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는 어떻게 집단 창의성을 길러 냈을까? (How Pixar Fosters Collective Crea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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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에드 캣멀이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로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2008년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인터뷰라는 주장이 있는데 글의 내용은 인터뷰가 아닌 에드 캣멀이 픽사의 성공요인을 정리한 기고문이 더 정확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원문 https://hbr.org/2008/09/how-pixar-fosters-collective-creativity 을 jangxyz님이 번역해 http://jangxyz.springlog.com/pages/1684958 에 공유한 글입니다.

원문에는 전혀 이미지가 없는데 제가 관련되는이미지를 몇개 추가했습니다. 글만 잔뜩 있으니 많이 답답해 보였습니다.

에드 캣멀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jpg
픽사는 어떻게 집단 창의성을 길러 냈을까? (How Pixar Fosters Collective Creativity)

에드 캣멀(Ed Catmull)

에드 캣멀 스티브 잡스 빌딩 앞에서 ed catmull on front of steve jobs building midofy.jpg

몇년 전의 일이다. 거대 모션픽쳐 스튜디오의 중역과 점심 식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역은 자신은 뛰어난 사람을 찾는게 문제가 아니라 뛰어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 후로 나는 청중을 대상으로 말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의견에 동의하는지 물어보았는데, 대체로 반응은 50대 50으로 나뉘었다. 이것은 그의 의견에 눈꼽만큼도 동의하지 못하던 나를 놀라게 했다. 그의 믿음은 창의성에 대한 잘못된 시각 –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초기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한 – 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다란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저지르고 있는 심각한 오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술(테크놀로지)와 예술(아트) 모두에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한 한 픽사는 유일무이한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초반에 우리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업계의 기술적 선구자로 알려져 있었다.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 끝에 1995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Toy Story)를 내놓았고, 향후 13년간 계속해서 8편의 작품들을 내놓았다(벅스라이프(A Bug’s Life), 토이스토리2(Toy Story 2),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카(Cars), 라따뚜이(Ratatouille), 월-E(WALL-E)). 그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다른 스튜디오와는 달리,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번도 외부로부터 대본이나 영화의 아이디어를 사온 적이 없다. 모든 스토리와 세계관, 캐릭터 하나하나는 내부의 아티스트 커뮤니티에서 창조되었고,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의 한계지평을 넓혀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다수의 특허도 취득하였다.

나는 픽사가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리라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성공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창조적 능력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련의 원칙과 방법들을 고수해 나간 데서 나왔다고 믿고 있다. 픽사는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그 의미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또 몇가지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재능은 귀하다, 관리의 역할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 하고 있는 모든 가정에 의문을 품어야 하고 우리의 문화를 파괴할 수 있는 꺼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2년 동안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원칙과 방법이 다른 곳으로도 옮겨질 수 있는지 시험해 볼 기회가 있었다. 2006년에 픽사가 디즈니(Disney)와 합병되고 나서 CEO인 밥 아이거(Bob Iger)는 나와 Chief Creative Officer인 존 라세터(John Lasseter) 및 다른 픽사 임원들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다시 살리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펼친 노력들이 성공을 이루는 것을 보고, 나는 우리가 발견한 이 지속가능한 창조적 조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로 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What Is Creativity?

사람들에게 창의성이란 것은 무언가 신비롭고도 고독한 행위로 인식되는 듯하다. 또 그러면서 제품을 하나의 아이디어로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가령 “이 영화는 장난감, 공룡, 사랑에 대한 거야”, 라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영화제작을 비롯해서 복잡한 제품을 개발하는 다른 많은 곳에 있어 창의성은 이보다 더 넓은 뜻으로 쓰인다. 창의성이란 말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함께 작업하면서 굉장히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에 대한 초기의 아이디어 – 업계에서는 이를 “고차원 개념(the high concept)”이라고 한다 – 는 단지 4~5년 걸리는 길고 힘든 과정의 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하나에는 말 그대로 수만개의 아이디어가 들어있다. 아이디어는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있다. 행동 하나에도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디자인, 소품, 배경에도 아이디어들이 숨겨져 있다. 카메라의 위치, 표현하는 색상과 빛, 이야기의 진행속도에도 모두 들어 있다. 감독이나 다른 창의적인 리더들이 어느날 갑자기 이 모든 아이디어를 짠!하고 들고 오는 것이 아니다. 200~250명에 이르는 그룹의 멤버 하나하나가 모두 의견을 제시한다. 조직의 예술과 기술의 모든 부분, 모든 단계에서 창의성이 발현되야 한다. 리더에게는 엄청난 양의 아이디어 속에서 전체와 어울리고 스토리를 살릴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마치 고고학 탐사와도 같아서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심지어 뭔가 나타나긴 할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정말 살 떨리도록 무서운 과정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두렵지 않다면 그건 오히려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고객들은 영화관에 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매번 엄청난 리스크를 향해 뛰어들어야 한다. 가장 최근 영화인 월-E는 쓰레기로 가득한 포스트 묵시록 세상을 배경으로 한 로봇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 전 영화인 라따뚜이에서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프랑스 쥐가 등장한다. 예상 못한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 영화들을 시작할 때에는 이것이 제대로 먹힐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전에 없었던 것들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의 초기 비전에 기회를 걸 수 밖에 없다.

