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기업-고객 블로그로 通했다

Updated on 2009-01-31 by

 기업들 앞다퉈 블로거로 변신, 고객과 직접 대화 나서
홍보 위주인 홈페이지와 달리 쌍방향 소통의 창구로 ‘안녕하세요. 기아 버즈 팬 여러분. 기아의 ‘쏘울’ 컨셉트카를 만들던 초기 디자인 과정에 대해 제 얘기를 여러분과 나누게 돼 너무나도 기쁩니다. 제 이름은 마이크 토르페이고, 저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기아 아메리카 디자인 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9일 기아차의 공식 영문 블로그인 기아 버즈(www.kia-buzz.com)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글이다. 토르페이씨는 기아 버즈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한국 남양연구소에 있는 쏘울 디자인팀에 합류해 겪은 일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주어는 ‘저(I)’이고 글을 읽는 상대방은 ‘당신(You)’이다. 그의 글은 ‘쏘울의 다음은? 계속 주목하시길’이라고 끝맺음을 했다. 토르페이씨의 글 다음으론 기아차 지속가능경영팀의 노계완씨가 ‘글로벌 청년 봉사단’과 중국에 다녀온 얘기를 소개하고 있다. 회사 공식 사이트라는 냄새가 나질 않았다.


[펌글]기업-고객 블로그로 通했다 1
 
삼성전자의 햅틱 공식 블로그(haptic.anycall.com)도 제품 홍보와는 거리가 멀다. 제목만 보면 ‘햅틱3가 나온다면 이런 점을 고쳐주세요’ ‘편하지만 아쉬운 햅틱2 일정관리 기능’ ‘햅틱2로 찍는 집밖의 풍경’ ‘햅틱2를 위한 거치대 겸용 2009년 달력 만들기’ 등 블로거(블로그 운영자)가 자유롭게 쓴 글이 올라와 있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로그는 원래 개인들의 전유물이었다. 블로그는 웹(web) 로그(log·일지)의 준말로 일반인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일기, 칼럼, 기사, 사진 등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에만 관심이 머물러 있었다. 2002년 이후 개인의 블로그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기업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매일 세계적으로 7만개 이상의 블로그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은 어쩌다 블로그를 개설해도 홍보 차원의 성격이 강했다. 초기엔 홍보대행사, 웹에이전시, 입소문마케팅대행사 등이 블로그 운영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과 소비자 간의 대화라는 의미의 블로그는 거의 없었다. 일부 기업들은 블로그를 악성 루머의 발원지로만 간주해 아예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델 컴퓨터, 고객 블로그 항의 글로 주가 하락
기업 블로그 개설하고 대화 나선 후 효과 톡톡


그러나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자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돼 버렸다. 그 계기가 됐던 게 2005년 미국의 델 컴퓨터 사건이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블로거 제프 자비스(Jeff Jarvis)가 개인 블로그 버즈머신(www.buzzmachine.com)에 1600달러짜리 델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지 글을 써서 올렸다. 수십 번의 이메일을 보내고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도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쓴 것이다. 평소에 블로그에 관심이 없었던 델 컴퓨터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거 사이에서 제프 자비스의 글은 화제가 됐고, 온라인 미디어를 거쳐 신문에까지 보도가 됐다. 이 사건으로 주가까지 떨어졌다. 결국 경영진이 제프 자비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후 델 컴퓨터는 기업 블로그(www.direct2dell.com)를 개설했고 그 효과를 봤다. 일본에서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는데, 델은 즉각적으로 리콜을 발표하고 블로그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또 노트북이 아니라 타사가 생산한 배터리 문제라는 걸 알려 기업 평판이 또 다시 무너질 위기를 극복했다.


기업 블로그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소비재 기업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항공·에너지·의료장비·기업금융 등 세계적인 산업재 생산 기업인 GE도 지난 10월 22일 기업 블로그 GE리포트(www.GEReports.com)를 개설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시장에 GE에 대한 악성 루머가 번지고 있는데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투명성’을 강조하는 기업 블로그를 만든 것이다. GE리포트에는 실시간으로 경영진의 인터뷰가 동영상과 함께 올라오고 경영 실적, 주요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다양한 내용도 매일같이 갱신되고 있다.



기아차 국내 첫 영문 블로그 개설… 1년 만에 방문자 10만
농심은 임직원이 필진 참여, 고객과의 신뢰구축 나서


한국에서는 위기 대응보다는 네티즌과 터놓고 얘기하기 위해 기업 블로그가 주로 사용된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만 따져도 블로그만 1500만개, 그중 영향력 있는 블로거가 1100여명이다. 기업이 이렇게 넓은 시장을 놓칠 리가 없다.


기아차의 기아 버즈의 경우 2007년 9월 국내 최초로 글로벌 기업 블로그를 개설했다. 개설 당시 정의선 사장이 글을 올리는 등 20여명의 국내외 기아차 직원들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기아 버즈는 170여개국에서 매일 평균 249명이 방문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까지 누적 방문자 10만9000여명, 누적 페이지뷰 22만9000회를 기록했다.


