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김용택

Updated on 2008-12-26 by

어른아이 김용택 표지

 어른아이 김용택 표지

얼마전 강차장님이 이 책을 샀다고해서 부러워 했는데
며칠전 교보문고에 갈일이 있어서 조선희의 "내 멋대로 찍어라"라는 책과 함께 사고 말았습니다.

내가 이런류의 책을 안산다는 걸 아는 집사람은 이 책을 읽는 저를 보더니만 의아해 합니다…허허

그동안 마케팅책이나 경제 경영 등 아주 무거운 책만 샀는데, 사실 그 무거운 책은 사 놓고도 거의 읽지를 못합니다.

진도가 안나가니 서점에서는 좋아보여 다 읽을 것 처럼 사오지만
집에오면 이 핑게 저 핑게를 대고 책장만 장식하게 됩니다.
그렇게 책장에 쌓여있는 책만 수십권이 넘을 걱 같습니다.

이제는 좀 가벼운 것을 사서 다 읽을 필요가 있고
사진을 하면서 메마른 내 가슴에 감성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가식같은 것도 지워버리고 솔직해지고 뭐 ….

아무튼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그리고 집에와서 쇼파에 앉아 단숨에 읽고 말았습니다.

사실 지인들이 김용택 시인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2~3페이지 분량으로 적은 글들이라 후반부로 갈수록 지겨운 생각을 들었으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고나서 부러웠습니다.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사실에 부러움이 느껴졌다. 제자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지는 '기념논집'이 아닌 지인들이 솔선해서 관련된 에피소드를 모아 헌정집을 냈다는 것이
나라면 어찌했을까요? 눈 앞이 깜깜합니다. 앞으로 나도 주위에 관심을 가져야 겠습니다.

▽ 어른아이 김용택에 참여한 사람들을 개리커처로 표현한 삽화

 어른아이 김용택

이 책은 김용택 시인의 퇴임과 환갑을 기념하여 그를 사랑하는 49인의 벗들이 김용택 시인과 나눈 우정과 에피소드를 꽁트 형식으로 정리해 헌정한 책이다.

김훈, 도종환, 안도현, 이해인, 성석제, 박범신, 정호승, 곽재구, 공선옥, 판화가 이철수, 소리꾼 장사익, 화가 김병종, 가수 백창우,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등의 글이 살려 있다.

사실 용택이 형은 흉볼 게 많아서 그걸 다 쓰면 장편소설 한 권 분량쯤은 될 것이다. 말이 많고, 웃음이 헤프고, 잘 삐치고, 자주 화내고, 입이 가볍고, 키는 작고, 배는 나왔고, 이마는 벗어졌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밥은 많이 먹고, 술은 잘 못하고……

  • 안도현, 「흉볼 게 많은 이야기꾼」중에서

 어른아이 김용택

 어른아이 김용택

 어른아이 김용택

“야들아, 느덜이 하도 징글징글허게 말을 안 들어서
나 인자 핵교를 그만둘란다!
인자는 느덜 그만 가르칠라고 헌단 말이여이. 알어?”

지난 8월 29일, 덕치초등학교 김용택 선생이 2학년 아이들 열두 명을 상대로 마지막 수업을 했다. 선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아’가 훌쩍거렸다.
“아니다. 너그들이 혹시라도 울깜니 그냥 거짓말로 혀본 소리여.
……내가 오늘 진짜로 당부허고 싶은 건, 언지든지 너그들이 사람을 사랑허고 자연을 애끼라는 거셔. 사람들을 욕허고 비난허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에 하나다. 옆집 개똥이가 머, 뒤아지같이 밥을 많이 먹는다고 쑤군거리고 손꾸락질을 허는 건 절대로 사람을 사랑허지 않는 짓이지. 앙 그려……? 긍게 개똥이가 밥을 많이 먹는다먼 뒤아지 같다고 욕을 헐 게 아니라 말여. 개똥이는 밥을 잘 먹어서 힘도 셀 것이라고, 아매 틀림없이 낭중에 커서 ‘장미란’이맹키로 올림픽에서 역도 금메달을 따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믿는 거, 그런 것이 바로 사람 사랑이여.
……요상시럽게도 말여. 인자 떠날랑게로 너그들헌티 내가 잘못을 너무 많이 헌 것 같어진다. 미안혀, 증말로 미안혀잉? 미안헝게로, 내가 앞으로는 느덜헌티다가 더 잘 대헐 참이여. 저거 봐라이? 우리 집사람이 울고 있다야. 저러다가 내가 더 야그허먼 우리 집사람 꺼이꺼이 통곡허긋다.”
선생은 그렇게 38년 이어왔던 수업을 끝냈다.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친 게 아니라, 긴 세월 동안 오히려 아이들에게 잘 배우고 간다고, 선생은 그 말을 미처 하지 못했다. 이제 교정 밖으로 나가면, 다시 강물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거기에 언제나 아이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제 다시 먼 먼 에움길을 돌아서 모든 일들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구나 하고 선생은 문득 깨달았다. 그가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이병천,「김용택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마지막으로 이 책에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 그 여자네 집를 여기에 남기고 싶다..

섬진강이란 시는 많이 들었지만 관심이 없다보니 여기서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깜빡깜빡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종일 노랗게 지붕을 잇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듯언듯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은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 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 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 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그 여자네 집 어느날인가
그 어느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 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 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가
있던 집 그 여자네 집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시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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