이 방식대로 진행되기 위해서, 나 같은 중역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려는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제해야만 한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영화산업 같은 곳에서는 중역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보다 기존의 성공을 답습하려 하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비슷비슷한 영화가 그렇게 많은 것이다. 또한 좋지 않은 영화가 왜 그렇게 널렸는지도 설명이 된다. 진품이 되길 원한다면, 설령 불편하더라도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는 조직이 큰 리스크에 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뭘까? 바로 재능 있는 사람들이다! 전날의 점심 식사에서 스튜디오 중역이 말한바와는 달리, 그런 사람들을 발굴해내기는 절대로 쉽지 않다.

이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또 있다. 이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함께 효과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상호 간에 신뢰와 존경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관리자가 쉽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신뢰를 키우고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를 싹틔우면서 모두의 창의성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재능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과 그들과 함께 하는 공동작업 모두에 충실하고, 스스로가 엄청 대단한 곳에 속해있다고 느끼면서, 그들의 열정과 그들이 이룩하는 성과가 커뮤니티를 하나의 거대한 자석으로 만들어 학교와 다른 곳에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활기찬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내가 말하는 것들이 영화업계에 퍼져 있는 자유계약 방식에 반하는 것을 알지만, 이것이 핵심이다. 나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이루는 근원 The Roots of Our Culture

똑똑한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하다는 나의 신념이 그렇게 놀랄 것은 아니다. 나는 컴퓨터 그래픽스를 선도하는 곳들에서 놀라운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유타주립대학교(University of Utah)에서 내 대학원 동기 중에는 실리콘 그래픽스와 네스케이프 창립 멤버 중의 하나인 짐 클라크(Jim Clark), 어도비를 공동창립한 존 워녹(John Warnock),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개발한 앨런 케이(Alan Kay) 등이 있었다. 우리는 미 국방성의 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았고, 교수들은 우리 스스로에게 통제권을 쥐어주었다. 원기왕성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내가 새 컴퓨터 애니메이션 연구실을 맡은 뉴욕 공과대학(New York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처음으로 고용한 사람 중 하나는 컴퓨터 페인팅에서 큰 도약을 일구어낸 알비 레이 스미스(Alvy Ray Smith)였다. 나는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고용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이때 깨달았다.

리고는 스타 워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나를 루카스필름(Lucasfilm)에 고용해서 컴퓨터 그래픽스를 비롯한 다른 디지털 기술을 영화와 (나중에) 게임에 적용하기 위한 거대한 새 부서의 우두머리로 삼았다. 한계를 뛰어넘는 영화사와 함께 연구를 하는 것은 스릴넘치는 일이었다. 조지 루카스는 기술을 자신만의 것으로 삼으려 하지 않고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내서 학계와 긴밀히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것은 업계 최고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당시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있던 라세터도 그들 중 하나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새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픽사가 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1986년에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분과를 구입함으로써 독립된 회사로 시작한 픽사는, 우리가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된 영화를 제작하는 꿈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해주었다. 스티브 잡스는 완벽성을 추구하려는 우리에게 터전을 제공해 주었고 뛰어난 관리 팀을 꾸리도록 해주었다. 나는 픽사가 이전에 일했던 곳들에서 최고의 장점만 뽑아냈다고 생각한다. 우리 중 몇명은 수십년 동안 함께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좇아 왔으며 지금도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픽사가 토이스토리2를 제작하는 동안 위기를 겪게 되면서 창의적인 조직을 구조화하고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나의 시각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996년에 우리의 두번째 영화인 벅스라이프를 작업하면서, 우리는 토이스토리의 후속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두번째 작품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기술적 리더를 갖추고는 있었지만, 이미 능력이 입증된 창조적 리더들 – 바로 토이스토리를 만든 장본인인 감독 존 라세터(John Lasseter), 작가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편집자 리 언크리치(Lee Unkrich), 나중에 합류했지만 스토리 파트의 우두머리인 조 랜프트(Joe Ranft) – 은 모두 벅스라이프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 제작을 맡아보지 못한 사람들로 새로운 창의적 팀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따지고보면 라세터, 스탠튼, 언크리치, 랜프트 모두 토이스토리 전에는 전체분량의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을 맡았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토이 스토리 2 Toy_Story_2 resize.jpg

