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외국은행 때려치고 ‘몽환적 패션사진가’ 변신

Updated on 2008-03-01 by

[매거진 Esc] 한국의 사진가들 – 외국은행 때려치고 ‘몽환적 패션사진가’ 변신한 박경일

아래 글은 한겨레 기사를 인용한 것입니다. 한겨레 2008년 2월 29일자

박경일

박경일 '내 머릿속엔 온통 판타지 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앙드레 김 의상실을 지나 한 일식집 지하로 내려가면 사진가 박경일(46)을 만날 수 있다. 높은 천장, 온통 하얀 벽, 빛나는 큰 거울, 드넓은 공간, 한눈에 패션 스튜디오란 것을 알게 된다.

땡! 정각을 알리는 시계가 울리자 하나 둘 사람들이 밥 때가 된 비둘기처럼 찾아든다. 헤어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패션지 기자, 수십 벌이 넘는 옷들, 쓰러질 듯 얇은 모델들. 그들 가운데 사진가 박경일이 있다.

성적인 감성이 크리에이티브의 출발점

박씨가 일하는 방식은 다른 패션 사진가들과 다르다. 패션지 기자 혹은 광고주가 내용을 알려주면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온갖 잡다한 것들을 끄집어내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어설픈 스케치가 사진이 된다. 그는 “내 머릿속에는 판타지밖에 없다. 그 판타지를 풀어내는 것이 내게는 사진이다”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보그>, <엘르>, <바자> 등 국내 유명 패션잡지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란 쉽다.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한 사진은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패션계의 극진한 사랑을 받는다.

미술관에서도 꾸준히 그를 찾는다. 2005년 열린 <패션사진 B-B컷으로 보다>(대림미술관)와 (한미사진미술관)은 미술계의 사랑과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그룹전 <거울 신화>에서 그의 사진은 단연 돋보였다. 2007년에 펴낸 그의 자서전 <나의 카메라는 39.5℃>는 출판계의 반향을 얻기도 했다.

그의 사진은 강하다. 빛과 어둠이 한 앵글에서 충돌하고 부딪힌다. 그 안에서 인간은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 판 천사가 되기도 하고, 오르가슴의 절정을 맞은 요부가 되기도 한다. 옷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판타지를 드러내는 소도구일 뿐이다.

박경일 시진 누드

그는 섹슈얼한 코드를 사진에 녹여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소리 많이 들었다. 변화무쌍한 개체 중에 이성이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다. 두근거리는 마음, 눈길을 주는 것. 성적인 감성 자체가 크리에이티브의 출발점이다.” 그의 이런 철학은 한국에서 관능적이고 몽환적이면서 도발적인 패션사진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

과거 취미로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부터 ‘기록’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단다. 동해안 일출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자리에서, 같은 카메라로 찍는 행위가 자신과는 맞지 않았다. 심지어 날씨 때문에 극적인 풍경사진을 석 달 만에 한 장 얻는 과정조차 지루했다. 창조적인 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 한 컷이 아니라 하루에도 10∼20컷 보여주는 것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중에서 패션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15살 때 우연히 본 한 외국 패션잡지의 흑백사진 때문이다. 당시는 잊고 지냈지만 결국 그때 받은 충격이 자신을 지금 이 자리로 이끌었단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조명은 놀랍게도 ‘원 라이트’(조명을 하나만 쓰는 것)다. 사진 속의 강한 그림자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렇게 고집스러운 그가 태어날 때부터 사진가는 아니었다. 서른이 조금 넘을 때까지 그는 한 외국은행에 프로그래머였고, 취미생활로 카메라를 잡았고, 그저 유명한 패션사진가에게 가슴 두근거리며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 가슴 시퍼런 청년이었다. 80년대의 교정에서 민주화 운동도 경험했고, 직장생활을 하던 90년대엔 파업쟁의부장도 해 봤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자’란 순진한 생각으로 아내의 ‘윤허’를 받아 뉴욕으로 떠났다.

강한 그림자의 비밀, 원 라이트

그 당시 그의 나이, 서른둘이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뉴욕 <파슨스 오브 디자인> 사진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사진가 브루스 데이비슨을 만났고 뉴욕의 자유로운 예술적 기질을 익혔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모델 촬영은 한국에서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사진계는 유학으로 미래가 보장되는 분야가 아니다. 오직 ‘사진’이 중요하다. 국내에 들어와 월세 10만원, 보증금 500만원으로 살 집을 구하고, 포트폴리오 달랑 들고 잡지사 사진부를 찾아나섰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누가 보더라도 좋았다. 일은 들어왔으나 자신이 찍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무작정 사진 잡지 <사진예술>을 찾아갔다. 곧 그의 작품이 잡지에 실렸고 그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자신만의 패션사진을 찍게 되었다.

패션 사진가는 멋쟁이다. 화려한 그들은 모델만큼 건장한 몸매와 옷맵시를 지녔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하나뿐인 아들, 철이를 자랑하는 소탈한 옆집 아저씨였다. “철이 태어나고 일이 꾸준히 들어오기 시작했지. 복덩이야!”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박경일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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