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마케팅이 ‘사기’가 아닌 ‘감동’이 되려면

Updated on 2010-09-14 by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마케팅에 대한 뜨끔한 글이 있어 퍼왔습니다. 

한때는 철저한 마케터라고 자부했건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래 학생들이 주장하는 “마케팅은 사기다”라는 말을 얼마나 부인할 수 있을 지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얼마나 원칙에 충실했는지….
진실도 아닌 거짓도 아닌 아주 묘하게 포장한 적도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경영 칼럼] 마케팅이 ‘사기’가 아닌 ‘감동’이 되려면…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    |

획기적 기술·훌륭한 품질없이 마케팅에 열 올리면 그게 ‘사기’
불량 명품·맛없는 맛집 안되려면 제품 경쟁력에 목숨 걸어야

대학시절 매번 똑같은 시험문제를 내는 교수님이 있었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였다.
한 번은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로 문제를 바꾸는 바람에 학생들이 당황(?)해 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질문을 시험문제 대신 첫 번째 과제(리포트)로 내주는데, 학생들의 다양한 답안을 채점하는 것은 학기 초마다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 됐다.

‘마케팅은 유혹이다.’, ‘마케팅은 예술이다.’, ‘마케팅은 뻐꾸기(무도회장에서 남녀가 호감 있는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뜻하는 속어)다.’, ‘마케팅은 좋다’, ‘모르겠다’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기발한 답안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학생이 이렇게 답했다. ‘마케팅은 사기다.’

학점에 연연하지 않는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마케팅 관리 수업을 들으면서 이런 리포트를 제출해도 되는 건가? 당당한 신세대 제자들의 리포트를 감상하다가 필자는 깨달았다. 마케팅이 사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요즘 이른바 ‘신상(신상품을 줄인 속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명품 가방이나 시계, 패션의류뿐 아니라 TV, 스마트폰과 같은 하이테크 제품들도 새로운 기능, 새로운 디자인을 내세우며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신상품을 손에 넣은 자와 손에 넣지 못한 자로 세상은 구분되며, 신상품이 나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들은 한없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신상품을 손에 넣는, 이른바 혁신 수용자(innovators)들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케팅에 의해 ‘낚일’ 위험이다. (‘마케팅은 낚시다’라는 답안도 있었다.)

신상품의 성공 요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입증한 평범한 진리가 하나 있다.
기술 혹은 품질이 성공의 필요조건이고, 마케팅은 충분조건이라는 것이다.
획기적인 기술, 훌륭한 품질과 탁월한 제품력은 성공의 대전제 조건이다.
이 필요조건을 갖추지도 않고 마케팅에 열을 올릴 때 마케팅은 ‘낚시’가 되고 ‘사기’가 된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량 명품(名品), 불친절한 프리미엄 서비스, 맛없는 ‘맛집’에 낚여 왔던가?

그렇다고 훌륭한 기술과 좋은 품질을 가진 제품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마케팅이라는 충분조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숨겨진 고객의 이성적, 감성적 욕구를 헤아리고, 핵심 표적 고객을 선정해 정확한 제품의 가치를 확실하고 일관되게 알려야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고의 기술을 내세우던 소니가 비디오(베타맥스와 VHS)와 DVD 표준 전쟁에서 연이어 실패한 것도, 지금의 아이팟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워크맨이나 트리니트론 TV가 흘러간 전설이 되어 버린 것도 시장을 읽는 데 소홀하고 기술적 자만심에 빠진 결과이다.
소니는 이 오류를 바로잡으려다가 요즘은 기술 분야 리더십마저 상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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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의 기획과 개발은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다.
그리고 마케팅은 그 가치를 증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두 가지는 매우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하며, 그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여겨져서는 안 된다. 에르메스와 루이뷔통과 같은 명품 가방을 만드는 기업이 광고와 브랜딩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 있다고 해서 디자인과 제품 개발에 들어갈 노력을 덜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아바타’나 ‘토이스토리 3’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상상도 못할 금액을 홍보와 마케팅에 쓰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수년간 땀 흘리고 마음고생을 해가며 대작을 만들어낸 과정을 절대 간과하면 안 된다.

‘마케팅 콘셉트(marketing concept)’라는 것이 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초기 산업사회에 가졌던 ‘제품 콘셉트(pro- duct concept)’에 대응되는 말이다.
경쟁자가 많아지고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이제는 만들어도 안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고 그들과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시장 지향성(market orientation)’이 강조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확산은 소비자들을 긴밀히 연결해 주었고,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보다도 많은 주관적·객관적 제품 정보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의 품질과 그것이 주는 진정한 가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이른바 ‘신(新) 제품 콘셉트(neo-product con- cept)’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예전 시대로 되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잘’ 만들어야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는 얘기다.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걱정은 여기서 싹튼다. 우리 기업들이 너무 조급하게 덤비다가 본원적인 ‘제품 경쟁력’을 잃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외국의 전문가들이 한국 제품의 ‘제품 경쟁력’에 대해 지난 수년간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달콤한 소리에 미소 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국 하면 기술이 떠오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잃어버린 10년’을 아쉬워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일본 전자업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며, 지금 누리고 있는 애플의 영광 뒤에는 쓰디쓴 비판에도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목숨 걸었던 10년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마케팅이 사기가 아니라 ‘감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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