 없었던 세컨드 라이프도 질서가 무너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운영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판단한 모양인지, 얼마 전 성인물을 통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유분방’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세컨드 라이프도 점점 퍼스트 라이프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탈의 꿈’마저 현실로
세컨드 라이프에 존재하는 아바타는 내겐 여전히 ‘타자’다. 이제는 친숙한 단어가 된 ‘아바타’는 분신·화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avataara’에서 유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나를 대신해줄 사이버공간의 분신으로는 역부족이다. 로즈데일은 어느 과학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아바타가 웹과 웹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가상공간 이동 프로그램을 IBM과 함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지금은 플랫폼이 달라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세컨드 라이프 속 아바타가 네이버나 싸이월드 속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우리는 내가 만든 ‘아이디’ 하나만으로 새로운 인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활보하는 아바타가 나로 인식되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선 ‘내가 나를 인식하는 뇌영역’(self-center)이 어디인지 찾는 데 분주하다. 내 아바타를 봤을 때 이 뇌영역이 활성화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부터 세상은 로즈데일 편이 될 것이다!
흔히들 사이버공간은 ‘무한한 캔버스이자 창조적인 놀이터’라고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그곳에서 나에 대한 모든 세상의 기대와 의무, 도덕적 잣대와 법적 심판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일탈’을 꿈꾼다. 설령 그것이 한낮에 꾸는 ‘나비 꿈’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현실세계가 세컨드 라이프와 점점 더 닮아가는 오늘날, 안타깝게도 내 ‘일탈의 꿈’은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생활이 되고, 그저 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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