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코닥 DX7590/캐논 EOS 20D/우리나라 디카의 미래

Updated on 2010-01-11 by

요즘 스르륵클럽에서는 삼성 NX10 출시에 즈음해서 짧은 논란들이 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향후 카메라업계의 추이 예측에 대한 논쟁들도 있는데 이와 관련해 예전의 아래 글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블로그에 있는 것을 퍼왔습니다.

 

찬찬히 읽어 보려구요..

저도 50만화소짜리 코닥 디지탈카마레라를 업무용으로 구입해서 쓰던 적이 있는데(98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장족의 발전을 했지요…

 

아래 글은 디시인사이드에서 곽태훈 님께서 쓰신 글을 퍼온 글 입니다.

Kodak DX7590 / Canon EOS D20 / 우리나라 디카 산업의 미래

 

내용이 무척 긴 사용기가 될 것 같습니다.
경어체로 쓰지 못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이해를 구합니다.
모든 분들이 디카와 함께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2005년 9월 20일

곽태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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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지금 글을 시작하는 시간은 추석 연휴를 막 시작하려는 저녁 일곱시. 나는 오늘도 배가 고프다. 글을 한번 쓰게 되면 줄줄 흘러나오는지라 언제 저녁을 먹게 될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적막한 여의도에서 저녁 늦게 까지 식당을 열어줄 고마운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월급쟁이로써 야근을 밥먹듯 하는 관계로 저녁의 어두움 보다는 언제나 새벽의 배고픔이 가장 두렵다.


나는 디카를 오래 전부터 써 왔다. 30만화소 때는 카드 리더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4*6 사이즈로 인쇄를 해도 사진이 다 깨졌다.

80만화소를 쓰기 시작하자 이건 물건이었다.

1024*768의 모니터에서 깨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4*6사이즈 인화는 기본이었다.

그래서 80만 화소 이후론 내가 쓰는 용도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Canon EOS D20에 1GB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다. 최대 해상도로 약 400장을 찍을 수 있는데 하루 출사 나가면 바로 소모되는 양이다. 때론 고해상도도 부담스럽다.

 

디카는 내가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혁명 같은 도구이다. 디카를 쓰기 전까지 약 20년간 SLR을 써 왔지만 디카를 다루고 난 후에 사진술이 확실히 늘었다. 필름을 싸게 사려고 종로나 예지동 사진골목을 누비며 필름 한판(?)을 사서 집에 오며 뿌듯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쩌다 찍을 일이 있을 때 큰 마음 먹고 사야 했던 슬라이드나 코닥 골드 인화지, 가끔 어렵게 구한 새 필름을 책상 앞에 놓고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필름을 쓰던 무렵 어찌 결과물을 미리 보고 지울 생각이나 했었을까? 디카를 쓰고 난 후, 필카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빈티지 기종 몇 개 뿐이다. 이젠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를 쓸 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도 나는 과거에 별로 미련이 없는 편이다. 수 많은 LP를 모았다가 CDP라는 것이 나오고 나서 이젠 더 이상 LP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게 약 20년 전인데, 디카 역시 ‘디지털’ 이 주는 행복감이 더 많았고, 필름으로 찍은 사진들은 내 아이들이 ‘아버지 시대에 사용했던 골동품” 으로써 기억되게 될 것이다.

 

* 디카를 쓰기 시작 하면서

 

디카에서 코닥은 절대적 존재다. 유저 입장에서는 그저 맘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디카를 비즈니스 적으로 파악하다 보면 가는 곳곳에서 코닥에 걸려 넘어진다. 디카를 이해하기 위해서 코닥이 갖는 몇가지 상징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 현재 카메라 하드웨어 구성의 대부분의 원천 특허는 코닥이 가지고 있다.
가령 어느 업체가 핫슈가 있는 카메라를 만들던지, 타임랙이 짧은 디카를 만들던지 셔터, 렌즈, 바디의 수 많은 부분의 특허를 코닥이 가지고 있다.

* 현재 거의 모든 디카가 쓰는 촬상소자 CCD, C-MOS의 원천 특허는 코닥이 가지고 있다.
  – 코닥은 센서 회사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 현재 디카의 화면비율을 정한 것은 코닥이다. 모두 특허료나 지배력이다.

* 디카의 운영체제에 대한 특허는 모두 코닥이 가지고 있다. DC 200시리즈는 세계 최초로 운영체제를 탑재한 디카임을 잊지 말자.

* 컬러 자체를 정의한 회사가 코닥이다. 코닥에는 컬러가 인종별 안구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부터 어떻게 분류해서 관리해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100년간에 걸쳐 형성된 DB 가 있다.

* 향후 HD 포맷의 주류가 될 포 써드 시스템의 표준을 코닥이 가지고 있다.

* 향후 센서, 디스플레이의 대부분의 원천 특허를 코닥이 가지고 있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어떤 신규 사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했을 때 특허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디카 처럼 속도가 빠른 비즈니스 모델은 더더욱 그렇다. 혜택이 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뒷다리는 쉽게 잡힐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영 찜찜한 일이다.

코닥의 미래는 밝다. P880을 계기로 한국 코닥도 덩달아 기사회생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결과 분석에 조심해야 할 것은 그 부흥이 제품의 경쟁력이라는 외부 변수에서 오는지 국내 변수에 의해 개선된 부분인지 잘 평가해야 한다.


* 디카와 커뮤니티

나는 디카와 커뮤니티는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하나인 디카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어떤 전자제품을 살때는 검증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은 사용자의 평가를 보거나 아니면 주변의 디지털 도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디카 업계(?)를 주도하는 DC inside, SLR Club 같은 커뮤니티를 들여다 보면 재야의 고수들은 거의 캐논, 니콘, 소니에 몰려있다. 코닥에는 아마추어 유저들 뿐이다. 코닥이 Value deliver를 하려면 디지털의 색상에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예산, 정책의 어려움이 있는지 현재 로컬에서 보여지는 모습들과 본질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소프트웨어 싸움이다. 캐논은 하드웨어라서 받아들이기 쉽다. 누구도 캐논이 하드웨어에 대한 선두 주자 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소프트 웨어는 어렵다. 자체가 브랜드와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결국 1류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이다.

본사에선 엄청난 기술이 잠자고, 세계 3대 디카 업체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8-9위권을 맴도는 브랜드.. 그래서 더욱 코닥이 눈에 밟힌다.


*  디지털 카메라? 뭣 땜에 쓰는 물건인고?

내가 디카를 처음 접했던 것은 90년대초로 코닥DC20, DC 40이었다. 용산에서 터미널 상가를 처음 지었을 무렵 터미널 상가의 지하에 가면 이상한 도구들을 파는 그런 집들이 있었다. 거기서 처음 접한 디카 DC20. 이것은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당시의 코닥 영업사원들은 전국의 미대를 상대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미대에서는 그때까지 자료 보관용으로 포지 슬라이드를 주로 쓰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수요처로 본 것일 것이다. 80년대의 디럭스 페인트를 기억하시는지? 그 초보적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무렵엔 나중에 에어 브러쉬 기능을 지원하는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등 여타 프로그램을 보고 내가 느끼는 충격은 거의 공포스러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디지털이 몰려온다!


90년대초 나의 PC는 흑백의 286이었다. 3M디스켓을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회사에 대한 나의 가장 큰 자랑이었고, 디카는 요원해 보였다. 그러다가 삼성항공(현재 삼성테크윈)이 30만화소의 제품으로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디카시장에 마케팅을 시작하였다. 때는 아날로그 시장에서 삼성카메라가 올림푸스를 밀어내고 세계1위를 막 점유하기 시작할 때였다.

삼성과 올림푸스의 전략은 저가 일체형 자동카메라 였다. 니콘과 캐논, 미놀타, 펜탁스가 아직 SLR 4강으로 기술을 다툴 무렵 삼성과 올림푸스는 뮤시리즈와 케녹스를 앞세워 그저 시장 점유율 늘리기에 힘썼다.

삼성항공의 기술력은 후발주자의 그것일 뿐이었다. 삼성항공(현재 삼성 테크윈)이 세계시장에서 기술로써 두각을 나타낸 것은 FX-4라는 아날로그 자동 카메라였다. FX-4는 포르쉐 스튜디오에서 디자인을 맡고 삼성이 렌즈설계를 했다. 이 카메라는 카메라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있는 유럽사진가협회 자동카메라상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컴팩트 카메라에서 최초로 4배줌을 실용화했기 때문이다.

이 카메라를 지금 실물로 보면 놀랄 수 밖에 없다. 그 크기가 웬만한 SLR보다 더 크다. 우리 LS시리즈 체적의 한 3배쯤 된다. 4배줌을 구현하다 보니 렌즈가 최고로 나왔을때는 3단으로 접힌 렌즈가 마치 코끼리의 코처럼 쭉 앞으로 나왔다. FX-4 본체 자체도 코끼리 머리 같이 생겼다.

4배 줌렌즈 라는 것을 국내기술로 설계했다는 것은 대단한 기술적 성과였다. 3배줌과 4배줌은 그 설계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다. 불행히도 디지털 시대에 그 차이는 한 낯 느끼지 못하는 숫자일 뿐이다. 렌즈 설계자의 입장에서 그 난이도는 하늘과 땅 차이인데 말이다.

이후로 삼성카메라는 세계기술과 약 10년 차이가 나는 SLR인 GX-1을 개발하고 SLR프로젝트를 접는다. 그리고 거의 10년이 지나서 이제 삼성 케녹스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삼성 테크윈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삼성 전자의 디자인 연구소의 노하우를 전수 받게 된다. # 1, 815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삼성은 국내 1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2위로 내려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KAIST 팀이 386 SX 프로세서를 개발한 일이 있다. 세계시장에서 486  DX-66이 유행할 때다. 기자들은 우리나라가 드디어 선진 프로세서 기술을 따라가게 되었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물론 이후에 삼성에서 DEC의 유닉스 프로세서인 알파칩을 개발했고 지금도 마이컴 류는 양산하고 있지만, 기술발표가 그대로 제품화 되는 것은 앞뒤를 고려한 혜안이 필요하다.

30만화소 삼성카메라와 코닥 최초의 디카 DC-20과는 거의 10년의 차이가 있지만, 실제 차이라고는 크기가 좀 작아지고 화소가 좀 는 것 뿐이었다. 30만 화소를 4*6사이즈로 뽑아보고는 아직 멀었다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80만화소가 나왔고 인화해도 쓸만한 사진이 나오게 되었다.


*  30만화소, 80만화소 – 디카의 대중화에 대한 꿈을 꾸다.

