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따라 핀 보랏빛 길 — 나주 느러지전망대 수국 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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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국을 담기위해 떠난 출사 여행 중 나주 느러지전망대 수국 출사기를 정리해 본다.

여기 나오는 ‘느러지’영산강이 흐르면서 모래가 쌓여 강줄기가 길게 늘어진 모양을 표현한 순우리말 지명입니다. 강물이 굽이쳐 돌아가는 모습이 한반도 지형을 닮아 느러지전망관람대가 조성되었습니다.

밤배를 타고 온 아침

제주에서 완도로 향하는 밤배는 늘 그렇듯 조용했다. 캄캄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안에서, 나는 카메라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얕은 잠을 청했다. 완도항에 내렸을 때는 이미 짙은 밤이었고, 하룻밤을 묵으며 다음 날의 출사를 위해 몸을 뉘였다.

아래는 제주항에서 바라본 석양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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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7시, 완도를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목적지는 나주 동강면의 느러지전망대. 영산강이 크게 굽이쳐 흐르며 한반도 모양을 그려낸다는 그곳, 그리고 그 길목을 수국이 물들인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벼르던 곳이었다. 완도에서부터 차로 달려 도착한 시간은 10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밤배와 새벽길을 지나온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이미 그 보랏빛 길 위에 가 있었다.

아래 사진은 완도행 크루즈선에서 바라본 제주항 풍경이다. 중국 크르즈선이 이채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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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을 채운 보랏빛

예전에는 전망대 바로 앞 공터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아래쪽에 별도의 주차장이 새로 생겨 그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야 했다. 처음엔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오르막길에 들어서는 순간 그 아쉬움은 이내 사라졌다. 길 양옆으로 수국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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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날은 대략 80% 정도 피어 있는 듯했다. 아직 활짝 벌어지지 않은 몽우리들 사이로, 이미 만개한 송이들이 파랑과 보라, 옅은 분홍빛을 뽐내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몇 걸음 걷다 멈추고, 다시 몇 걸음 걷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완벽하게 만개한 날이었다면 더 화려했겠지만, 이 정도의 여백이 있는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덜 핀 꽃송이들 사이로 렌즈를 들이대는 재미가 있었다.

어떻게 담아야 이 수국이 아름다울까

걸음을 옮기며 카메라 앵글을 이리저리 바꿔보다가, 문득 눈에 띄는 수국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수국은 무리 지어 낮게 소복하게 피어 있는데, 그 사이사이 유독 키를 세우고 무리 위로 솟아오른 수국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수국 명소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저 도드라진 한 송이를 중심에 놓고 담으면, 오히려 수국 무리 전체의 풍성함이 함께 살아날 것 같았다. 하늘을 배경으로 그 솟아오른 수국을 올려다보듯 담아보았다. 파란 하늘과 보랏빛 꽃송이의 대비가, 수국이 가진 색을 한층 또렷하게 살려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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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국 명소를 다닐 때면 종종 그 화사한 꽃길과 잘 어울리는 사람의 뒷모습이나 실루엣을 함께 담아 사진에 깊이를 더하곤 했다. 그런데 이날은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 장면을 만들 기회가 없었다. 꽃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어우러짐을 담지 못한 것이, 이날 아쉬움 중 하나로 남았다.

굽이진 오르막길 자체를 프레임 안에 담아, 길의 곡선과 그 위를 채운 수국으로 숲의 깊이감을 표현해보려는 시도도 했다. 길이 휘어지는 지점에서 앵글을 낮추고, 꽃들이 길을 따라 이어지는 리듬을 살려보려 했는데 막상 결과물을 확인하니 생각만큼 그 느낌이 살지 않았다. 눈으로 본 굽이의 아름다움과 사진 속 굽이 사이에는 역시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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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수국을 내려다보며 담을 때, 역광으로 들어오는 빛이 꽃송이 사이사이로 몽글몽글 부서지듯 퍼지는 장면이 있었다. 눈으로 볼 때는 분명 근사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그 빛망울과 꽃의 질감을 동시에 살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셔터를 몇 번이나 눌러보았지만, 그 순간 느꼈던 감흥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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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수국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걸음을 옮길수록 그 고민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 풍경은 눈앞에 이렇게 선명한데, 그것을 프레임 안에 옮기는 일은 늘 다른 차원의 몫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전망대 앞, 뜻밖의 접시꽃

숨을 고르며 오르막을 다 올라서니 전망대 앞으로 작은 공터가 나타났다.

전방대 앞 공터 둘레 울타리에[도 수국이 가득 피었다.그 수국 너머로 영산강이 보이고 느러지가 보인다. 여기선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방문객들 일부는 여기 사이길로 강변으로 내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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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변으로도 수국이 가득했는데, 문득 고개를 돌리니 수국 너머로 접시꽃이 키를 세우고 피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이었다. 낮게 소복하게 피어난 수국과, 그 뒤로 훌쩍 키를 세운 접시꽃이 함께 프레임 안에 들어오니 색다른 그림이 되었다. 출사를 다니다 보면 이렇게 예상 밖의 장면을 만나는 순간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 접시꽃이 그런 존재였다.

전망대 자체는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 금방 오를 수 있었다. 몇 개의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서니 영산강이 크게 휘감아 도는 풍경이 눈 아래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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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기념으로 전망대 풍경을 담아본다.

아쉬웠던 한반도의 윤곽

다만 전망대 위에서 육안으로 한반도 모양을 또렷하게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리 봐두었던 항공사진 속 선명한 윤곽을 떠올리며 강줄기를 눈으로 짚어봐야 겨우 “아, 이 부분이 그 모양이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는 정도였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다면 훨씬 분명하게 그 형상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지상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사진 속 풍경 사이에는 역시 어느 정도의 상상력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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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굽이치는 강줄기와 그 위로 내리쬐는 여름 햇살, 넓게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굳이 한반도 모양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시원한 풍경이었다.

가지 못한 강변길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이 따로 나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강을 끼고 이어지는 데크길이 있어 산책하기 좋아 보였다.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있었다면 그 길을 따라 한참을 더 걷고 싶었지만, 그날따라 더위가 심상치 않았다. 결국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이번엔 그 데크길까지 마저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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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카메라를 정리하며

돌아오는 길, 메모리카드 안에는 보랏빛 수국과 뜻밖의 접시꽃, 그리고 흐릿하게나마 담아낸 영산강의 굽이가 함께 담겨 있었다. 완벽한 한반도의 윤곽은 담지 못했고, 눈으로 본 몽글몽글한 역광도, 굽이진 길의 리듬도 카메라 안에서는 조금씩 부족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이 오히려 이번 출사를 오래 곱씹게 만든다. 이 아름다운 수국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집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밤배를 타고 건너온 길고 긴 여정 끝에 만난 이 짧은 보랏빛 오르막이, 결국 다음 출사를 기약하게 만드는 숙제로 남았다.


완벽하게 담지 못한 풍경은, 다음 여행을 위한 이유로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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