전이라고 보면 된다), 대화와 임시로 쓸 음악을 만들고 편집 과정을 거친다. 이것을 스토리 릴(story reel)이라고 부른다. 첫번째 버전에서는 매우 거칠긴 하지만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제품은 초기에 수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나서는 이 과정을 반복해 나가면서, 매 버전마다 더 나아지게끔 하는 것이다. 토이스토리2의 경우 스토리의 초기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갈 당시까지도 릴은 마땅히 당도해 있어야할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감독과 제작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를 끌어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침내 벅스라이프가 끝나자, 라세터, 스탠튼, 언크리치, 랜프트는 여유가 생겨서 토이스토리2의 창조적 리더십 자리를 떠맡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제품이 처해 있었던 위치로 보건대 18개월이 있었다 하더라도 벅찬 스케쥴이었을 텐데, 우리에게는 필름을 완성할 때까지 8개월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놀라운 속도로 일을 했다. 결국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그들은 완수해 낼 수 있었다.

라세터의 팀은 어떻게 영화를 살려낼 수 있었을까? 초기 핵심 컨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메인 캐릭터인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장난감 수집가에게 납치돼 일본에 있는 장난감 박물관에 보내지게 될 형편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우디는 일본으로 갈지, 자기의 원래 주인인 앤디에게 돌아가기 위해 탈출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물론, 이 영화는 픽사와 디즈니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앤디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결말이 어떻게 될지 쉽게 알 수 있다면 아무런 감동도 받지 않을 것이다. 결국 관객으로 하여금 우디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믿게끔 하는 것이 문제였다. 먼저번 팀은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라세터, 스탠튼, 언크리치, 랜프트는 장난감들이 가질 수 있는 두려움을 나타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장치를 몇가지 추가했다. 그 중 하나는 그들이 만든 “제시 이야기”라는 장면이다. 제시는 우디와 함께 일본으로 실릴 카우걸 인형이다. 그녀는 가고 싶어하는 이유를 우디에게 설명한다. 관객은 그녀의 이야기를 “When She Loved Me”라는 감성적인 음악과 함께 듣게 된다. 그녀는 작은 소녀의 사랑스러운 인형이었는데, 어느새 소녀는 자라서 그녀를 버리고 만다. 현실에서도 실제로 아이들은 자라고, 삶은 계속 변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기 마련이다. 관객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디가 처한 선택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을 사로잡는 비결이었다. 스토리가 돌아가도록 이런 요소들을 추가하는 것은 A팀이어야 가능했던 것이다.

토이스토리2는 대단한 성과를 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픽사로서도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는데,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팀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쥐어주면 그들은 그것을 망쳐버릴 것이다. 훌륭한 팀에게 평범한 아이디어를 쥐어주면, 그들은 그것을 뜯어고치거나, 던져 버리고는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새로 가지고 올 것이다.

토이스토리2는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주었는데, 제작하는 모든 작품에 적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퀄리티 기준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토이스토리2를 제대로 고치기 위해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직원들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모든 작품의 제작 과정을 중단했다. 직원들에게 더 일해달라고 사정했고,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인 스트레스성 질환에 고생했다. 하지만 큰 고통과 개개인의 희생을 대가로 평범한 것을 거부함으로써, 우리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좋은 영화와 보통의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다. 토이스토리2의 결과로 우리가 손을 대는 모든 것은 완벽해야 한다는 문화를 각인하게 되었다. 이것은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DVD 제품과 장난감을 넘어 캐릭터와 관련된 다른 소비자 제품에까지도 이어졌다.