640*480 의 해상도를 VGA 포맷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꽉 찰만한 이미지 크기가 30만화소이다. 30만화소의 데이터를 실척으로 컴퓨터에 표현하면 한 화면에 꽉 찬다. 압축 없는 파일의 크기가 약 300KB 정도 되므로 8메가의 메모리를 가지면 수십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또한 압축을 하면 더 적은 크기를 가지게 되므로 디카는 저장장치에 따라 별의 것이 다 나왔다.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하는 기종도 있었고, CD-RW로 굽는 놈에 외부 메모리 카드 없이 내부 메모리만 갖추고 용량확장이 불가능한 것도 있었고,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이때만 해도 코닥의 DC 시리즈는 거의 독보적이었다. 시장이 30만화소, 80만화소로 양분이 되어있을 무렵, 코닥의 아성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코닥은 한국시장에서 약 1990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게 된다.

이때 메이저 브랜드로 코닥과 자웅을 다투던 회사는 소니가 있는데, 소니는 디카를 ‘엔터테인먼트의 도구’ 로 인식했고, 코닥은 진지하게 사진기술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였다.

한국시장에서 코닥과 1,2위를 다투던 삼성이 단촛점 30만화소 디카를 198,000에 내놓으면서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탄다.

당시엔 디카를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다. 디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을 뿐 아니라, 컬러 액정이 달렸고, 즉석에서 지우거나 편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도 그 자체의 효용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 100만화소 – 이제 디카가 제법 보인다.

시기는 약 1998년도, 이 시대에 코닥에서 명기가 등장한다. 그 이름이 DC265. 미션 임파서블1 을 보면 이 카메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 카메라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디지털 카메라가 아날로그를 대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중속에 각인되게 된다.

나는 DC265로 찍은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다. DC265가 요즈음 카메라보다 나은점은 풍부하고 훌륭한 색감이며, 코닥 레티나 렌즈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데 있다. 메커니즘 적으로도 3배줌을 탑재했으면서 렌즈 구동부가 간결하게 설계되어 당시로써는 빠른 오토 포커스를 실현했다. 아직도 모든 디카를 통틀어서 코닥DC265가 최고의 색감을 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DC265는 우수한 기종이었다.

DC265를 써보고 나서 디지털 카메라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수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DC265는 일반 AA Size 전지가 4개 들어갔는데, CPU와 디스플레이의 높은 소비전력으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이미지를 찍을 수 없었다. 캠코더와 같이 액정을 켜놓았다가는 건전지가 금방 닳아버린다.

하지만 DC265포맷은 그 자체의 완성도와 높은 소비자 니즈를 등에 업고 최초로 DC290을 거쳐 300만화소를 돌파할때 까지 활용된다.

이때의 기술 수준의 문제점이라면 셔터 동작 속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수동 SLR의 경우 릴리즈를 사용하면 별짓을 다할 수 있었고, 디지털 카메라는 셔터를 눌러도 한 박자 늦게 찍히곤 하였다. 최근 제품은 대부분이0.5 초이내의 타임 딜레이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DC 265가 코닥에 주는 로열티 수익은 대단한 것이다. DC 200 시리즈는 디지털 카메라 최초로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탑재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모든 표준과 특허를 코닥이 가지고 있다. 지금 액정에서 운영체제 인터페이스를 가지지 않는 카메라는 없다. 그 모든 카메라에게 코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200만화소 – 필름 카메라를 대체할 수 있는가?

200만화소에 다다르자 디카가 급속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나말고 디카를 쓰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역시 코닥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DC265, 290등의 시리즈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보급형으로 출시된 CX기종들도 제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소니는 여전히 저장매체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영상에 대한 접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소니의 마비카라는 브랜드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소니가 어떻게 디지털 사진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할지 고민했음을 볼 수 있다. 이때 개발된 DSC-88등의 플랫폼은 아직까지도 5백만 화소로 업그레이드 되어 시장의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개발의 입장에서 플랫폼을 보았을 때, 가장 많은 실용적 플랫폼을 가진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나는 300만화소의 시대가 열릴 때 까지도 디카에서 충분한 해상도는 200만 화소 정도라고 믿고 있었다. 화소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광학계나 노출, 수동기능등 다른 성능이고 이것에 앞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배터리의 수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200만 화소에 시장이 머물 무렵 디카는 크게 활성화 되었고, 돌진하는 코끼리 떼를 배경으로 ‘대단한 놈이 온다- 최초의 300만화소  코닥 DC290!’ 이라는 카피로 코닥이 300만화소를 연다. 이때가 2001년 무렵이었다.

 

* 300만화소 – 그 긴 암흑의 시대.


코닥이 300만화소의 고지를 밟자, 시장에선 다양한 요구가 나오게 된다. 사용자 층이 두터워지면서 디카의 교체수요가 생겨났고, 이들이 요구하는 바는 디카에서 꼭 필요한것들 즉, 긴 배터리 수명, 광학계의 정교함, 셔터 동작의 빠른 반응등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카메라에 못미치는 기능들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미 300만화소로 8*10인치의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이미지 크기의 인화물은 실제로 뽑은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이젠 광학계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코닥의 걸출한 DC4800은 이러한 요구에 맞추어 나온 마지막 히트작이었다. DC4800은 DC200 시리즈 플랫폼을 벗어난 코닥의 시도였고, 아직까지 코닥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DC4800을 끝으로 코닥이 거의 2년을 허비하는 동안 경쟁자들은 보다 높은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끊임없이 우수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었다.

그 때 써본 기종중 내게 충격을 주었던 기종은 소니 F515로 코닥 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디카였다. 렌즈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배터리가 오래 갔다. 그리고 셔터의 성능, 줌의 성능도 좋았다.

소니는 그때 까지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기종이 없었다. 그러나 F515는 소니가 방송용 비디오 캠에서 보여준 메커니즘을 답습하여 우수한 성능으로 내게 충격을 준다.

올림푸스는 그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회사였다. 왜 그렇게 투박하게 제품을 내는지.. 같은 비용으로 더 잘 만들 수 있었을텐데, 제품 자체만 보면 너무 기계 같아서 한결같이 정떨어지는 제품들 뿐이었다.

삼성은 여전히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캐논이니 니콘은 보이지도 않는 존재였다.


2004년, 화소수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보급형에서 700만화소를 넘기며 극한의 양상을 보인다. 이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직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80만 화소에서 300만 화소까지가 이미지에 있어서 직선 해상도에서 2배의 향상을 이루었듯이 300만 화소에서 직선으로 2배 해상도를 이루는 1200만 화소까지는 빠른 속도로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컴팩트 카메라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DSLR을 넘보는 성능의 디카로 10배줌 제품들이 등장했고, 내가 선호하는 카테고리, 즉 렌즈 교환식이 아니고 고정렌즈로 전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카메라의 전성시대가 왔다. 이 부문의 업계 리더는 올림푸스 였다.

언젠가부터 올림푸스는 주류로 자리잡았다. 올림푸스 한국의 방일석 사장은 원래 올림푸스 일본에서 근무하던 분이었다. 한국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제품 선택에 있어서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고 다양성을 갖지 못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그대로 이용하게 된다.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요즘은 광동제약의 비타 500에 수십년을 지켜온 1위 자리를 내어 주었지만 10년이상 국민 음료로써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광고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최근에 박카스가 노린 타깃 수요자는 젊은 층으로 ‘국토대장정’ 광고 이후 초점이 ‘건강한 대한의 청년’으로 맞추어 진다. 이는 박카스가 국민음료로써 가지는 공익성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였다.

올림푸스는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쓰게 되면서 급성장을 하게 된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광고비를 쏟아 붓고, 제품은 약간의 고가정책을 썼는데, 이는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 드는 정책이었다.

올림푸스와 나만이 아는 디지털 스토리… 감성에 의지한 전지현의 광고는 때맞춰 개봉한 ‘엽기적 그녀’의 성공으로 급상승세를 탄다. ‘엽기적 그녀’를 본 나는 비로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진국이라고 뭐든 거창하고 진지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적인 정서와 가치를 완성도 있게 표현하면 될 뿐. 그런 면에서 영화는 내 가슴에, 많은 아시아인의 가슴에 남았고, 올림푸스는 이것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사실 아직까지도 올림푸스와 전지현은 가장 어울리지 않는 파트너이다. 올림푸스 제품은 투박하고, 디자인이 나쁘고, 혁신적이지 않고, 가장 감성적이지 않은 남성적인 혹은 기계광을 위한 카메라였다. 필름 카메라 때 뮤시리즈가 보여준 디자인 미학이 지금의 올림푸스 기종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디카의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PC를 다룰줄 알아야 했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필름 카메라 시장과 다른 Trend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젊은 층들은 디카를 진지한 구입대상인 내구재가 아닌 소비재로 인식하였고 이는 곧 감성광고의 성공을 의미했다. 비주얼에 민감한 층은 TV 광고로 인해 이미 올림푸스가 최고인줄 안다. 그곳에  깊이 있는 통찰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  Why Kodak Z7590 / Canon EOS D20?

두개의 브랜드를 고른 이유는 디카 시장에서 갖는 두 회사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코닥의 경우 특허를 바탕으로 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결국 사진을 본업으로 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회사이며 그것을 바탕으로1등이 되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회사이다. 코닥의 주가와 경영진의 결정을 보면 그 절박함이 느껴진다.

반면 캐논은 생산된 결과물을 가지고 시장에서 1위를 해야 하는 회사이다. 캐논은 기술적으로 가장 우수한 카메라를 만들었고 주가는 코닥과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결국 시장은 이 두 거인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이면에 우리나라 디카가 가야 할 길이 숨어 있다.


*  DX6490의 등장


코닥의 DX6490은 코닥 유저들에게, 또한 코닥을 접해보지 못한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DX6490의 등장은 니콘 쿨픽스 5700을 130만원을 주고 쓰던 동료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가격에서, 그리고 본질가치 면에서 니콘5700과 비교할 수 있는  제품이었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다가왔다.

DX6490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코닥이 세계 최초로 대중용 카메라를 개발하고, 또한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코닥이 추구하는 바가 항상 ‘대중’ 과 ‘편리성’ 이었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 대중용 카메라에서 준 전문가용 제품은 그다지 볼 수 없었기 때문 이었다. 물론 전문가용 프로페셔널 디지털 백 제품이나 사진 기자용 제품, 디지털 SLR분야에서 코닥은 항상 선두주자 였다. 지금은 많이 들 잊혀졌지만 보도사진을 주로 다루는 니콘 바디 부문의 DSLR에서 코닥은 언제나 앞선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왔다. 주로 가격은 1500- 2000만원대에서 이루어 졌다. 나중에 800만원대로, 600만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코닥의 DX6490은 코닥 유저들에게, 또한 코닥을 접해보지 못한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니콘 쿨픽스 5700을 130만원을 주고 쓰던 동료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가격에서, 그리고 본질가치 면에서 니콘5700,8700과 비교할 수 없는 제품으로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다가왔다.