지난 9월엔 농심이 기업 블로그 ‘이심전심(blog.nongshim.com)’의 문을 열었다. 농심 임직원 13명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블로거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신의 사진과 업무 영역을 공개하고 있다. 농심의 블로그팀은 7월부터 블로그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두 달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 ‘마음氏’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블로그 에디터 현석 대리는 “기업 블로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대화에 대한 진정성과 알찬 콘텐츠”라며 “보다 가까이에서 소비자에게 올바른 식품 정보를 전하고, 고객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병원도 동참… 건강상담 해주며 인기 블로그로
안과전문 ‘옆집eye’는 1년 만에 60만명 방문


병원도 기업 블로그에 합세하고 있다. 2007년 12월 개설된 김안과병원의 공식 블로그 ‘옆집 eye 블로그(blog.kimeye.co.kr)’가 대표적이다. 김안과병원은 동양 최대의 안과 전문병원으로 연간 40만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기업형 병원이다. 블로그에는 김안과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직원 10명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12월 9일 현재 누적 방문자 수가 6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왜 눈을 깜박거릴까’ ‘안과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린다는 의미’ 따위의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주제로 글이 올라온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김안과병원은 기업 블로그로 인해서 ‘젊은 병원, 소통하는 병원’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주 병원장은 “옆집 eye 블로그의 성공 요인은 블로그를 일방향적인 기업 홈페이지와는 달리 네티즌과의 소통의 도구로 인식했다는 점”이라며 “기업 블로그는 무엇보다도 네티즌들과의 약속과 신뢰를 지켜나가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 직접 집필하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옆집 eye’란 블로그 이름도 방문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김안과병원의 블로거들이 투표로 결정한 이름이다.


기업 블로그는 홈페이지와 달리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블로거들은 홍보물 형식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 보고서를 낸 박세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블로그 내에서 대화 내용을 연출해서는 안 된다”며 “혹시 부정적인 내용이 올라오더라도 예민하게 대응하기보다는 견해의 차이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인터뷰 | 기업블로그 전문가 이중대 에델만코리아 이사


“투명·진정성이 성공 관건… 광고하듯 다가섰다간 실패”



 이중대(35) 에델만코리아 이사는 2002년 댓글로 인해 피해를 구제하는 온라인 위기 관리를 실행하면서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교류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세계적 홍보기업 에델만에서 소셜미디어에 대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고, 지난 10월부터는 에델만코리아에서 소셜미디어만 전담하고 있다. 비즈니스 블로그 등을 다루는 인터랙티브 다이얼로그 앤 PR 2.0(www.junycap.com)이라는 전문 블로그를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차이는. “홈페이지는 콘텐츠가 정적이고 업데이트가 쉽지 않다. HTML(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를 표현하는 컴퓨터 언어)을 아는 웹마스터만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는 기술은 몰라도 콘텐츠만 생산할 줄 알면 누구나 인터넷에서 활동할 수 있다.”


기업이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블로그 세계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가 있어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끼리 대화하는 데에도 참여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의 타깃이 되는 청중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블로거 대 블로거로 수평적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블로그는 성공적인가. “한국은 블로그를 구축한 사례가 많지만 성공적인 사례는 적다. 외국에선 기업 블로거도 사진을 올리고 실명을 밝히는 등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 때문에 실제 살아 있는 사람이 블로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국내에선 기업 블로거가 자신을 밝히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조직 내에 블로그에 대한 정책이나 가이드라인도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한다. 블로그라는 채널을 열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솔한 얘기가 오가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기업 블로그가 성공하려면. “블로그는 ‘대화’가 키워드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대행사, 웹에이전시 등이 대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기업이 먼저 블로그라는 소셜미디어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왜 블로그를 하는지 목표를 규정해야 한다. 목표는 매출 확대보다는 이슈관리나 평판관리로 잡는 게 좋다. 그후에 실제 기업 내부 임직원이 활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


블로그는 ‘열정 미디어’다. 기업 블로거는 개인 블로거와 마찬가지로 열정이 있어야 한다. 편집광적 기질이 있어야 한다. 블로깅을 통한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블로그 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파워 블로거는 기존 신문·방송의 기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어 회사 홍보를 위해 블로거를 위한 행사를 열었는데 ‘밥이 늦게 나와 실망이다’란 내용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이 블로거를 통제하려고 한다거나 돈을 주고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대로 인터넷상에 글을 올린다. ‘긍정적으로 써 주세요’라고 부탁하려던 자리가 부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런 블로거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블로그 세계는 비밀이 없는 사회다. 투명성과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광고를 하듯이 사람에게 접근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블로거의 공격을 받았을 때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FLEE 모델’을 갖고 순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여기서 F는 find, 즉 누가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L은 경청(listen)한다는 것이다. 일단 듣고 잘못된 것은 개선하고 오해는 풀어야 한다. E는 개입(Engage)이다.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매체를 확보해서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다. 마지막 E는 권한 부여(Empower)이다. 제3의 전문가를 찾아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도록 부탁하는 것이다.”
/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출처 주간조선 http://weekly.chosun.com

새롭게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1️⃣ 주식 등 투자 정보 : 기업 분석, IB 투자의견 등 투자 관련 내용
..... 테슬라 실적 및 IB들의의 테슬라 투자의견
2️⃣ 사례 및 트렌드 : 사례연구와 트렌드 관련 괜찮은 내용
.....유튜브와 경쟁대신 구독 전환한 비디오 플래폼 비메오 사례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