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크리스토퍼 우드 엘카코리아 사장 “저평가된 한국에서는 명품 브랜드 못나온다”

Updated on 2018-02-27 by

국가브랜드와 따로 노는 한국 기업들…한국 브랜드 자산부터 세계에 알려야 
 
 삼성, LG 등 우리 브랜드들이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에게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지닌 기존 명품들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에서 신생 브랜드가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아직 세계화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도 부족하다.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로더사의 한국지사인 엘카코리아(ELCA Korea). 이곳을 전두지휘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우드(Christopher Wood) 사장을 만났다. 수많은 국가에서 명품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한 글로벌 CEO 우드 사장으로부터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마케팅의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크리스토퍼 우드 사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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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온타리오 대학에서 경제, 수학, 경영학, 법학을 전공했으며 프랑스의 세계적인 MBA스쿨인 인시아드(INSEAD)를 졸업했다. 세계 최대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그룹에서 프랑스, 노르웨이, 이태리 지사 임원을 거쳤다. 이후 에스티로더(Estee Lauder), 클리니크(Clinique), 아라미스(Aramis), 바비브라운(Bobby Brown), 아베다(AVEDA) 등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에스티로더 그룹에 합류해 뉴욕, 독일, 캐나다, 한국, 일본지사의 CEO를 역임했다. 2005년부터 ‘한국이 좋아서’ 한국으로 돌아와 엘카코리아의 CEO로 재직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국가에서 생활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다.

Q. 최근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한 단계 더 나아가 ‘명품 브랜드’로서 거듭나기를 원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마케터로서 한국 기업들의 이러한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드: 삼성이나 LG 얘기를 하면 ‘중국기업 아니었어?’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도대체 왜 한국기업들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가? 삼성과 LG 제품들이 한국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는 한국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한국이 어떤 시장인지는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상당히 많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한다. 우선 한국에 대해서 알려라.


이미 한국에는 명품 브랜드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세계 1위 조선 국가는?”하고 묻는다면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노르웨이? 아니면 어디지?”라고 할 것이다. 한국인데도 말이다. “세계 1위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항공사는?”이라고 물으면 대부분 외국인들이 “싱가포르 항공”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아시아나 항공이 세계 항공사 서비스 부문 1위를 했다. 나는 이 기사를 한국의 한 영문판 신문의 손바닥만한 기사에서 읽었다. 왜 한국이 지닌 세계적인 자산들, 명품 브랜드들을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지 안타깝다.


Q. 이미 국가간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는 글로벌 시대다. 국내 대기업들도 그래서 ‘한국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브랜드 전략에 있어서 굳이 한국이라는 국적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

우드: 국가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 없이 브랜드도 없다. 한국이라는 브랜드부터가 강력해져야 한국기업들이 명품 브랜드로 클 수 있다.


벤츠나 포르쉐, BMW 같은 차를 타면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왜일까? ‘독일차’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술과 디자인 감각을 갖춘 나라인 독일에서 나온 차는 명품 반열에 오른다. 아우디 브랜드를 보라. 아우디는 다른 브랜드보다 뒤늦게 출시됐지만 독일차라는 후광을 입고 역시 명품 브랜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펌글]크리스토퍼 우드 엘카코리아 사장 “저평가된 한국에서는 명품 브랜드 못나온다” 1


한국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삼성, LG,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다른 브랜드들도 기가 막히게 뛰어난 ‘한국산’이라는 믿음부터 심어줘야 한다. 기업이 만든 브랜드가 명품 반열에 오르고, 그 위치를 계속 키워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브랜딩(sustainable branding)’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의 핵심은 우선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볼 때 한국이라는 나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평가된 브랜드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이미지로는 명품 브랜드가 나오기 힘들다.





