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아이리버로 앞서간 한국 MP3, 애플에 밀린 이유는?

Updated on 2010-01-31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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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MP3 플레이어 세계최초 개발한 한국의 아쉬움

 

“Sorry, SONY!(미안해, 소니)”

한 동안 전 세계 경영학 교과서에는 1980년대 초반에 출시된 일본 소니사의 ‘워크맨 신화’가 빈번히 언급됐다. 집안의 오디오를 한손에 휴대 가능한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로 축소시킨 소니의 혁신은 일본의 경제신화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일본의 전자업계가 구닥다리 워크맨과 일본 내에서 유행한 MD 표준에 취해있을 때 시장은 점차 디지털로 변화했다. 이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한 쪽은 후발주자이자 차세대 전자산업의 황태자 한국이었다.

1998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세빗(CeBit)에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출시한 MP3플레이어를 구경하기 위한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새한정보시스템이 개발한 세계최초의 상용 MP3플레이어인 ‘엠피맨10’이 그 주인공이었다. 전 세계 대형 업체들이 무관심했던 MP3시장을 개척한 것은 한국의 디지털 벤처기업이었고, 이어 한국 전자업체들은 특허권을 무기 삼아 MP3플레이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21세기 초반까지 한 동안 미국의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것은 아이리버(레인콤) YEPP(삼성전자), 거원(Cowon) 등 한국산 기기였다(애플은 1세대 아이팟을 2001년 10월에 만들 정도로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 한국이 개척한 MP3, 결국은 애플이 독식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수출담당 이사였던 양덕준 사장이 창업한 아이리버는 1년 만에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2004년에만 4550억 원의 매출(영업이익 651억원)을 기록하며 ‘아이리버 신화’가 서구에서도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Sorry Sony’는 아이리버가 미국 시장에 내건 광고카피였다. 심지어 아이리버의 모델은 사과를 힘차게 베어 무는 모습으로 ‘애플’을 넘어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미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05년 2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아이리버가 ‘Kill iPod(타도 아이팟)’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H10모델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이 직접 소개하며 “디지털 라이프를 바꿀 제품”이라고 극찬해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는 자사의 MP3플레이어 브랜드인 ‘Yepp’을 강화하며 전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다. 대한민국 MP3플레이서 시장의 최전성기였던 셈이다.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전자강국 일본이 개척한 디지털 신시장을 이어받을 황태자의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2010년 1월29일 현재 미국의 자랑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에 이은 세 번째 메가 히트 예상작 ‘아이패드(i-Pad)’를 선보이며 제왕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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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는 키노트를 통해 “애플이야 말로 세계 최고 모바일 기업이다”고 선언했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의 단순한 시장 구성으로 미래 전자 및 컨텐츠 산업을 애플 중심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한 셈이다.

애플은 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괴물이 됐고, 전 세계 디지털 음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시장의 75% 이상을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통해 석권했다. 한국 업체에 밀려 미국 시장의 31%만을 점유했던 2004년에 비하면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른다.

이에 반해 한 동안 전 세계 MP3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 중소 벤처업체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중소업체로 남아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 MP3의 무한한 가능성 보지 못하고 시장 뺏긴 한국

 

한국은 기술력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MP3플레이어의 음질이 나쁘지도 않았고, 가격 경쟁력도 충분했다. 아이리버는 가장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을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승리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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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답을 찾을 만한 일화는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최근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스티브 잡스가 애플사에 복귀한 직후의 일화다. 당시 잡스는 가족들이 비싼 오디오를 놔두고 음질 나쁜 컴퓨터로 음악을 듣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음악 감상 방법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는 사내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밴드 출신 직원들을 불러 모으고 ‘혁신적인 MP3플레이어 개발’을 지시한다. 젊고 음악에 미친 직원들은 기존의 유명 기기들을 모아놓고 단점파악에 들어간다. (한국산을 포함한) 기존의 MP3플레이어는 많은 음악을 집어넣고 정리하고 감상하는 방법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음원 관리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를 개발한다….’

음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든 애플사는 이어 방대한 음악을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클릭 휠을 나중에 개발한다. 소프트웨어가 먼저였고 하드웨어가 나중이었던 것이다. 당시 시장의 관심사는 누가 더 좋은 음질의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느냐 였다. 애플은 시장을 새롭게 해석해 시장을 공략한 셈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개발된 아이팟은 결국 3년간의 진화를 거쳐 4세대가 출시된 2005년 드디어 한국산 MP3플레이어를 미국 및 전 세계 시장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아이튠즈에 영감을 받은 애플사는 단순히 음원에 그치지 않고 뮤직비디오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확장해 가며 2008년 컨텐츠 시장인 앱스토어를 오픈했다. 수 억달러에 불과하던 단순 전자기기 시장이 수십억 달러의 컨텐츠 시장으로 진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 음질도 좋고 성능도 좋았는데, 사용자 편의성이 부족

 

따지고 보면 한국은 MP3 시장에서 가장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였다. 특허를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막강한 메모리 및 액정 수급 능력, 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빠르고 능숙한 제조기술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MP3플레이어를 단순한 하드웨어로 분류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접근했다. 결국 아이튠즈는 컴퓨터를 잘 모르는 40대 이후 컴맹조차도 음악 CD를 컴퓨터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음원을 정리해 MP3플레이어로 전송하는 편리한 기능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버렸다.

반대로 한국산 MP3플레이어는 컴퓨터를 잘 알아야만 가동할 수 있는 소수 마니아를 위한 어려운 기계였다. 한국은 MP3를 기계로 접근했지만 미국은 디지털 컨텐츠를 위한 창구로 이해했고, 그 철학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이어졌다.

1월30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실적을 극찬하면서도 “혁신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기술혁신 기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이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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