물론 대다수의 경영진은 최소하나마 립서비스로라도 그런 말을 할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얻는 데 큰 신경을 쓰고 있고 기준을 높이 잡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 중 다음과 같은 환경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훌륭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서로를 이끌어주도록 격려해서 전체가 단순히 개개인을 더한 합보다 훨씬 더 대단하게 되도록 하는 그런 환경 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려는 일이다. 우리가 이제껏 알아낸 되는 방법들에 대해 공유해보도록 하자.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권한을 Power to the Creatives

영화에서 창의적인 능력은 창의적인 리더들로부터 나온다. 이 말은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영화 업계에 있는 많은 회사들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 내가 보기엔 다른 분야들도 매한가지다. 각 영화를 추진하는 창의적인 비전은 한두 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회사 경영진이나 개발 부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철학은 이렇다. 창의적이고 훌륭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대신, 그들에게 충분한 지원과 여유를 제공하고, 그들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진실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토이스토리2 이후 우리는 개발 부서의 미션을 바꿨다. (다른 스튜디오에서 하듯이) 영화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대신, 개발 부서의 임무는 작은 인큐베이션 팀들을 만들고 감독을 도와 그가 가진 아이디어를 개선해서 라세터와 다른 시니어 영화제작자들에게 이것이 대단한 영화가 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었다. 감독, 작가, 아티스트 몇명, 스토리보드 담당자 몇명으로 한 팀이 구성된다. 개발 부서의 목표는 함께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인큐베이션 단계에서는 팀이 만들어낸 재목을 가지고 그들을 평가할 수 없다. 너무 거칠고 조악한 단계라서 아직 수많은 문제와 의문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팀의 사회적 역학관계가 건전한지, 팀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평가할 수 있다. 시니어 관리자와 개발부서 양쪽 모두에게 팀들이 제대로 돌아가게 할 책임이 있다.

창의적인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영화제작자 위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두 명의 리더가 있는데, 바로 감독과 제작자이다. 그 둘은 강한 파트너쉽을 형성한다. 멋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시간, 예산, 사람 등을 놓고 함께 고민한다. (좋은 아티스트라면 한계의 가치를 이해할 것이다.) 제작하는 동안에는 운영 결정권은 영화 리더들의 몫이고, 관리자는 넘겨 짚거나 시시콜콜한 데까지 참견하지 않는다.

실제로 제작 과정 중 문제에 봉착할 때도 우리는 그들의 권위를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제공한다. 이렇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감독이 “창조적 브레인 트러스트(creative brain trust)”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 그룹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우리가 자랑하는 동류기반 프로세스(peer-based process)의 하나다. 조금 뒤에 다시 설명할 것이다.) 이들의 조언으로 만족하지 못하면, 작품에 지원군을 더 대주기도 한다. 투입된 작가나 조감독은 특정 기술을 제공하거나 영화의 창조적 리더쉽에 창의적인 역학 관계를 개선시켜준다.

이런 환경에서 감독이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 감독은 하나의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로 탈바꿈하도록 하는 데에 도사여야 한다. 이 말은 즉 하나의 일관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에 들어가는 수천개의 아이디어에 일관성을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 비전을 각 스탭들이 구현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성사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는 주되, 그 일을 하는 방법을 직접 알려주어선 안된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 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좋은 감독은 그 자신이 강력한 분석 능력을 가질 뿐 아니라 스탭들의 분석 능력과 경험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얘기를 듣는 데에도 뛰어나야 하지만 제안 하나하나 뒤에 숨겨져 있는 의도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나왔던 간에 아무리 작은 공헌에도 감사할 줄 알고, 그 중 최고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동류 문화 A Peer Culture

우리를 다른 스튜디오와 차별시키고 우리가 아주 중요시 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위치의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모두들 다른 사람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애쓴다. 나는 전체를 위해 존재하고 전체를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느낀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우리의 창조적 브레인 트러스트와 일별 리뷰 프로세스이다.