Q. 그렇다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우드: 한국은 ‘성장하지는 않지만 정치적 힘이 강력한’ 일본과 ‘미친 듯이 성장하는 매력적인 시장인’ 중국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다. 자신만의 색깔과 브랜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비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한국적인 시각’에 머물다 보니 세계시장에서 자신들을 마케팅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단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세계인들의 시각과 취향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이라는 광고를 봤다. 한국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이미지 광고였다. 내가 아는 외국인들 중에서 그 광고를 보고 ‘한국에 오고 싶다’고 하는 사람 못 봤다. 전혀 쿨(cool)하지 않았다. 외국인들의 눈이 아닌 한국인의 눈으로 만든, 당황스러운 콩글리쉬 광고였다. 반면 ‘말레이시아, 진정한 아시아(Malaysia, truly asia)’, ‘놀라운 인디아(Incredible India)’광고는 ‘아, 저기 진짜 가보고 싶다’라는 욕구(desire)를 확실히 자극한다. ‘어떤 이미지를 알리고 싶은가?’라는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그리고 광고를 만들 때에는 외국인 기획자들을 팀에 끼워 넣어야 한다. 외국인을 설득하고 싶다면 외국인들의 언어와 방식으로 알려야 한다.


Q.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환율급등, 투자자금 유출 등의 어려움도 결국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문제로 보는가?

우드: 한국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 다만 브랜드가 취약할 뿐이다. 한국을 현금자동인출기(ATM)라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외국인들이 돈을 투자해 불린 후에 다시 다 뽑아서 해외로 가져가는 데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브랜드를 강화하지 못하면 계속 외국 투자자들이 들락날락 거리게 된다. 왜 이번 위기에서 한국이 유독 환율이 급등했을까? 외화가 유출될까 전전긍긍하는 한국정부는 왜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할까? “지금 외환보유고가 2500억 달러나 된다”라고 소리치는 것은 효과가 없다. ‘그 돈도 결국 기회를 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 취약성을 극복하려면 한국이 세계화 해야 한다. 세계화의 핵심은 투명성 확보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에서는 재벌들이 앞장서야 한다. 한국 재벌들이 GDP의 60%를 좌우한다. 만약 이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투명성은 개선되기 힘들다. 투명성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이것이 ‘안정성(stability)’을 보장한다. ‘아직까지 한국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외국인들에게 퍼져 있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을 알려야 한다.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을 이해할수록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야 명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가?

우드: 명품 브랜드가 되려면 첫째, 사람들에게 당신 브랜드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둘째, 당신 브랜드가 왜 다른 브랜드와 다른지 알게 하라. 셋째, ‘왜 내가 이것을 사야 하는가?’를 알게 하라. 명품에 있어서 퀄리티는 이슈가 아니다. 이미 퀄리티는 기본이다. 명품은 감정적 만족의 문제다. 내가 경험해보고 싶은 제품, 나를 흥분시키는 경험을 제시하라.


Q. 한국에서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명품’을 표방하며 등장하지만 곧 사라지고 항상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들이 태어난다. 브랜드를 관리하는 방법, 즉 오랫동안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경영자들이 명품 브랜드 마케팅에서 어떤 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가?

우드: 첫째, 자신이 가진 브랜드의 DNA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의 DNA와 이미지를 제품과 통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한국 경영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포장, 새로운 제품 등 늘 ‘새로움’을 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은 새로워야 한다. 하지만 ‘브랜드’에 있어서 만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클리니크 브랜드의 ‘3단계 케어’라는 DNA는 40년 동안 유지돼 왔다. 패키지와 제품은 끊임없이 개선됐지만 DNA는 그대로다.


