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수필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아래 글들은  <http://blog.naver.com/youjin0343?Redirect=Log&logNo=46422678>에서 퍼온 글입니다.

놓치고 싶지않은 감명깊은 구절들.
 
 

# 필름을 걱정하기전에는 흐린날,도회지 뒷골목의 우울함,가랑비내리는도심의 서정, 언개낀날의 공원을 좋아했다.
그런날에는 무엇인가에 홀려 밖으로 나갔다.
 
 

# 보관해야할 필름걱정만 아니라면 나에게는중산간 마을이야말로 낙원이다.
아직까지 나를 이토록 매혹시킨곳을 발견하지못했다.
행복이 마음속에 존재하는것처럼.
낙원도 내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수있는 중산간마을은 내영혼의 고향이다.
 
 

  
 
# 나는 그 심술굿은 바람을 좋아한다
바람은 멀리서 씨앗들을 한웅큼식 가져와 내게 잘보이여 아양을 떤다.
나는 그바람을 품에 안고 사시사철 함게 중산간 초원을 떠돈다.
 
 

 
# 장마철이면 안개짙은날 치자꽃향기에 취해 마시는 차맛은 누구도 이해할수없는 나만의 즐거움이다.
 
 

 
# 도시보다는 자연에서,낮보다는 밤에,나의 성감은 자극을 받는다.
건조한곳보다는 습한곳에서, 햇빛쨍한날보다는 안개가짙고 가랑비내리는 날이면 발동이 걸린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느낄수있는 오르가즘,소나기지고 무지개뜰때면 바람심한 억새꽃 춤추는 한낮에도.
하늘과 땅사이 사라지는 눈보라속에서도 오르가즘은 찾아온다
 
그절정의 기쁨을 느낄때마다 나는 다짐한다.
죽는날까지 자연을 떠돌아다니리라.끼닛거리가 없으면 없는대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살아가리라.
모두를 망각하고 초원으로 바다로 흘러가리라
 
 
 

# 초원에도 바다에도 영원의 생명이 존재한다.
대자연의 신비와 경외함을 느낌으로써 나는 신명과 아름다움을 얻는다.
나는 자연을 통해 풍요로운 영혼과 빛나는 영감을 얻는다.
초원과 오름과 바다를 홀로 거닐면 나의 영혼과 기억 그리고 자연이 하나되어 나의 의식속으로 스며든다.
그럴때면 훌륭한 사진을 찍어야한다는 간절한 바람도 사라진다.
 
 

 
# 마라도에 가면 세상이 보인다.
작은섬안에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것이 있다.
종교 철학 회화 음악,무용이 모두 다 있다.
갯바위파도는 시를 읽어주고 바람은 잠시도 쉬지않고 노래하며 억새는춤추고 하늘과 바다는그림을 그린다.
수평선은 고독과 자유를 강의하고 구름은 삶의허무를 보여준다
 
마라도는 참으로 아름다워서 좋다
섬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수있어서 좋다
십분만 걸으면 동서넘북 원하는곳에 가 닿을수있다
일출과 일몰을 다 볼수있어서 좋다
…
 
사랑하는 연인처럼 나는늘 섬이 그리웠다.
 
 

 
#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흙으로 돌아갈 줄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이다.
 만 가지 생명이 씨줄로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http://www.dumoa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