DX6490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코닥이 세계 최초로 대중용 카메라를 개발하고, 또한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코닥이 추구하는바가 항상 ‘대중’ 과 ‘편리성’ 이었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에 카메라에서 전문가용 제품은 그다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DX6490은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선전했고, 수 많은 유저들의 업그레이드 열망에 따라 개선된 버전으로 DX7590이 나왔다. 사람들은 DX7590에 관해 외관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특히 가격에 대해서. 우리는 DX6490을 안다. 그리고 DX7590을 살펴보면 이것은 내부적으론 같은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DX7590이 DX6490에 비해 바뀐 점

하나 하나 살펴 보고 DX 7590과 동시대에 130만원대에 팔렸던 니콘 8700, 캐논 파워샷 프로1, 올림푸스8080, 소니의 돌도끼 828, 미놀타의 Z-2와 비교해 보라. 무엇이 낫고 무엇이 못한지..

– 외관

(비교해보라, 온순한 니콘 8700, 렌즈를 널름거리는 캐논 파워샷 프로1, 돌덩어리 올림푸스8080, 그리고 소니의 돌도끼 828, 세련됨과 중후함 사이의 고민, 미놀타의 Z-2.. 두 130만원대에 포진된 각사의 대표모델이다.)

– 선막 동조, 후막 동조 가능 (비슷한 기능을 가진 바디를 찾아보라)

– 153K 2.2인치LCD (우리는 8배까지 확대하면서 이미지를 확인한다.)

– EVF 311K pixel (왜 Powerful 한가? )

– 16개 풍경모드 (어떤 알고리즘을 썼는가? 우리는 수동으로 가기전에 이 16개를 잘 사용하는 실력이 되는 것일까?)

– 다중 컬러모드 (자연 컬러, 강조된 컬러, 약화된 컬러-코닥의 엑타크롬을 원하는가? 후지의 프로비아, 벨비아를 원하는가? DX7590은 둘 다 제공한다.)

– 블랙/세피아 컬러 (6490동일)

– 자동 사진 회전 (세로로 찍으면 이미지가 서는 기능 – EOS-1DS에서 광고하는 기능이다)

– 스트로보 광량조절 가능 (+/- 1EV 각 0.3 EV 레벨)

– 클릭/캡처 시간 0.2초

– first, Last burst 5장 까지 (각 연사 속도는 2-2.4프레임/초 임)

– Dual sensor AF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어떤 Sensing을 하고 우리에게 주는 잇점이 무엇인가?)

– Picture album기능 (이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기능인가?)

– 노출 브라케팅 제어 +/-0.3, +/- 0.7, +/- 1.0 (당신은 세밀한 브라케팅 제어가 필요한가?)

– 배터리 용량 (1700mh) – 코닥은 왜 전력 소모가 적은가? 나는 왜 7590으로 50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니콘의 8700으로는 채 100장의 사진을 찍기 어려운가?

– 온 오프 버튼
– 인터페이스 변경
– PASM 스위치 신설

– 픽브리지 지원 (이제 프린팅도 신경을 쓴다)
– 프로세싱 속도 (괄목) 향상

– 연사중 디스플레이 (아날로그 TTL에서는 있을 수 없는 디지털 기술의 총아)

– 버퍼 메모리 (왕창) 증가  (Last burst의 경우 최고 30장까지 카메라 버퍼에 저장가능)
– 프로그램 모드, A,S,M, 그리고 커스텀 모드

– Selectable zone AF  Function – 중앙 영역, 넓은 중앙영역, 좌, 우, 중앙좌, 중앙우, 양측 Side

– multi zone AF  Function (으흐흐)

– 96분할 평가 측광 (으흐흐흐 – EOS-1DS= 64분할)

– 16분할 중앙 측광 (중앙 면적 약 16%  EOS-1DS와 유사)

– 4분할 Spot 측광 (Spot 약 4% EOS-1DS와 유사.)

(캐논의 EOS-20D, EOS-10D, EOS300D 그 어느 기종에서 이런 측광을 지원하는가? 캐논의 EOS-1DS보다 우월한 측광시스템을 DX-7590이 가졌다면, 그보다 뛰어난 렌즈를 탑재했다면 당신은 지금 DSLR을 포기할 준비가 되었는가?)

– Countinuous AF, Single AF, Accessory lens AF (왜 이런게 필요한지 DSLR을 사용하는 우리들은 잘 안다. 특히 디지털에서는..)

– 0.7-16초의 노출가능 (노이즈 감소회로 작동)- 선막씽크로
– 1/30 이상의 긴 시간의 노출 – 후막씽크로

– 노출보정 +/- 2.0범위에서  0.3 Step씩 조절이 가능하다.
– 다중 선예도 조정 (High, Normal,Low)
– 다중 화이트 밸런스 (자동, 주광, 백열구, Flurescent,..등등)
– ISO 조정 80,100,200,400,800

– 16초까지 노출,
– 매뉴얼로는 무한대 노출 (후막 씽크로) -> 사실인지 확인해 주세요

– 저조도 AF능력 (사실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엄청남)
– 저조도에서의 LCD컬러 디스플레이 유지
– 스트로보 터미널 (스튜디오 사용가능 -6490 동일)
– 여기에 DX6490에 공급되었던C-Variogon슈나이더 렌즈를 포함한다.

슈나이더 C-Vriogon 렌즈와 캐논이 자랑하는 L 렌즈를 비교해보아라. 비구면 렌즈가 몇 매가 들어있고 어떤 설계로 10배 줌을 구현했는지 비교해 보자. 캐논이 왜 10배줌을 구현하지 않았는지, 혹은 못했는지 생각해 보자. 슈나이더의 10배줌은 어떤 렌즈인가? 왜 캐논은 10배줌 렌즈에 주력하지 않는가? 니콘은 왜 10배줌 렌즈를 생산하지 않는가? 칼짜이쯔의 10배줌 렌즈는 무엇인가? 3배줌과 10배줌에는 광학계에서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가?


*  Why DX7590 ?


혹자는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할지 모른다. 왜 DX7590에는 이미지 스태빌라이저가 없느냐고.., 어떻게DX7590을 더 비싼 바디와 비교하느냐고… 나의 답변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DX7590의 출시 당시 경쟁자는 사실 대부분의 100만원대 이상의 바디에 있지 않았다.

어느 렌즈가 10배줌을 이런 화질에 구현하는가? 어느 바디가 이런 기능들을 지원하는가? 어느 컬러알고리즘이 코닥 보다 뛰어난가?

특히 렌즈에서 비슷한 레벨은 찾을 수 없다. 렌즈를 포함한 상품가치에서는 Sony 828외에는 좀 황망하다. 망원 영역에서 이 세가지 카메라가 70-300정도 를 달지 않는다면 월등한 우세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Spot 측광, 중앙 중점부 측광이 없는 카메라는 불편해서 못쓴다. 이런 면에서 캐논은 아웃이며 캐논의 라인업중엔 1Ds,이외엔 모두 아웃이다. 이제 막 출시 예정인 EOS-D20(글이 묵은 후 출시 되었다. 좋은 기종이다.), 베스트 셀러 D10도 나의 선택이 아니다. 차라리 니콘이 낫다.

 

혹자는 왜 DX7590엔 이미지 스태빌라이저가 없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나는 창밖을 본다. 왜 50년이 넘게 CVT가 자동차에서 실현될 수 없었을까? 750이나 600CC Racing 모터사이클을 타보라. 야마하도 좋고 가와사끼도 좋고 스즈끼도 좋다. 그리고 혼다의 CITI100을 타보라. CITI 100은 소위 짜장면 배달용으로 널리 알려신 배달 전용 모델이다. 내 주위의 남성적 메커니즘의 극치 야마하 V-max 1200을 타는 사람들도 가끔은 집에 하나씩 CITI100을 가지고 있다. 그런 오토바이의 진정한 광들은 주저 없이 시내주행에서 최고의 오토바이로CITI100을 꼽는다. 당시에는 자동 변속이나 CVT 메커니즘은 스쿠터에서만 가능했었다.

이제 세월이 지나 CVT 기술이 고배기량 엔진에서도 가능해 지면서 야마하 마제스타니 하는 250cc 이상의 프리미엄 스쿠터 장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2000cc가 넘는 자동차에도 CVT가 등장한다. 심지어 국산2000cc 옵티마에도 CVT가 생기지 않았던가? 이제 앞으로 750cc 미들클래스 투어러에는 반드시 자동변속 메커니즘이 탑재된다. 일반인들은 레이싱머신과 투어러를 구분하지 못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어러를 구입하여 레이싱룩을 즐기게 될 것이다.


*  이미지 스태빌라이저 혹은 안티 셰이크


이미지 스태빌라이저는 쉽게 말하여 카메라의 진동에 맞추어서CCD또는 2차 렌즈를 떠는 기술이다. 보통 조리개나 셔터 스피드의 한스텝 정도의 범위안에선 확실히 위력을 발휘한다. 두스텝 정도도 해볼만 하다. 그러나 그뿐이다.

비슷한 류의 질문으로 또 이런 것이 있다. 코닥은 접사가 약하지 않으냐고… 당연하지. 망원이 380밀리가 되는 줌인데..

나는 새 사진을 찍는다. 380밀리 가지고는 부족하고 부족하다. 코닥이 접사가 약하다곤 하지만 7Cm 접사는 접사렌즈 없이 가능하다. 망원 찍는 것이 취미인가? 접사 찍는 것이 취미인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주로 당신의 피사체가 사람이라면 망원과 광각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 DX7590에 대한 의문점들

또 하나, 받기에 즐거운 질문이 있다. 어떤 800만화소라 크롭이 가능하다고.. 다시 생각해 보면 크롭과 트리밍이라는 것은 망원으로 더 이상 당길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800만화소의 200밀리 카메라와 500만화소 380밀리 카메라를 가지고 서로 당겨보라. 어떤 사진을 얻을 수 있고 출력물이 나오는지.. 왜 사람들이 600만화소 EOS-10D를 사용하고 왜 600만화소 니콘 D70을 사용하지, 800만 화소 쿨픽스 8700이나, 캐논 파워샷 프로1을 쓰지 않는지….


거기에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이것은 경쟁사가 견디기 힘든 아킬레스 건이다. 혹자는 CCD 나 C-MOS의 사이즈를 이야기 한다. 그런 하드웨어 신봉자들에게 이런 가정은 어떤가? 그러나 그 어떤 DSLR보다 코닥의 컴팩트 카메라가 출력물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을 확인한다면 코닥을 인정하고 DSLR을 포기 하겠는가?

