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의 부활, 왜?

Updated on 2008-02-10 by

‘웰빙’ 접고 고급화 하니 매출 살아나


국내 햄버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리아의 김상형 마케팅 실장은 최근 나온 1월 매출액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지난해 1월보다 20%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년간 뒷걸음질만 쳤다”며 “두 자릿수 신장률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점포도 5개 늘렸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단 매출 감소세가 멎었는데 1월 성장률을 보니 앞으로는 확실히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도 지난해 매출액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5년 전 광우병 파동 이후 웰빙 열풍이 불면서 외식업계에선 ‘햄버거는 끝났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5년간 40% 이상 곤두박질쳤던 매출이 요즘 뚜렷이 살아나고 있다. 외국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229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12.7% 늘어났다고 밝혔다. 2003년 12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해 말 60달러를 넘어섰다.


햄버거의 부활, 왜? 1


◇잃어버린 5년=국내 햄버거 시장의 이상 조짐은 2002년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노에게 화가 난 국민들이 미국 햄버거 업체인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러다 이듬해 터진 미국의 광우병 파동은 햄버거 업계 전체에 결정타를 날렸다. 햄버거만 먹으면 얼마나 건강이 악화되는지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영화 ‘수퍼사이즈 미’에 이어 웰빙 바람과 트랜스지방 파동이 잇따르면서 발목을 잡았다.

국내 외식업체 전체에 침체를 불러왔던 AI(조류독감)도 햄버거 매장에 손님 수를 뚝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 햄버거 판매는 급격히 줄었고, 문 닫는 점포가 줄을 이었다.

업계는 웰빙 바람에 편승했다. 2004년 국내 양대 업체인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샐러드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모두 접었다. 이후 수프·요거트샐러드·생수·저칼로리버거·호박샐러드버거 등 각종 웰빙 메뉴를 올렸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박종범 맥도날드 이사는 “웰빙 메뉴 출시 전 소비자 조사에서는 ‘사먹겠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선 안 되는 집안은 뭘 해도 안 된다는 푸념도 나왔다”며 “웰빙 메뉴 실패 후 마케팅실도 상품실도 자신감을 잃었다”고 말했다.

◇햄버거의 부활=“웰빙 열풍 속에서도 칼로리 높은 피자는 연간 20~30%씩 성장했어요. 햄버거도 고급으로 만들면 소비자들이 믿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롯데리아 김 실장의 말이다.

햄버거 업계는 2006년 하반기부터 고급화 경쟁에 나섰다. 햄버거도 자장면처럼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맛이라 잘만 만들면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업계는 먼저 3500~5500원짜리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았다. 롯데리아는 현재 프리미엄 버거 6종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성공적이다. 오랜만에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햄버거 집에서는 역시 햄버거를 팔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2000원대에 내놓았다. 반웰빙 음료의 대표주자인 콜라를 대체하면서, 동시에 커피전문점 고객들을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또 과거의 플라스틱 의자와 탁자를 버리고 매장을 카페 분위기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트랜스지방 파동에서도 매출이 늘어난 건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이 맞아떨어진 때문이라고 업계에선 분석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라시만 크리스나무르티 교수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가 나쁜 소식을 기억하고 이에 영향을 받는 기간은 매우 짧다”며 “햄버거의 부활은 악재에 둔감해진 상황에서 질 좋은 제품이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햄버거가 부진한 사이 피자·도넛·베이글 등 대체 패스트푸드 시장이 커졌다”며 “햄버거가 과거처럼 ‘패스트푸드의 지존’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양선희·이철재 기자

오랬동안 FMCG 마케팅과 전자제품 상품기획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 및 경영 사례 분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IT 등 트렌드 분석과 빠르게 변화하는 뉴스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분석해 나누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에 관심에 많아 소소한 일상의 따뜻함을 담고 있습니다. 혹 연락이 필요하시면 ihappist@gmail.com으로 연락해 주세요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