브레인 트러스트

이 그룹은 라세터과 여덟 명의 감독으로 이루어져 있다(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브래드 버드(Brad Bird), 피트 닥터(Pete Docter), 밥 피터슨(Bob Peterson), 브렌다 채프먼(Brenda Chapman), 리 언크리치(Lee Unkrich), 개리 리드스트롬(Gary Rydstrom), 브래드 르위스(Brad Lewis)). 감독과 제작자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룹(과 도움이 될만한 사람은 누구나)을 소집해서 이제까지 작업한 버전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오직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두 시간의 생생한 토론이 이어진다. 다른 사람의 자아 따위는 상관하지 않기에 아무도 공손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참석자들이 서로를 믿고 존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겼다면 시간이 있을 때 동료로부터 듣고 고치는 것이, 나중에 관객한테 듣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사실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그룹의 문제 해결 능력은 그야말로 대단하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감을 받게 된다.

세션이 끝나면 받은 조언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감독과 그 팀에 달려 있다. 지켜야할 사항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고 브레인 트러스트도 아무런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역학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트러스트 멤버들은 자유롭게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꾸밈없이 할 수가 있고, 또 감독은 도움을 구하고 조언에 대해 고려하는 데 제약을 갖지 않는다. 이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는데, 처음에는 이 브레인 트러스트 모델을 기술 분야에 적용하려 했을 때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아냈는데, 바로 이 리뷰 그룹에 어떤 형태로든 권위를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 “이 것은 순전히 동료로서 피드백을 주기 위한 것이다”고 선을 그어 주자 역학관계가 변했고 리뷰 세션의 효과는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이 창의적인 브레인 트러스트의 기원은 토이스토리에서 비롯됐다. 영화 제작 도중 불어닥친 위기가 불어닥치자 뛰어난 능력을 가진 라세터, 스탠튼, 언크리치, 랜프트는 서로를 보완해주면서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를 믿었기에 굉장히 격렬하면서 열띤 토론을 펼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스토리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지 결코 개인적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란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내/외부로부터 다른 사람들이 그와 같은 레벨로 올라오고 브레인 트러스트는 점점 더 커져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는 영화 제작의 도사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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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별 리뷰 The dailies

동류관계로 함께 작업하는 방법은 우리 문화의 핵심 요인이다. 이것은 비단 감독과 제작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그 한 예가 바로 일별 리뷰, 혹은 간단히 “일별”이라고 부르는, 계속해서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받는 과정이다. 이것은 라세터가 디즈니와 Industrial Light & Magic(ILM), 루카스필름의 특수효과 회사에 있을 때 관찰한 방법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디즈니에서는 적은 수의 시니어로 이루어진 그룹만이 매일 애니메이션의 진척 상황을 지켜보았다. ILM의 전설적인 시각효과 감독인 데니스 무렌(Dennis Muren)은 이를 그의 전체 특수효과팀 직원들로 확대시켰다. (라세터는 디즈니를 떠난 후 루카스필름에 있는 나의 컴퓨터 그룹에 들어왔는데, 우리가 영 셜록 홈즈(Young Sherlock Holmes)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효과를 작업할 때 이 세션에 참가했다.)

90년대 초반에 토이스토리를 위한 애니메이션 담당자들을 구성할 때, 라세터는 디즈니와 ILM에서 배운 것을 우리의 일별 리뷰 프로세스에 적용했다. 전체 애니메이션 팀 앞에서 아직 미완성인 상태의 작업을 보여주면, 비록 최종 결정은 감독이 할지라도 그에 대한 코멘트는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여기에는 몇가지 장점이 따른다. 첫째, 아직 진행 중인 작업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데서 오는 부끄러움을 떨쳐내고 나면, 사람들은 더 창의적이 된다. 둘째, 감독이나 리뷰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창의적 리더는 전체 직원을 상대로 한번에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줄 수가 있다. 셋째, 사람들은 서로로부터 배우고 영감을 얻는다. 굉장히 창의적인 애니메이션 조각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작품도 그렇게 되도록 불꽃을 튀겨준다. 끝으로, 끝났을 때 놀랄 일이 없다. 내가 일을 마치면 그 때 바로 일이 끝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 전에 작품이 충분히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한데, 이것은 오히려 완성된 버전이 감독이 바라는 모습과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일별 프로세스는 그러한 헛된 노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아준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마술이 된다. Technology + Art = Magic

한 분야 내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를 동류로 대우하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훨씬 더 어렵다. 때로는 조직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지위가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혹은 조직 전체에서 자신들 뿐 아니라 다른 부서가 느끼기에도 가장 중요하다고 취급되는 부서가 있기 마련이다. 분야마다 말하는 언어의 차이도 방해가 될 수 있고, 심지어 사무실 간의 물리적 거리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처럼 창의적인 곳에서는 이런 장애물 하나하나가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데 방해요인들이다. 이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

픽사 원칙 technology is not enough.jpg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고, 일상적으로 새로운 발명을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그리고 거기에 기술과 예술이 함께한다면 마술과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초기 나날들을 돌이켜 보면서 “저 아티스트들 좀 봐!”라고 말한다. 그가 이룬 기술적 혁신을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는 애니메이션에 처음으로 사운드를 도입하고, 처음으로 색깔을 입히고, 처음으로 살아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제로그라피 기법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그는 언제나 과학기술에 매료돼 있었다.