하드웨어는 금방 구식이 되지만 컬러기술은 두고두고 사진을 인화할때마다 그 위력을 발휘한다. 아직도 코닥의 DC265,290등을 쓰시는 분들이 있다. 그 기계들을 나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기계에 경의를 표한다. 그 무식한 전지먹는 하마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이미 오랫동안 DX7590을 쓰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다. 심지어 1960년대 이전의 노출계가 돋보기와 젓가락으로 되있는 것들,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마미야, 펜탁스로 대변되는 중형, 상부개방형 마운트의 2안 리플렉스, 110밀리, APS, 셀 수도 없는 SLR, 그리고 컴팩트 카메라를 다루어 왔다. 디지털에서 내가 저승으로 보낸 카메라를 박스로 담아보자. 나는 지난 25년간 카메라 산업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 코닥에 대하여


아날로그 수동 카메라에 있어서 코닥이 만든 전문가용 제품은 1950년대, 1960년대 오드리 헵번의 전성 시절에 코닥 레티네트 35mm를 끝으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코닥은 경영이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성실한 꿀벌’ 이었다. 자신의 경쟁우위를 ‘필름 및 사진관련제품’로 보고 필름과 사진에 관련된 쪽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였다. 그리고 카메라 제조는 대부분의 특허를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 제조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한 채 손을 놓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400만화소부터 공급되었던 코닥 프로 시리즈도 바디는 니콘과 시그마등에서 받아서 만들게 된다.

코닥의 역사상 주요한 실패 사례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처음의 코닥은 개발하는 것마다 특허요, 최초였기 때문에 이때 갖게 된 특허들은 향후 100년 동안 코닥이 카메라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두 가지의 실패 사례는 코닥이 가진 특허와 카메라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1950-60년대 35밀리 필름 시절 코닥과 카메라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사실 우리 어머니도 카메라에 필름을 넣을 때 사진관에 가서 장착해 달라고 하시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 우리집 카메라는 당시 잘 나가던 수동 SLR 이었고,  때문에 필름을 넣으면 자동으로 장착이 되는 메커니즘을 가지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코닥의 황금기였다. 35밀리 필름을 반절로 나눠 쓰는 하프싸이즈 카메라 ‘올림푸스 펜’ 같은 것이 세계적 히트 상품인 시절이었다. 24장 짜리 필름을 사면 48장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과 작고 가벼운 바디 때문에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코닥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아마추어 시장이었다.

 

* 오래된 미국의 기업의 ‘철학’

그렇게 코닥이 제안한 110밀리 필름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다. 카트리지 형태로 되어있어 카메라에 삽입하면 그대로 장착이 되었다. 필름을 잘못 끼워 사진 전체를 망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사진기는 옆으로 비스듬하게 만들게 되는데, 렌즈 구경과 초점거리를 줄일 수 있어서 카메라 제조단가가 무척 저렴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카메라는 플라스틱 렌즈를 가지고 대량생산되었다.

그러나 110밀리 필름 표준화는 실패로 끝났다. 소비자는 빠르게 110밀리 필름 카메라의 열악한 품질에 식상해갔고 대량생산을 받쳐줄 수요가 점차로 줄어들자 코닥은 필름 단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시장에 유통되던 필름의 단가는 일반 35밀리 필름과 110밀리 필름의 가격이 비슷하게 되어 소비자들의 뇌리에 110밀리 필름은 ‘값은 같고 품질은 떨어지는’ 필름 포맷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코닥의 실패 요인중 다른 것은 카메라에 대한 제조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코닥사에서 자체 브랜드로 110밀리 카메라를 생산했지만 ‘표준화’라는 개념은 빠른 보급에 의한 사용자층을 전제로 한 ‘속도’의 개념이 있었으므로 전세계적인 110밀리 카메라 공급이 필요하였다. 코닥은 카메라 제조에 관한 라이센스를 공개했고 그 결과 카메라의 질이 급속하게 떨어졌다. 질도 나쁘고 코팅도 없는 뿌연 플라스틱 렌즈를 가진 싸구려 카메라들이 전세계를 뒤덮기 시작했다. 지문이라도 렌즈에 묻어 닦으려고 하면, 한번 닦을때 마다 렌즈는 영구적으로  손상을 받아 더 더러워 졌다.

결국 110밀리 포맷 표준화 실패는 코닥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후발주자였던 여타 필름 제조업체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두번째 코닥의 실패는 더욱 안쓰러운 것이었다. 세계는 이미 다른 물결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월트 디즈니와 소니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리라고 상상한 사람이 없었다. 80년대 코닥의 위기감은 그런 사실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이 디지털화 되면서 코닥의 적은 후지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같은 시장에서 파트너였던 또는 아무 상관이 없어보였던 업체들과 경쟁하게 될 것을 코닥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쩌면 실패를 예견했는지 모른다.

APS에서 코닥이 바랬던 것은 자명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시장 지배력으로 전면 디지털화의 물결을 2-3년 늦추는 것이었다. 보다 많은 유저들을 APS로 잡아두면, 코닥은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디지털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APS는 코닥이 의도하는 만큼의 시간을 벌었는지 모른다. 혹은 그 이하였는지도 모른다. 수 많은 유저가 APS를 건너뛰고 바로 디지털로 갔으며, 이제 와서 APS를 의미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의 표준을 정하는 것은 코닥이 가야 할 길이다. 향후 디카 LCD 창을 바꿀 OLED, 센서, OS, 포써드 시스템, 코닥에는 그런 원천기술들이 있다.


*  디지털, 코닥이 가져다 준 신세계


코닥이 세계에서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코닥은 항상 기반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대한 원천 특허를 앞세워 후발주자를 압박해왔다.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 기술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렌즈, CCD,그리고 컬러알고리즘이다. 여기서 코닥은 렌즈, CCD, 그리고 컬러 알고리즘에 이르는 모든 원천 특허를 가지고 있다. 유저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이 뭐가 대단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개개 유저의 선호를 넘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코닥이 가졌음을 의미한다.

IT에서도 진보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그래픽 칩 셋 시장에서 3Dfx, 매트록스, 쳉랩,시러스로직등, 지금은 명멸해간 수 많은 업체가 전성기를 맞고 있을 때도 Nvidia가 경쟁자로 두려워 했던 것은 오직 ATI였다. 우리나라에서 별로 인기가 없던 ATI가 끝까지 살아 남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모두들 ATI의 색감을 인정했다. 그리고 속도에서 조금의 열세가 있을지언정 색감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아직도 Nvidia 대신 ATI를 선택한다. ATI가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칩셋 자체의 하드웨어적 성능보다는 컬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특허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기 떄문이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할 때 많은 이미지 필터들을 구현해 보았다. Edge enhensement나 채도필터, 컬러를 강조하거나 죽이고, 입체감을 내고 하는 것들도 특정한 원리와 공식을 따른다. 프로그래머로써 그런 효과를 낼 때 사용하는 기법들을 적절히 정리하면 그것 또한 특허가 된다.

또, 그래픽 이미지를 압축함에 있어서 Lossy와 Lossless가 있지만 이런 알고리즘 역시 나비선도의 Structurer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필터에서 보다 몇배 더 가치있는 알고리즘이 얻어진다. 나비선도의 큰 가지에 대한 특허를 얻는다는 것은 앞으로 압축기술의 기반 기술에 대해 모든 기득권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가지를 얻으면 거기서 파생되는 잔가지의 기술들은 모두 큰 가지를 가진 집안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

컬러를 구현하고 압축하고 프로세싱하는 모든 기술들이 코닥의 지배아래 있다. 이것은 유저가 인식하지 못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 기술들을 바탕으로 코닥이 카메라를 만든다는 것이다.

코닥의 컴팩트 카메라가 캐논의 프로기종보다 색감이 좋다는 것을 언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 모른다. 하지만 코닥은 캡처에서 이미지 구현, 인화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체인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이미징의 체인에서 캡처의 어느 한 부분만 담당하는 캐논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캐논은 바디에 있어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많은 경우 좋은 사진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미지의 최종 출력물로써의 가치로 사진을 정의한다면 캐논은 코닥에 못미치는 2류일 뿐이다.

그런 일들이 지금 프로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DSLR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들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있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전문가용 DSLR 시장


현재 최고급 DSLR시장은 코닥과 캐논이 양분하고 있다. 코닥의 14n이나 SLR/c, SLR/n과 캐논의 EOS- 1DS의 싸움이다. 두가지 기종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보자. 거리와 하늘, 사람들의 얼굴을 찍어보고, 스튜디오로 들어와서 색상환, SMPTE Pattern,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는 화질의 Standards material을 찍어보자.

막상 바디를 다룰 때의 즐거움은 코닥이 캐논의 1DS을 따라가지 못한다. 바디 제조에 있어서 코닥보다 캐논이 앞서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부분, CCD 기술부터 컬러 알고리즘에서 캐논은  코닥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마켓의 니즈에 따라 구매패턴은 완벽하게 나누어진다. 뽀대를 원하면 캐논을, 출력을 해야되는 직업이라면 코닥을 선택하게 된다. 즉, 출력을 위해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프로는 코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 두 제품을 평하는데 심하게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코닥 SLR/c, 캐논 EOS-1DS두 사진기를 메고 출사를 나가서 사진을 찍어보면 코닥의 카메라를 벽에 던진다. 그런데, 출력물을 뽑고 나면 캐논을 벽에 던진다. 그리고는 코닥만을 계속 사용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코닥에는 중형 카메라용 프로백이 있다. 프로백이 약2000만화소에 가격 2-4천만원대, SLR/n, SLR/c가 약 1400만화소, 캐논 EOS 1-DS가 850만화소이다.  이 시장에서 출력물의 싸이즈에 따라 화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안에서의 실력이 모든 것을 판가름한다.

코닥의 SLR/n, SLR/c는 거의 프로백에 근접한 출력물을 얻을 수 있다. 프로백보다 훨씬 싼 가격에, 1안 리플렉스의 편리한 휴대성에 정교한 색감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캐논의 고민이 있다.

이 글에서 EOS 20D와 Z7590의 출력물에 대하여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카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 노이즈라고 가정했을 때 S/N비가 높은, 즉 빛이 많은 환경에서는 비교대상이 될 수 있슴을 잊지 말자.


* 디지털 시대의 EOS 20D의 의미

라이카가 도태되는 과정은 “표준화”에 대한 경시이다. 그리고 대규모 산업으로써의 광학 정밀도의 가치는 디지털 프로세싱을 통하여 많이 줄어들었다. 이 증거로 칼짜이쯔, 슈나이더 크로이쯔나흐, 로덴스톡 광학 3사가 걷는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광학렌즈를 연마하고 비구면을 설계하는 것은 수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필름에서 T 그레인을 쓰고 감광도를 높이려 노력하는 것도 그런 노력이다. 그에 반하여 디카에서 Low data로써 가장 중요한 것은 센서 자체의 S/N 비 이다.

노이즈가 적은 카메라는 광학적으로 더 밝은 렌즈와 비견된다. 광학계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양산 수율과 속도에 문제가 있지만 광학적으로 나은 센서를 개발한다는 것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널리 쓰일만한 시장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완제품 이외의 비즈비스에서도 의미가 있다.

때론 PDA, 핸드폰에서도 거의 지원하는 디카가 단품으로써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캠코더가 아무리 발달해도 카메라를 대체할 수 없듯이 디카는 고급화를 가정으로 꾸준히 성장해 갈 것이다.

EOS 20D를 써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그 훌륭한 노이즈는 절로 감탄사를 내기에 충분하다. 훌륭한 스트로보와 함께, 새벽과 저녁의 촬영에는 최강이다. 또한 셔터 스피드를 높여야 하는 사진에서 저 노이즈는 대단한 장점이 된다.