우리 경쟁사 제품 중에 아모레 퍼시픽의 ‘설화수’가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1위 매출 브랜드다. 물론 올해 에스티로더가 이 순위를 뒤집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화수는 외국인들 눈에도 한마디로 완벽한 블루오션 제품이다. ‘동양의 신비로운 효과를 지닌 천연원료, 한국인삼 등으로 만들었다.’ 정말 신비롭고 섹시한 컨셉의 브랜드 아닌가? 이 브랜드는 자신만의 고유한 DNA가 살아 있다. 그런데 수출용으로는 고유의 DNA를 지닌 설화수가 아닌 ‘아모레 퍼시픽‘이라는 브랜드를 썼다. 왜 충분히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설화수 브랜드로 해외시장을 공략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자동차의 i30와 같은 브랜드는 해외에 출시해도 동급의 명품 시장에서 1위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차는 폭스바겐 골프와 경쟁할 만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이 브랜드의 경쟁자는 인도의 타타가 생산하는 저가 자동차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큰 문제가 안 된다. 현대•기아차가 왜 자꾸 스펙에 비해 낮은 가격을 내세우는 전략을 쓰는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해외 진출 브랜드를 경영진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도 모르겠다.


해외 브랜드 전략에 있어서는 의사결정자인 한국의 CEO들과 임원들의 마인드가 아닌 해외 고객들의 눈으로 제품을 봐야 한다. 또한 당신 브랜드 고유의 DNA가 충분히 세계적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 DNA의 우수성을 외국인의 언어로, 그들의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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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특정한 제품이 브랜드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스티로더의 에센스를 보자. 이 제품은 ‘갈색 병 에센스’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에스티로더라는 브랜드를 아는 소비자가 50~60%였다. 하지만 ‘갈색병’이라고 하니 70~80%가 알았다. 이렇게 되면 브랜드가 잘 나가는 제품에 압도된다. 물론 제품이 잘 팔리면 매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다.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 하에 통합되어야 한다. 만약 그 제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게 되더라도 브랜드는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의 타겟이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립스틱 효과’라는 말은 불황이 되면 명품을 쓰고 싶은 소비자들이 비교적 값싼 아이템인 ‘립스틱’을 사서 자기만족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에스티로더 브랜드의 타겟은 이러한 립스틱 같은 저렴한 색조 화장품 구매자들이 아니다. 립스틱을 사는 고객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주력품목인 에센스, 크림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핵심 타겟이다. 이 핵심 타겟들이야 말로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의 브랜드를 고수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고객들을 확보해야 다른 제품들을 출시했을 때 그 제품들도 함께 매출이 올라간다. 이것이 도미노 효과다. 외부 상황에 따라 우리의 타겟을 흐려서는 안 된다.


셋째, 다른 ‘잘나가는 브랜드’들의 전략에 한눈을 판다거나 그에 의해 주의가 산만해져서는 안 된다. 만약 우리 브랜드의 경쟁자가 어떤 캠페인으로 큰 히트를 쳤다고 하자. 마음이 심란해질 것이다.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할까?’ 남을 따라서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마라.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 집중하라.


Q. 현대차만 해도 제네시스를 미국시장에 출시하며 고급 세단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값싼 차 제조업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서 명품 브랜드가 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고정된 이미지를 어떻게 탈피할 수 있을까?





 [펌글]크리스토퍼 우드 엘카코리아 사장 “저평가된 한국에서는 명품 브랜드 못나온다” 2
우드: 현대 그랜저도 그랬지만 제네시스는 정말로 훌륭한 차다. 얼마 전에 열린 200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The 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로 선정됐다고 들었다.
그렇게 훌륭한 차인데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사실은 타겟팅도, 마켓에 대한 접근전략도 어설프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경우 핵심 타겟을 잘못 잡은 것 같다. 광고 메시지를 보면 제네시스의 타겟은 ‘럭셔리 세단을 사고 싶지만 돈은 좀 모자라는’ 사람들에게 맞춰졌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잘못된 타겟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 가지 럭셔리 세단을 경험해 본 ‘돈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세단을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파고들었어야 했다.