픽사에서는 예술과 기술이 소용돌이치면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으며,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더 나은 기술을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라세터는 이 원동력을 일컬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예술은 기술에 도전장을 내민다.(Technology inspires art, and art challenges the technology.)” 우리에게 이것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이룰 수 밖에 없었던 삶의 방식이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이렇게 밀어부치고 있다. 비록 재능이란 것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뉘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감독과 제작자가 이끄는 교육제 방식으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고수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데 제약이 없어야 한다.

이것은 조직에서 결정을 내리는 위계구조와 멤버끼리 의사소통하는 구조는 서로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어떤 부서에 있는 멤버라도 다른 부서에 있는 누구에게나 “적절한” 채널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다가가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관리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항상 제일 먼저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회의에 들어가고 나서야 깜짝 놀라는 것도 괜찮다. 영화제작의 복잡함을 생각해보면 프로세스를 꽉 잡고 있고 싶어하는 충동을 이해할만하나, 그렇게 하면 절대 문제를 예측할 수가 없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람들이 허락을 구할 필요 없이 자신들끼리 협력해서 어려운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는데 안전해야 한다.

우리는 내부에서 계속해서 진행 중인 작업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보여주기에 항상 새로운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사람을 분야나 위치에 관계 없이 뒤섞어서 참석할 수 있게 한다. 비판을 하는 것이 안전하게끔 하기 위해서 여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창의적 리더들에게 그들 마음에 들고 들지 않았던 사항을 그 이유와 함께 이메일로 알려주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계에서 일어나는 혁신과 항상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기술적 아티스트들에게 자기의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내고 업계 학회에 참가하길 강하게 독려하고 있다. 논문으로 내면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주게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학계와 연결돼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접점은 우리가 제시한 어떤 아이디어보다도 더 가치있는 것이다.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어떤 아이디어보다도 중요하다는 회사의 신념에 힘을 실어준다.

분야간 벽을 허물기 위해서도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픽사 대학이라고 부르는 사내에서 제공하는 강좌들인데, 사람들을 자기 분야 내에서 혹은 그 분야 밖에서 훈련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그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섞이고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추가적인 과목들도 있다. 물론 나도 그 중 여럿을 들었다. 희곡, 회화, 조각과 같은 강좌들은 우리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반면,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것들은 그렇지 않다. 조각 강좌를 들여다보면,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와 다시 한번 자기의 실력을 가꾸고 싶어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가 함께한다. 픽사 대학을 통해 모두가 배우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줄 뿐 아니라, 함께 배우는 데서 오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스티브 잡스가 고안해 낸 우리의 건물도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대부분 건물들은 그 기능성을 고려해서 설계된 반면에, 우리 건물은 의도치 않은 만남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중앙의 넓은 홀에는 식당, 회의실, 화장실, 우편함이 갖추어져 있다. 사람들은 일과 시간 중 그리로 갈 일이 계속해서 있게 된다. 그러한 우연한 맞닥뜨림이 가져오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레일 위에 있으려면 Staying on the Rails

** 이 소제목 레일 위에 있으려면 Staying on the Rails은 성공을 계속 유지하려면이란 의미로 읽힌다. (Happist 생각)

경력을 쌓아 오는 동안 여러 컴퓨터 회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에서 나는 큰 영향을 받았다. 많은 회사들이 엄청난 제품을 만들어낸 사람들로 이루어진 대단한 그룹을 만들곤 했다. 그들에게는 최고의 기술자들과 고객의 요구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었고, 새롭게 변하는 기술 가까이에 있었으며, 숙련된 관리 경험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 중 다수는 그러한 능력의 정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못된 방향으로 진로를 잡았고, 결국 엉뚱한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그토록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에서 그렇게 중대한 사실을 놓치는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여러 차례 던져 보았다. “우리도 성공하면 저렇게 눈이 멀게 되는건 아닐까?”