삼각대를 써야 하는 대부분의 촬영이나, 극한, 혹서의 환경에서 하드웨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카메라이다. 그동안 써 본 카메라 중에 캐논의 저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기종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캐논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쓰면 잘 끊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브랜드이다. 일단 캐논을 들면 업계의 표준으로 찍어서 결과물에 대해 남들과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종합적 하드웨어의 능력에서 캐논을 따라갈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코닥을 컬러와 센서, 소프트웨어와 특허의 대표주자라고 하고 캐논을 광학계, 하드웨어의 절대 강자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의 애호가로써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같이 나누어 보자.이 글에는 각 사의 두가지 모델이 거론되지만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저 깊숙한 곳에 있다.

 

*  기술에 대한 종속과 지배자


소비자는 관심이 없을 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 카메라를 많이 생산하는 회사는 의외로 산요전기이다. 산요는 대단한 회사이다. 대규모 양산기술과 설비를 가지고 있지만, 자체 브랜드의 이미지는 하청이미지 그 자체이다. 그리고 유통망이 부족하다.

산요전기는 모든 브랜드의 카메라를 만들어 납품한다. 물론 최고의 제품은 각기 자사에서 생산하는 라인이 있지만 보급형들은 대부분 산요전기에 하청을 준다. 곧 산요전기는 모든 회사에 대부분의 카메라를 공급하는 것이다. 산요의 강점은 중하위 기술력과 양산기술이고, 단점이라면 원천기술은 모조리 사야 하는 형편이며, 자체 브랜드와 유통망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산요전기가 가장 많은 카메라를 제조하지만 그것은 하청 생산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도 산요전기가 업계1위라고 말하지 않는다. 각 회사에서 설계하고 하청을 줄 뿐.

또 하나 충격적 사실은 현재 디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CCD 는 소니에서 생산되는 사실이다. 올림푸스가 소니의 지배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점이 바로 이점이다. 올림푸스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고가 정책으로 디카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심하게 말하면 소니의 지배 하에 있어야 할 회사가 원청 회사(소니)를 앞지른 것이다. 이에 소니는 바로 올림푸스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들어갔다.

CCD 공급량을 조절하여 올림푸스의 카메라제조를 콘트롤 하였다. 올림푸스는 CCD라인을 갖고 있지 못하다. CCD제조에 대한 원천 특허도 없다. 따라서 핵심 기술, 핵심 부품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니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소니는 이를 무기로 올림푸스를 제치고 세계 1위권으로 다가서게 된다.

한편 소니는 어떤가? 불행히도 소니는 코닥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 CCD를 생산하는 것은 소니이지만 이에 대한 모든 원천기술은 코닥이 가지고 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소니는 코닥의 하청 업체인 것이다. 올림푸스가 소니의 부품으로 카메라를 제조하듯이….

여기서 좀 충격적인 가설을 이야기 해보자. 가설의 결론을 말하자면 코닥의 보급형 디카가 소니의, 그리고 캐논의 고급형 디카 보다 빛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더 품질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핵심기술 CCD 제조 문제


그럼 여기서 CCD의 제조 과정을 살펴보자. CCD도 웨이퍼를 노광시켜 만든다. 가끔 신문이나 TV에서 보는 동그란 은색 원판이 그것이다. 웨이퍼 상에 다층으로 노광시키고 부식시켜서 반도체의 알맹이를 만들고 나서 그것을 반도체 패키징 업체로 보낸다.

반도체 패키징 업체는 대만의 TSMC나 UMC, 우리나라의 동부 아남 반도체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웨이퍼를 네모난 형태로 잘라서 마치 재봉질 하는 것 같은 리드와 연결하는 실선을 붙이고 반도체 패키징을 하게 된다. 물론 CCD는 투명한 패키징을 입히게 되고, 리드연결도 좀 특수한 형태로 이루어 진다.

이러한 공정에서 LG 실트론 같은 회사에선 웨이퍼를 공급하고,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나 동경일렉트론, 램리서치 같은 회사에서 반도체를 굽는 장비를 납품한다. 그리고 소니에서 웨이퍼를 구워서 패키징 하게 된다.

패키징 공정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수율’이다. 수율은 말 그대로 전체 생산수량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웨이퍼가 8인치를 넘어가게 되면 수율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즉, 동그란 웨이퍼 안에 LCD판넬이 여러장 들어가는데, 렌즈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왜곡이 생긴다. 이 부분에서 불량품이 발생한다. 그리고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런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12인치 노광장비의 렌즈는 대단히 정교한 렌즈를 사용하게 된다. 카메라로 치면 당연히 단촛점 렌즈이다. 이런 분야에 있어서 슈나이더 렌즈는 그 진가를 발휘한다.

코닥은 소니에게 생산 LCD의 웨이퍼상의 가운데 부분을 요구한다고 한다. 가장 품질이 좋고 문제가 없을만한 부분이다. 소니는 그 부분을 코닥에게 넘겨주고 나머지 부분을 자사의 카메라에 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저 언저리의 부분은 제3자에 공급할 물량으로 배정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뜬소문’일뿐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찌 한 웨이퍼 상에서 자른 각 LCD 판넬 조각을 어떻게 Lot 관리하는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이던 아니던, 코닥이 소니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이것을 우회적으로,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들이 있다.


*  CCD 생산과 시장 지배력


첫번째 사례는 소니가 디카시장에서 1위였던 올림푸스를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하였다. 두번째 사례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카메라 시장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시장에서 소니는 현재 1위의 디지털 카메라 업체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보면 소니가 코닥의 지배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니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그 기간에 코닥은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코닥의 제품이 나아져서 더 잘 팔렸다고도 볼 수 있지만, 긴 기간동안에 소니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무언가 시사점이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올림푸스의 퇴보를 보면 먹이사슬의 가장 하위에 있는 회사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 미국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현재 코닥은 세계 디지털 카메라 Big4중 하나이다. 그런 코닥이 디지털로의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시장이 산업지표에 있어서 갖는 의미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 카메라는 미국 제조, 설계기술이 가지는 코닥의 마지막 보루이다. HP의 디지털 카메라가 코닥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시장의 2004년 하반기 판매 성적표를 살펴보자.

– 1위 소니, 2위 코닥 3위 캐논 4위 올림푸스 5위 HP 6위 후지필름 7위 니콘


위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생각보다 니콘이 많이 팔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물론 코닥도 일본에서는 별로 안팔린다. 하지만 후지보다, HP보다 니콘이 적게 팔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찌보면 한국에서 니콘의 위상이 과장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캐논과 니콘에 대한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니콘은 캐논의 적수가 아니다. 기술에서, 규모에서 마케팅에서, 사회적 지위에서 큰 차이가 난다. 기업의 포지셔닝이 다르다.

니콘의 포트폴리오는 그나마 다양한 편이다. 주로 반도체 장비쪽에 치중하고 있다. 내시경분야의 세계1위 업체인 올림푸스와 비교했을 때, 니콘의 반도체 장비가 큰지, 올림푸스의 내시경 비즈니스가 큰지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 하지만 니콘은 DSLR에서 Flag ship모델을 적시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니콘은 아날로그시절, 이미 캐논과의 경쟁에서 졌다. 앞으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미놀타는 어떤가? 내가 아날로그 바디에서 각 메이커를 통틀어 최고로 치는 미놀타 5,7,9 시리즈를 만든 회사다. 그러나 미래는 밝지 않을 뿐더러 우리나라에서의 위상도 거의 바닥이다. 누가 코니카 미놀타를 선호하는가? 나 같이 미놀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이 아직도 코니카 미놀타의 디미지를 바라볼 뿐이다. 나는 아직도 필름카메라로 미놀타를 쓴다.

왜 미놀타는 코니카와 합쳤을까? 미놀타는 알고 있다. 자사에는 캡처 이외의 부분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는 것을.. 컬러를 구현하여 사진까지 이르는 전과정에 대한 포트폴리오 없이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그러나 코니카 미놀타의 앞날이 밝지 않은 이유는 업계의 마이너리티가 모였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미놀타는 코닥과 합쳤으면 하고 바랬을 것이다 또는 후지와 합쳐지길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코닥은 독자생존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력이 있고,  후지는 바디를 만드는 기술까지 수준급이다. 코니카 미놀타가 시장에서 얼마나 버틸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지켜보자.

의외의 것은 HP의 선전이다. 우리나라에서 HP 디지털 카메라란 거의 하잘 것 없는 존재다. HP는 디지털 카메라 말고도 팔아서 먹고살 만한 업계1위 아이템이 무궁무진하게 있기 때문이다. HP 디카 담당자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은 안 봐도 훤하다. 본사에서는 항상 자사의 평균 점유율이나 본사 자국의 점유율의 기준을 World Wide에 적용하기를 원한다.

미국시장의 Big5인 HP가 한국시장에서는 10위안에 들지도 못한다는 사실, 그리고 다급한 나머지 고육지책으로 벌이는 마케팅 행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복합기를 사면 디카를 공짜로 주는.. 그런 정책으론 시장에서 HP의 설자리는 없다. 사실 카메라를 보면 시장에서 팔만한 제품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HP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의 진지함이나 소니의 고집스러움이 없다. 캡처에 대한 노하우도 인화에 대한 노하우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장을 대하며 다분히 프린팅을 기반으로 하는HP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뿐이다. 이제 한국을 비롯한 몇 개 지역에서 디카 비즈니스를 접는다는 소식이다. 그것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다.


어느 메이커를 보았을 때 그 메이커의 힘은 모델 숫자에서 대략 알 수 있다. 이곳 DC inside에 서 각 회사가 그동안 출시한 모델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모델을 많이 출시했다는 뜻은 일본, 미국,유럽의 어느시장에서건 많이 팔았다는 뜻이다. 소니, 코닥, 캐논, 올림푸스 정도가 70개 모델을 넘기고 있다. 신제품 하나가 출시되는 기간을 2개월로 잡으면 약 10년이상 디지털 카메라의 신제품을 꾸준히 발매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으로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점점 탈락하는 업체들이 생길 것이다. 유비쿼터스의 시대에 어딘가 강점이 있지 않은 카메라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모두 삼성전자 휴대폰 안으로 흡수되어 버릴 것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Hp이다.

올해는 코닥이 미국시장에서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세계적으로 후지필름과 함께 3위에 올랐다는 소식도 들린다. 모두 예견할 수 있는 일들이다. 내가 캐논과 코닥을 비교하는 것은 두 회사가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코닥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약할까?