현대•기아차가 겉으로는 ‘고급, 명품’이라고 큰소리 치지만 속으로는 ‘과연 사람들이 그렇게 봐 줄까?’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명품브랜드가 될 수 없다. 자기 브랜드에 확고한 자신감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


LG와 삼성이 블랙패널 TV를 모두 시장에 내놨다. 아마도 이 두 회사의 제품이 시장에서 가격대비 퀄리티는 최고로 높을 것이다. 하지만 소니의 제품 가격이 훨씬 높다. 왜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그만큼 요구할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새 집에 놓을 가전을 사려고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갔다. 점원이 대뜸 삼성이나 LG가 아닌 엄청나게 비싼 ‘소니’ 제품을 권하더라. 스스로가 한국 브랜드가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브랜드 자신감부터 회복해야 한다.


현대차는 전략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요즘 현대차의 전략을 보면 명품 브랜드와 경쟁하기 보다는 시장에 ‘끼어들기(sneak-in)’ 전략을 쓰는 것 같다. 방법이 틀렸다. 먼저 도요타, 닛산, 미국자동차 경쟁 브랜드들부터 이기고 그 다음으로 벤츠나 BMW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하는 단계로 올라서는 게 좋았을 것이다.


또한 후속으로 나온 제네시스 쿠페(Coupe)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아 당혹스럽다. 업그레이드 된 투스카니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제네시스 쿠페는 북미에서는 런칭 안 하는 게 낫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깎아 내릴 위험이 있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코카콜라가 몇 년 전에 새로운 맛의 콜라를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재난이었다. 6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코카콜라는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 ‘클래식 코카콜라’라는 이름을 붙여 예전 콜라를 다시 마케팅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은 멀어졌다. 이것은 마케팅 역사상 최악의 스토리다. 제네시스 쿠페가 이런 상황을 만들 수가 있다.


Q. 그렇다면 새로 명품 브랜드를 출시할 때, CEO나 임원들은 최우선 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
우드: 첫째, 얼마나 오래 투자하겠는가, 둘째, 당신이 원하는 성과를 얻기 전까지 얼마나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셋째, 당신이 그것을 유지할만한 돈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당신의 타임 프레임과 투자전략부터 점검하라.


Q. 일단 출시된 제품이 명품으로 자리잡을지 아닐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언제까지 투자를 더 해야 하고, 아니면 브랜드를 여기서 그만 포기할지를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결정해야 하나?
우드: 명품 브랜드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명확하다. 결국 소비자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 소비자 조사를 철저히 하라. 소비자들의 반응을 철저하게 조사해 보면 그 제품의 가능성은 답이 나오게 되어 있다.


Q.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CEO들에게 국제경험이 풍부한 경영자 입장에서 조언을 한다면?
우드: 첫째, 장기적인 전략계획을 세워라. 명품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10년 이상의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투자를 할 생각해야 한다. 적게 쓰면 적게 얻고 크게 쓰면 크게 얻는 게 비즈니스다. 투자하지 않으면서 브랜드가 크기를 바라지 말라. 조급하게 굴어서도 안 된다. 5년간 아무런 성과가 없더라도 말이다. 한국 경영자들은 항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비즈니스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보면 ‘장기’는 한 달, ‘중기’는 한 주, ‘단기’는 오늘 내일인 경우가 태반이다.


둘째, 재능경영(talent management)을 하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인이 되고자 하면 CEO 자신부터 한국이라는 국경을 넘어선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확고한 비전을 갖고 ‘어떻게 글로벌 팀을 조직할 것인가?’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를 매니징 해야 한다. 재능 있는 사람들을 조직하고 관리, 지원하는 것이 CEO의 역할이다. 또한 인재들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한다. 훌륭한 인재들이 CEO들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실현시켜준다. 특히 외국인 직원을 반드시 채용하라. 그 사람들이 세계시장에서는 전문가들이다. 최근 LG 등 한국 기업들이 외국인 임원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한두 명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을 채용하는 데 언어장벽은 문제가 안 된다. 다양한 해외인재들을 써야 한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세워라.