내가 아는 이런 회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살펴보지 않았다. 픽사가 독립된 회사가 되었을 때 나는 우리는 그들과 다르리라고 맹세했다. 하지만 곧 한 조직이 스스로를 분석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던지. 만족스러운 것에 대해서도 시스템적으로 따지고 들고 회사가 성공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문제점들을 파헤치는 것은 아마도 존재하는 관리 과제들 중 가장 어려운 것들일 것이다. 명료한 가치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반복적인 사후관리, 정기적으로 외부인사를 초빙해 현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기에 강력한 리더쉽도 필요하다. 가치에 대해 단순히 립서비스만 나오지 않도록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고, 각 과정을 계획하고, 또 새로 온 사람들이 발견한 것과 제안한 것들을 고려할 수 있는 그런 리더쉽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사후 관리(Post Mortem)

벅스라이프가 끝나고 처음 시도했던 사후관리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성공한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로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사후관리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것 중 한가지는, 비록 사후관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그것을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리더들은 당연히 이 때에 팀원들의 수고를 치하하고 싶어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이 잘되었는가를 말하고 싶어하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영화업계에서 수년간 일하다보면, 모두들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한다. 결국 사람들은 문제를 직면하고 불쾌해지지 않아도 되도록 시스템을 조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 극복하는 몇가지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사후관리 하는 방법을 계속 바꾸는 것이다. 사후관리의 의미는 그로부터 배운 교훈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별 도움이 안되는 똑같은 교훈만 계속 발견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다른 방법은 각 그룹에게 다시 한다고 해도 그대로 되풀이할 다섯가지 항목과 반복하지 않을 다섯가지를 말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어떻게 했든간에, 리뷰에는 많은 데이터를 대입해봐야 한다. 우리가 창의적인 조직이라고 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측정하거나 분석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대부분 정량화할 수 있는 작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 빈도라든지, 어떤 일을 다시 작업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작업이 다른 부서로 넘어갈 때 그 일이 완전히 끝난 상태였는지 등등. 데이터는 일어난 일들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토론을 활성화 시키기도 하고 개인적인 감상에서 비롯되는 가정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있다.

신선한 피의 공급

성공적인 조직은 신선한 시각을 가진 새로운 사람을 데려올 때 두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나는 잘 알려진 ‘여기 출신이 아냐’ 증상이고, 다른 하나는 종종 실제보다 부풀려서 얘기되는, ‘우왕ㅋ 굿 여기 짱드셈’ 증상이다(주로 젊은 신입들한테서 나타난다).

첫번째 사항은 고맙게도 우리한테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었다. 우리에게는 열린 문화가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를 포용하는 모습 자체가 새로 온 사람들에 대한 위협감을 줄여준다. 멋진 아이디어나 실력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이 있는 굉장한 사람들이 새로 들어올 때면, 우리는 언제나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 인크레더블이나 라따뚜이를 감독했던 브래드 버드와 ILM을 운영하다 픽사에 와서는 월-E를 감독하고 프로덕션 부서의 부사장을 맡은 짐 모리스(Jim Morris), 전직 Rhythm & Hues에서 특수효과 스튜디오의 임원이었다가 우리의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고 있는 리처드 홀란드(Richard Hollander)가 그런 사람들이다.

더 큰 문제는 새로 들어온 젊은 신입 사원들이 자신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신입사원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과 거기서 배운 교훈들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내 의도는 그들에게 우리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하고 있는 일이 그들의 눈에 이상하게 비친다면 누구라도 의문을 제기해 달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공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옳다고 여기는 것은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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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나는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달려왔다. 솔직히 토이스토리가 완성되어 그 꿈이 실현된 후에는 한동안 뭘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곧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은 그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유일무이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는걸 깨달았다. 그 후 라세터와 함께 나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불꽃과 같은 마법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끊임없이 찾아낼 수 있는 강하고, 깊고 의지력이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또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한지 2년이 지나고 나서는 그 목표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부활도 포함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픽사에서 개발한 원칙과 접근방법들이 디즈니를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라세터와 내가 꿈꾸던 목표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우리 둘과, 또 함께 픽사를 만들었던 동료들이 사라진 한참 뒤에도 과연 디즈니와 픽사가 세계 문화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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