*   디지털 제품에서 동, 서양의 차이점

구미 선진국 사람들은 취향이 우리나라와 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쉬운 것과 기본기를 중시한다. 오디오의CDP가 좋은 예이다. 앰프 또한 마찬가지다. 간결함을 중시하는 유럽계 앰프와 CDP들은 덜렁 볼륨과 Play, Stop같은 버튼이 전부다. 하지만 그 기본기와 설계철학 덕에 조금 더 고급품으로 자리 매김 한다. 반면 구간반복, 셔플, 인트로연주, 랜덤모드 별의별 기능을 가진 일본 제품들은 그리 고급품이 아니다. 소니가 필립스와 CD표준을 만들고 픽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더라도 소니 제품이 곧 하이엔드는 아니다.

홈시어터 리시버 앰프는 더 심하다. 야마하,파이오니아,데논,온꾜,소니등 대부분의 일본 메이커들은 그들의 잔기술이 통할만한 음장모드를 만들어 재빨리 AV를 선점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제품은 깊이가 없다. 단순히 일본풍의 소모품일 뿐이다. 반면 미국,영국의 제품들은 나름대로 하이엔드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오래전 발매된 온꾜의 인테그라 AV프리앰프는 파워앰프 부문의 하이엔드 주자인 미국의 BAT와 제휴하여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넘었다. 평단의 분위기는 일본업체가 BAT같은 회사와 같이 일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단히 고무된 듯 하였다. 일본 전체의 영광으로까지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코닥은 Easy share라는 브랜드를 launch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코닥의 창업철학에서부터 120년간 지속된 기업철학에서 기인한다. 코닥이 미국GE, 포드와 함께 전세계인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사진’ 에 대한 문화를 창조하여 대중에게 선사했다는 것에 있다. 처음부터 코닥은 대중에게 보급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지금도 코닥의 브랜드에 Share가 들어간다. 이것은 극한의 기술을 추구하는 일본적인 것과는 약간의 개념을 달리한다. 미국에서 코닥의 브라우니, 포드 T형 승용차는 대중을 위한 천재들의 노력에 대한 감사를 담는 아이콘이다.


* 우리나라 소비자와 인터넷


그러나 한국의 소비자는 다르다. 고도로 발달된 인터넷 문화에서 그들은 가격과 스펙을 검색한다. 이러한 문화에서 깊이는 또 다른 문제이다.

미국말로 “Spec War” 라는 말이 있다. 눈으로 보이는 제원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Spec War” 에 능한 회사들이 있다. 이런 회사들이 승리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대중 소비자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Spec War”라는 룰에 익숙해져 간다. 그런 시장에서 “화질,음질”등 주관적인 질을 따져야 하는 분야에서는 한국산이 약하다.

삼성의 평면TV가 좋은 예이다. 삼성의 TV는 가장 크고 명암비가 가장 좋다. 그러나 최고급품으로 평가 받지는 않는다. 프로젝션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화질을 보여주는 모델이 있다. 그러나 이마저 음질은 최고가 아니다. 나는 그러한 점을 스펙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경향에서 찾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홈씨어터용으로 수천만원이 가는 최고가의 벨기에(?) Barco사의 프로젝터의 밝기가 800 ANSI 정도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200만원에 더 밝은 프로젝터가 낫다고 믿는다. 기술적으로, 화질적으로  프로젝터의 밝기와 화질은 반비례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나라 프로젝터 시장은 눈이 아프게 빛나고 색감이 나쁜 프로젝터가 더 잘팔린다. “Spec War”에서 이기는 길만이 우리나라 인터넷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 디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바


여기서 잠 각 메이커의 브랜드명을 살펴보자.

– 소니 사이버샷. 무슨 가상 이미지를 찍자는 것인가? 아마 기술적으로 앞서 있음을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 캐논 익서스, 그리고 EOS, 무슨 뜻 인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캐논의 브랜드로 모호한 기술적 우수성을 역시 알리는 것 같다. 마치 미놀타의 Maxxum혹은 Dynax와 같은 식이다.

– 올림푸스 뮤.. 역시 아날로그때부터 지속해온 브랜드다. 역시 기술적 이미지다.

– 후지 파인 픽스, 명료한 프로비아,벨비아의 이미지가 생각난다. 명료하게 찍자!

– 삼성 케녹스  한국이 만든 광학기기라는 뜻이다. 좋은 이름이다.

– 니콘 쿨픽스, 쿨한 사진을 찍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 그에 비해 코닥의 브랜드명은 Easy Share이다.


코닥은Easy Share 브랜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진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것이다. 구미의 기업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Product가 아닌 Solution이다. 커피 자체를 팔지 않고 문화를 파는 스타벅스 같은 기업이 탄생할 만한 문화적 토양을 가진 것이다. 우리는 스타벅스를 별다방, 커피빈을 콩다방이라고 부른다. 둘다 커피맛도 분위기도 좋은데 값은 (더럽게) 비싸다.

나는 한 개인이나 기업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코닥 120년의 생존은 바로 대중과 나누는 문화에 대한 철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믿는다. 코닥이Easy Share 브랜드를 Launch하는 순간 코닥은 기술적인 advantage를 버렸다. 그리고 대중을 선택했다.

그 반대편에 하드웨어의 상징이 된 캐논이 있다.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가 개척한 레인지 파인더 시장에서는 어차피 캐논과 니콘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일본 메이커들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새로운 포맷인 SLR에 집중하였고, 이제 그들이 승리한 카메라 업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업체는 미국의 코닥과 한국의 삼성뿐이다.


*  한국 시장에서 벌어졌던 일들


한국시장에서 1990년-2000년간 코닥이 썼던 브랜드는 Digital Science이다.  이때까지는 기술적으로 고화소의 시장을 선점해 갔다. 1990년부터 약 10년간 코닥이 한국시장에서 점유율 1위였으며 소니와 삼성은 저가 부문부터 코닥을 잠식해 왔다. 그러나 코닥이 브랜드로Easy Share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코닥 디지털 카메라가 변하기 시작했다.

보다 단순하고 쓰기 쉬운 카메라를 내놓을수록 한국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해져 갔다. 코닥의 화질은 개선되었지만 디자인은 서양인의 구미에 맞게 큰 사이즈에 복잡한 기능은 생략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한국이다. 기술적인 제품의 수요가 그 어느 나라 보다 많은 곳이다. 제품이 복잡해야 팔리는 이상한 나라이다. 그곳에Easy Share가 설 자리가 있는가?

소니가 참신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로 1위를 석권하자 캐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디카를 재구매하는 수요가 늘면서 하드웨어 기술이 앞선 캐논으로 소비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전문가용 시장은 이제 거의 석권하였고 보급형 마저 최고 수준의 점유율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 보다 ‘카메라’ 화질보다 스펙이 중시되는 나라의 소비자의 선택은 당연히 캐논이었다.


10년전 어느 날 각 전자업체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친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미국의 디지털 카메라의 인터페이스가 쉬운지, 일본계 디지털 카메라의 인터페이스가 쉬운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소니를 써본 친구들은 소니가 쉽다고 했고, 코닥을 쓰는 친구조차 일본계가 인터페이스가 더 낫다고 하였다. 과연 그럴까?


* 코닥 Easy Share 가 추구하는 바


Easy Share의 인터페이스는 다른 제품들과 다르다. 코닥을 제외한 거의 모든 회사가 인터페이스가 모두 똑같다. 이것은 시장의 헤게모니를 누가 먼저 쥐었느냐와 관계된 이야기이다. 마치 워드를 출시하고 무상으로 배포하여 사용자가 손에 익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미국시장에서 코닥은 그러한 정책을 쓰고 있지만, 한국에서 코닥이 잊혀진 3-4년간 코닥의 인터페이스는 그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타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어렵게 느끼는 사용자가 많다. 현재 한국시장에서 8위권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코닥만 인터페이스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닥 유저에게 물어보라. 인터페이스가 어떤지.

인터페이스, 메뉴구성의 차이는 그 구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계 제품들은 모든 메뉴를 디렉토리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찾고 찾고 찾아들어가야 매뉴얼 제어모드가 나온다. 반면 코닥은 수평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메뉴든지 모 디렉토리에 바로 붙어 있다. DX7590은 좋은 예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조그 다이얼인데, 실로 강력한 도구이다. 수동 모드로 손쉽게 파라미터를 바꾸어보라. 조그다이얼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DX 7590과 EOS20D를 같이 써보면 대낮의 스냅에서 조작성이 좋은 DX 7590쪽이 표정을 담기에 더 좋다. 해가 저물면 EOS20D의 세계가 열린다. 이렇게 노이즈가 적은 카메라는 캐논 엔지니어가 선사한 선물이다. 동시에 발매된 580 EX 스트로보와 함께 나는 모든 것이 다 보이는 부엉이가 된다.


코닥의 인터페이스의 간결함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비즈니스상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코닥은 몇 년전부터 인쇄물인 설명서를 모두 pdf형식의 CD로 바꾸었다. 실제로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설명서를 볼 필요가 별로 없기 때문에 설명서는 파일형태로 공급이 되고 하드카피 설명서가 필요한 소수의 고객들은 인쇄해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가 어디 그런가? 처음 코닥 카메라를 사서 제품을 뜯어본 고객들은 설명서부터 찾는다. 거기서부터 황당함이 시작된다. 코닥은 고객에게 배워야 한다. 고객이 원하면 메이커는 공급을 해야 한다. 때로는 원가에 반영이 되더라도 그것이 대다수의 고객이 원하는 것이 그 길이라면 한국 코닥은 그렇게 해야 한다.

DX6490의 경우 이러한 요구가 더했을 것이 자명하다. DX6490은 컴팩트 카메라가 아니다. 따라서 사용설명서의 요구가 기타 코닥 제품과는 달리 많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코닥이 정책상 설명서 책자를 공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불편함으로 인해 어느 동호회가 그들의 힘으로 설명서를 만들었다면,  한국 법인이 그것을 도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 코닥이 앞으로 시장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신뢰이고 자부심이다. 신뢰라는 것은 고객들에게는 코닥 제품을 구입해서 후회 하지 않아야 하고 딜러분들에게는 코닥 제품을 판매함에 있어서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하고, 또한 코닥 직원과 딜러분, 고객분들 모두 코닥의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메이커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이다.


* 기기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에 대하여


이제까지의 코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코닥에 로열티가 있는 고객분들은 어느 정도 계실까? 코닥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전국의 현상소에서 일하고, 어떤 식으로든 코닥을 써본  수 많은 분들은 코닥을 어떻게 생각할까? 특히나 지금 코닥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자부심이 있을까?

세계 1류의 캐논 EOS User에게는 자부심이 필요치 않다. 이미 EOS User의 자부심은 객관적이다.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서울의 공원에 가보라. 사람들이 어떻게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지… 대표적인 장소가 선유도 공원이나 상암동의 하늘공원이다.


캐논/니콘의 DSLR를 산 사람들은 이 비싼 기계를 절대로 가방속에 넣고 다니지 않는다. 무조건 커버 다 벗겨서 어깨에 매야 한다. 바디가 커보여야 하는 목적으로 그들은 배터리통에 불과한 값 비싼 세로그립의 구매를 고려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캐논, 니콘 유저의 자부심은 대단하였다. 물론 미놀타 클럽을 필두로 한 미놀타나 펜탁스 유저의 자부심도 대단하였다. 니콘의 노란띠를 두르기 위해, 캐논의 빨간 어깨끈을 두르기 위해 우리는 브랜드의 자부심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그 들의 카메라 속에는 언제나 코닥이 있었다. 코닥의 자부심은 캐논과 니콘을 받치는 기반이었다.