셋째, 재능(talent)과 기술(skill)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세워라. 나는 사원들에게 항상 “자네의 재능은 뭔가?”라고 묻는다. 나는 부장이 될만한 스킬이 있는 사람을 부장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사처럼 행동하는 젊은이를 채용한다. 도전정신이 투철한 사람들, 자극적인 사람들이 인재들이며 이들은 회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발전하게 만든다. 반면 한 회사에서 수십 년 간 일하면서 안정된 일을 해온 사람들, 스킬만 완벽한 사람들은 결국 거기서 도태된다. 40대에 은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물려줄 수도 있고 팀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들은 훌륭한 부하들을 키우고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CEO가 풀타임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오랜 기간 CEO로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기술만 가진 리더는 도태되지만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리더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Q. 한국기업이 외국에 진출하는 경우 본사 또는 본사에서 파견한 사람들과 현지 직원들간의 불협화음이 문제가 되곤 한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라든지, 글로벌화의 장애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우드: 한국 기업들이 한국 사람들을 해외지사장으로 파견하는 것은 ‘본사의 의사를 잘 전달하고 실행할 사람’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해외지사의 CEO는 본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방적으로 본사의 전략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그 지역의 의사를 본사에 전하는 사람, 본사를 설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직원들은 파견된 경영자가 곧 ‘돌아갈 사람’이라고 인식한다. 만약 CEO가 정말 싫은 사람이면  ‘그래 2년만 참으면 돼. 곧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할 것이고 좋은 사람이라면 ‘돌아가면 보고 싶겠네’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나의 팀’으로 끌어들여 뭉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회사를 대표해서 여기 온 것이 아닌 당신들을 대표해서 회사를 설득하는 사람’이라고 그들을 확신시켜야 한다. 이런 팀을 만들게 되면 직원들은 CEO의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실행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Q. 만약 한국의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어떤 요소들이 DNA가 될 수 있을까?

우드: 첫째, 아름다운 지형이다. 산과 호수, 강, 바다가 이렇게 고루 펼쳐진, 혜택 받은 나라가 없다. 등산을 하고, 스키를 타고,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도심을 흐르는 강에서 윈드서핑을 하는 등 이 모든 것을 한 나라 안에서,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나라다. 둘째, 한국의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다. 왜 전략적으로 마케팅하고 수출하지 못하는가?
셋째, 문화유산도 세계적이다. 미국이 아직 문명화 되지도 못했던 인디언 시대였을 때 이미 한국에서는 백제, 고구려, 신라, 고려 등 수천 년을 이어온 문명사회가 이룩돼 있었다. 넷째, 노래 좋아하고 잘 모여 노는 한국인의 감정적이고 정열적인 기질도 훌륭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요소들의 조합이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큰 자산이다. 하지만이 모든 것들을 한국이라는 좁은 지역에서만 누리고 있을 뿐 밖으로 알리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 수십 년 간 캐나다 외교관으로 활동해 세계를 다니셨던 내 아버지가 한국에 방문했다. “아니 이렇게 세계적으로 훌륭한 자산들이 잔뜩 있는데 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를 높이지 못하는 거냐.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Q: 외국인 투자자로서 한국의 매력과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우드: 앞서 말한 많은 지리적인 요건, 음식, 문화, 사람 다양한 브랜드 자산이 한국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덧붙여 수술이나 치료 등 의료수준은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진단이나 예방의학 분야는 발달이 덜 됐다. 앞으로 물리요법, 예방의학은 한국이 발전시켜야 할 기회시장인 것 같다. 


단점은 외국투자자들이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해도 변변한 외국인 학교가 몇 개 없다. 게다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려 해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왜 이런 사람들은 고용법에 의해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가? 영어를 할 줄 아는 필리핀 사람을 쓰려면 인건비가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3~4배가 높다. 서울의 공해도 문제다. 홍콩처럼 심해지고 있다.


일단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려면 왜 한국이 훌륭한 나라인지를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 해야 하고, 정부차원에서 잘 규제되는, 보다 향상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경영연구원 김효춘 책임연구원 hckim@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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