필름에 있어서 후지와 코닥의 스토리는 이런 것이다. 사진을 처음 입문할 때는 코닥으로 한다. 코닥이 모든 색감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컬러의 기준에는 팬톤이니 뭐니 하는 넘버링과 색상입체의 좌표값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코닥이 정한 기준이다. 코닥의 필름들은 업계의 표준이다. 이것으로 사진을 배운다.

사진을 좀 찍게 되면 써보고 싶은 필름 종류가 늘어난다. 코닥 엑타크롬 25같은 필름을 써보고는 타사의 다른 필름을 써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나도 후지, 코니카는 물론 3M스카치 필름, 적외선필름, X-ray감광 필름등 별의별 필름을 다 찍어봤다. 이런 단계에서 유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후지의 슬라이드 프로비아, 벨비아 시리즈이다.

후지 슬라이드의 특징은 색상을 보다 선명하게 표현하는데 있다. 어떤 풍경을 찍어도 선명하고 근사하게 나온다. 그리고 후지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그런데 후지의 한계가 바로 여기까지다. 사진을 찍을 때 작가는 고민에 빠진다. 후지의 필름으로는 흐린 하늘을 찍어도 맑고 정갈하게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눈에 본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좀더 과장된 색깔을 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가 나이가 들면 다시 코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후지로 가지 않는다. 시장에서 점유율을 몇% 차지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코닥이 사진계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컬러에 대한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사진의 비전문가 저널, 가령 PC 잡지 같은데서 디카를 벤치마킹하는 기사를 본다. 그들의 벤치마킹은 대단히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칼라를 대하는 기준에는 좀 미흡한 점이 있다. 원본 이미지와 디카로 담는 이미지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출력기는 어떤 것을 쓰는 것인가?


*  코닥 – 컬러의 기준점


현재 잉크젯에서 세계 1위의 업체는 HP이다. HP의 잉크젯은 엡손을 눌렀다. 아마도 엡손의 잉크젯 기술이 HP보다는 아직도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다. 어찌되었든 HP잉크젯 이야기는 코닥의 카리스마를 설명하기 위해 나왔다.

HP가 데스크 젯을 Launch하고 아직 엡손과 혈전을 벌일 당시 상당기간동안 프린터의 왼쪽에는 투명한 스티커가 붙었다. 그 스티커에는 커다란 코닥 로고 아래 이렇게 써 있었다.

‘Kodak color technology inside’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HP도 그 누구도 Kodak의 컬러 이미징 기술을 존경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다 많이 팔기 위해서 그들의 제품에 코닥의 기술에, 브랜드에 기대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엡손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무렵, 코닥의 스티커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개인용 시장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형 실사프린터 시장에서 수 많은 경쟁사, HP,세이코SII,엡손,무토 등등이 있지만 코닥의 잉크젯은 그 품질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만 이 시장에서 HP는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고, 많은 Share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아직도 주말에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찌그러지고 있는 코닥을 본다. 쇼핑은 대부분의 남자에겐 고역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거의 가전코너에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것은 LG DVDP에 아직도 “Kodak Picture CD enable” 이라는 마크가 있다. 그 어느 누구가 이 로고에 집착할 것인가? 코닥은 디지털 시대에서 지고 있다. 그 가장 험난한 시장이 우리나라 이다.


*  세계 3대 렌즈

세계 3대 렌즈로 슈나이더, 칼 짜이쯔, 그리고 로덴스톡을 꼽는다. 가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로덴스톡 대신에 펜탁스나 라이카를 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그냥 생각이 깊지 못한 호사가의 ‘설’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다. 펜탁스의 SMC렌즈는 초박막 다층 코팅 기술이다. 질도 좋고 가벼웠다.

펜탁스 브랜드 자체가 제품에서 소형, 경량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렌즈의 개발이 이루어 졌다. 펜탁스 렌즈들은 질이 좋고 가볍다. 그리고 화사하고 부드러워서 인물사진에 잘 맞는다. 말하자면 콘트라스트와 디테일이 강한 니콘과는 반대의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펜탁스 SMC가 세계 최고의 렌즈는 아니다. 그러나 펜탁스의 품질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반도체 웨이퍼 노광장비들의 렌즈가 칼짜이쯔나 슈나이더에서 펜탁스로 바뀌어 간다. 그것은 캐논의 렌즈들에도 같은 점을 시사한다.

가끔 공중파에서 우리가 낯익은 제품들이 주인공들과 함께 출연하여 간접 광고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PPL이라 부르는데, 영화에서의 PPL은 많은 예가 있다. 고질라에서 나온 사조 참치캔 같은 것도 그런 예이다. 수퍼맨을 기억하는가? 수퍼맨 클라크(?)와 여기자 로이서가 신문사에서 둘이 사진을 찍는다. 물론 조역인 사진기자가 삼각대에 사진기를 올리고 타이머로 찍는다. 그 카메라가 펜탁스이다. 나는 기억한다. 그 어릴때의 눈에도 잠깐 지나가는 그 장면이 기억난다.

카메라의 PPL은 많이 있겠지만 코닥 디지털 카메라가 극명하게 나온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다. 여기서 숙주가 되는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구로 코닥 디카 DC260이 나온다. 범인들은 주인공의 협박용으로 코닥  DC260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때만 해도 디카의 선택은 코닥이냐 아니냐의 두 가지 선택 밖에는 없었다.


*  라이카 렌즈?

라이카는 레인지 파인더 35밀리 카메라의 표준을 만든 독일광학의 결정체이다. 우리는 흔히 니콘, 캐논류의 일본계 메이커에 대비한 1류의 메이커로 독일의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 3개 회사를 든다. 라이카가 존경받는 이유는 현대35밀리 카메라의 표준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라이카는 일류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롤라이, 콘탁스는 좀 귀했다. 캐논의 흰색 L렌즈, 니콘의 ED렌즈 시커먼 대포를 쓰는 사람들도 라이카나 콘탁스에 단 촛점 렌즈를 달랑 달고 나가도 감히 라이카, 콘탁스를 쓴다는 것에 대해 기가 죽었다. 사진의 현장에서 흔히 가장 사진을 못 찍는 사람이 니콘 F3, F801을 쓰는 사람이었다. 여기에 35-70 번들 렌즈라도 달고 있는 사람은 딱이다. 그 사람은 십중팔구 피사계 심도의 개념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일 경우가 많았다.

라이카의 명성은 콘탁스와 롤라이에 비해 과장된 부분이 있다. 언젠가 라이카가 미놀타의 노출시스템을 받아들여 제품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광학기기 메커니즘에선 라이카가, 노출계통에서는 미놀타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토록 인정받던 미놀타의 노출 시스템도 한국의 소비자에겐 그냥 일본업체 2류 미놀타 이미지에 희석될 뿐 1류 라이카와 2류 미놀타를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얼마 전 콘탁스의 디카를 써본 적이 있다. 가격은 약 300달러 정도.. 콘탁스답게 대단히 간결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쥐 콩알만한 액정에 눈부신 휘도와 해상도의 LCD였다. 렌즈는 물론 슈나이더 내지, 칼 짜이쯔였다. 콘탁스가 만든 디카? 나도 궁금해서 한번 써보았다. 아마도 그 콘탁스는 교세라가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일본의 3대 소재업체로 TDK, 교세라등을 꼽는데, 이제 일본에서도 더 이상 쿄세라 브랜드의 디카는 볼 수 없다. 산요전기 처럼 자사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그 분야에서1류가 되면 된다.

라이카를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라이카가 유명한 이유는 그 렌즈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디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런 라이카에 렌즈를 공급하던 업체가 슈나이더, 칼 짜이쯔였다.

즉, 라이카, 롤라이, 콘탁스의 명성은 곧 슈나이더와 칼 짜이쯔의 명성을 등에 업은 그 이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 이다.


* 소니 – 라이카 바리오 테사 렌즈


나의 동료는 칼 짜이쯔가 독일 공장에서 60년대에 마지막으로 생산한 테사 렌즈를 사용한 롤라이를 가지고 있다. 이 렌즈는 묘하다. 2군 4매의 초간단 구조의 렌즈이다. 하지만 화질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나중에 칼 짜이쯔는 독일에서 싱가포르로 공장을 옮긴다.

현재의 디카의 대부분은 일본산, 중국산, 동남아산 이다. 모두 같은 회사의 공장에서 나온 것이지만 왠지 우리는 일본산 쪽으로 손이 간다. 일본산이 오리지널이라고 본다면, 슈나이더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줌렌즈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경통이 회전하면서 줌이 이루어 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줌 영역에서 복잡한 색수차, 코마 수차에 대응하게 위해 약 12-16매정도의 렌즈를 쓰게 된다. 대부분 구면경이지만 수차의 보정을 위해 적어도 2매 이상의 비구면 렌즈가 삽입된다.

반도체 노광장비에 이어 렌즈의 질을 판가름하는 극단적인 예로 천체 망원경을 들 수 있다. 천체 망원경에서 눈에 가까운 부분을 Eye- piece라고 하는데, 2군 4매(1대 3) 이상의 조합으로 좋은 화질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ortho-scopic이라는 방식이고2군  2매의 간단한 렌즈로 화질 저하를 감수하는 방식이 Heigen 방식인데, 하이겐에서 렌즈 하나를 비구면내지는 이중 곡면을 써서 렌즈를 가공하면 ortho-scopic에 근접하는 화질을 얻을 수 있다.

카메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바리오 테사는 간결한 렌즈로 낼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의 상징이다. 바리오 테사가 칼 짜이쯔의 렌즈인 덕에 소니에서는 바리오 테사를 이용한 명함크기의 디카 개발이 원활히 이루어 졌다. 어쩌면 렌즈가 구동중 돌출되지 않는 바리오 테사는 크기가 작아야 하는 스타일리쉬 디카에 가장 잘 맟는 렌즈인지도 모른다.


* 슈나이더 vs 칼 짜이쯔 vs 캐논

렌즈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대단히 테크니컬 한 이야기로 천일야화를 쓸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는 마케팅적인 측면만 간략히 짚고 넘어가겠다. 칼 짜이쯔는 약 130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의 렌즈 생산업체이다. 라이카를 비롯한 다른 고급 카메라 업체에 렌즈를 납품하면서 일약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다.

2차대전까지 종군기자의 대부분은 독일산 카메라를 선호하였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로 쓸만한 카메라가 일본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산으로의 다운 그레이드를 시도 하였다. 적어도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에서 라이카의 기술을 일본메이커는 따라갈 수가 없었고, 일본 메이커는 일안 리플렉스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다.

라이카와 니콘, 캐논의 승패가 여기서 결정된다. 노광계와 파인더 계의 이중 광학계를 지닌 range-finder 방식보다 둘을 하나로 합친 Single eye reflex (우리가 흔히 말하는 SLR) 방식이 훨씬 이상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에 렌즈의 질이야 어찌되었든 SLR에 치중한 일본 메이커가 승기를 잡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광학적 성과를 지녔어도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라이카와 콘탁스, 롤라이의 3대 거물은 역사의 뒤안길로 침몰하게 된다. 침몰하는 와중에 키에프 콘탁스 3 같은 모델은 1000만대 이상이 팔려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카메라의 기록을 갖게 된다.

1950년 한국전쟁은 일본 카메라들을 이용한 서양 종군기자들의 활약 속에 세계 1류로 올라서고 일본은 바디 기술을 발전 시키는 방향으로 세계 광학계의 메이저리티로 등장하게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내수의 시장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고 독일과 비슷한 기능장 문화가 살아있어서, 제조업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 승기를 잡은 일본계 광학업체는 아직까지 승기를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캐논은 니콘과 다른길을 간다. 니콘이 바디의 기능에 충실한 반면 캐논은 독일산 렌즈의 품질을 따라가고자 20년을 F-1 하나로 버텼다. 최고의 렌즈 기술을 확보한 후에야 바디로 돌아왔다. 캐논이 바디로 돌아오자 니콘이 설 땅마저 좁아지게 되었다. 라이카에 노출계를 공급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던 AF와 바디의 선구자 미놀타는 이미 사라졌다. 디카의 고급품을 지향하던 올림푸스는 소니의 이미지에 잡혀 먹혔다.

일본에서는 캐논,니콘,후지,올림푸스,미놀타 이외에도 치논(나중에 코닥에 인수), 비비타, 야시카, 후지논(후지필름),교세라니, 하마마쓰, 켄코, 호야, 타쿠마,타무론,토키나등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회사가 정교한 렌즈를 생산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명멸해온 수 많은 메이커들이 있었다. 그렇게 사라져간 대표적인 비운의 회사는 비비타와 치논이다.

일본산으로 세계 광학의 산업의 중심지가 급격히 옮겨가자 미국과 독일에서는 핵심기술을 가진 국가로써 완성품 제조를 너무 빨리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

* 슈나이더 vs 칼 짜이쯔 vs 캐논

렌즈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대단히 테크니컬 한 이야기로 천일야화를 쓸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는 마케팅적인 측면만 간략히 짚고 넘어가겠다. 칼 짜이쯔는 약 130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의 렌즈 생산업체이다. 라이카를 비롯한 다른 고급 카메라 업체에 렌즈를 납품하면서 일약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다.

2차대전까지 종군기자의 대부분은 독일산 카메라를 선호하였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로 쓸만한 카메라가 일본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산으로의 다운 그레이드를 시도 하였다. 적어도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에서 라이카의 기술을 일본메이커는 따라갈 수가 없었고, 일본 메이커는 일안 리플렉스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다.

라이카와 니콘, 캐논의 승패가 여기서 결정된다. 노광계와 파인더 계의 이중 광학계를 지닌 range-finder 방식보다 둘을 하나로 합친 Single eye reflex (우리가 흔히 말하는 SLR) 방식이 훨씬 이상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에 렌즈의 질이야 어찌되었든 SLR에 치중한 일본 메이커가 승기를 잡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광학적 성과를 지녔어도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라이카와 콘탁스, 롤라이의 3대 거물은 역사의 뒤안길로 침몰하게 된다. 침몰하는 와중에 키에프 콘탁스 3 같은 모델은 1000만대 이상이 팔려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카메라의 기록을 갖게 된다.

1950년 한국전쟁은 일본 카메라들을 이용한 서양 종군기자들의 활약 속에 세계 1류로 올라서고 일본은 바디 기술을 발전 시키는 방향으로 세계 광학계의 메이저리티로 등장하게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내수의 시장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고 독일과 비슷한 기능장 문화가 살아있어서, 제조업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 승기를 잡은 일본계 광학업체는 아직까지 승기를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캐논은 니콘과 다른길을 간다. 니콘이 바디의 기능에 충실한 반면 캐논은 독일산 렌즈의 품질을 따라가고자 20년을 F-1 하나로 버텼다. 최고의 렌즈 기술을 확보한 후에야 바디로 돌아왔다. 캐논이 바디로 돌아오자 니콘이 설 땅마저 좁아지게 되었다. 라이카에 노출계를 공급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던 AF와 바디의 선구자 미놀타는 이미 사라졌다. 디카의 고급품을 지향하던 올림푸스는 소니의 이미지에 잡혀 먹혔다.

일본에서는 캐논,니콘,후지,올림푸스,미놀타 이외에도 치논(나중에 코닥에 인수), 비비타, 야시카, 후지논(후지필름),교세라니, 하마마쓰, 켄코, 호야, 타쿠마,타무론,토키나등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회사가 정교한 렌즈를 생산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명멸해온 수 많은 메이커들이 있었다. 그렇게 사라져간 대표적인 비운의 회사는 비비타와 치논이다.

일본산으로 세계 광학의 산업의 중심지가 급격히 옮겨가자 미국과 독일에서는 핵심기술을 가진 국가로써 완성품 제조를 너무 빨리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론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독일 회사들은 나름대로 살 길을 찾기 시작하였다.

칼 짜이쯔의 렌즈군중에 카메라용 렌즈는 일부에 불과하다. 산업용 렌즈가 부가가치도 높고, 더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했다. 칼 짜이쯔는 두가지 생존전략을 택하였다. 그 첫번째는 소니와의 제휴이다.


* 소니 대 칼 짜이쯔

칼 짜이쯔가 글로벌 파트너로 소니를 택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둔감할지 모르지만, 방송용 캡처와 일부 프린팅 시장에서의 소니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우리는 거의 100% 소니 카메라로 찍은 방송을 보며, 병원에서 프린트 해주는 초음파 이미지의 거의 100%는 소니사의 제품이다.

소니는 정지영상 캡처에는 그리 노하우가 없었지만,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계나 프로젝터 / 프로젝션 계열에서는 세계적인 선두주자였다. 칼 짜이쯔가 해외 공장을 가동하면서 렌즈의 대량공급이 가능해지고, 소니 같은 많은 물량을 소화해 주는 회사와 전략적인 관계를 가져간다는 것은 칼 짜이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을 것이다. 그런 안정된 생산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확장 정책을 쓰게 된다.

두번째의 예를 확인해보자. 요즈음 안경을 하러 안경점에 가보면 의외로 칼 짜이쯔를 다루는 집이 많아 졌슴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로덴스톡의 렌즈를 쓰는 집도 생겼다. 여기서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칼 짜이쯔가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바탕으로 이제 대중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오리지널 독일산이 아닌 수 많은 라이센스의 판매를 의미하며, 칼 짜이쯔의 라이센스를 취득한 여러 회사가 또는 여러 나라의 공장에서 많은 량의 렌즈를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 칼 짜이쯔는 그 희소성을 잃어가는 중이다. 비슷한 예로는 피에르 가르댕을 들 수 있다. 한때 전세계 로열티 수입만 100억달러를 기록했다는 엄청난 확장전략을 구사했던 삐에르 가르댕이 지금까지 어떤 품질과 명성을 유지하는지 생각해보면 수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칼 짜이쯔가 너무나 대중화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칼 짜이쯔가 호야와 비슷한 시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다니….

렌즈를 좀 아는 사람들은 정말 좋은 렌즈는 NC연마기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렌즈는 마이스터(기능장)의 손끝에서 나온다고들 이야기 한다. 우리는 결과물을 보고 편견 또는 선호를 갖기 마련이지만, 대중화 된다는 것은 어쩐지 우려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칼 짜이쯔의 대중렌즈화가 맞는 길인지…. 명성을 돈과 너무 쉽게 바꾸는 것 이다. 그러나 칼 짜이쯔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렌즈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는 회사라기 보다는 브랜드를 팔아서 먹고 사는 라이카 같은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바이다. 롤라이,콘탁스,라이카가 변화하지 못하여 시장에서 사라졌듯이 명품으로 취급받던 칼 짜이쯔가 소니의 디카에 렌즈를 공급한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광학 수요에 일본계 렌즈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독일 업체의 필사적 노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약 20여년전부터 소니와 칼짜이쯔의 협력이 이루어 졌고, 드디어 2000년 두번째의 협력, 즉 슈나이더 크로이쯔나흐와 코닥이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다. 이후로 두 회사는 광학계의 1위 기술과 컬러 구현의 1인자가 만나서 디카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서 펜탁스는 바디와 렌즈의 기술에서의 우위로 합병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초경량 정밀 설계로 독자적인 모듈을 개발하여 전세계 메가픽셀 폰카 모듈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 기술과 특허, 삼성카메라

롤라이 vs 삼성

나는 우리나라에는 두가지 자랑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가 한글이요 다른 하나는 삼성이다. 이 두가지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위상을 대표한다. 둘 다 한국의 긍지이자 자부심이다. 가끔 나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꿈을 꿀때가 있다. 이 짧은 인생 애국하기도 바쁘다면 삼성전자에서 야근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삼성전자를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당신은 애국자라고 꼭 이야기해준다. 당신이 나의 자존심을 세워준다고..당신이 다니는 삼성 덕에 내가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을 더 자신있게 부각할 수 있다고… 물론 그런 존재는 삼성이 다는 아닐 것이다. LG에서 아리랑공구에 이르기까지 한국산 글로벌 플레이어는 모두 축복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2002년초에 중국에 갔을 때 노래방에 갔었는데 놀란 것 두가지는 10층이 넘는 빌딩에 수백개가 넘는 방이 전부 노래방이었다는 사실, 거기 아가씨가 층별로 일이백명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놀란 것은 룸마다 LG PDP가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PDP를 대표했던 LG도 자랑스러웠지만, 그 비싼걸 가져다 노래방에 거는 그들의 배포에 또 한번 놀랐다. 우리는 최소한 중국보단 나아야 하지 않은가?

얘기다 옆길로 샜는데, 어찌 되었건 삼성에는 몇 가지 실패사례가 있다. 삼성, 현대, LG의 빅딜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때는 90년대, 세 회사는 각기 전자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했고, 각기 비슷한 돈을 들여 비슷한 시기에 세 개의 미국회사를 인수한다.

삼성의 도전 – AST 인수

삼성이 원했던 것은 세계PC시장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도 80년대 초의 SPC-1000을 기억한다. 나를 컴퓨터의 세계로 인도했던 8비트 기종이었다. 삼성이 인수했던 회사는 미국의 AST였다. AST는 당시 IBM, HP, Compaq, Dell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었다. 미국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해서 그 전에 망했던 회사들은 부지기수 였다. Wang이 그랬고 Tandy, Atari,아직 숨은 쉬고 있지만 NCR같은 회사들이 그런 부류다. 삼성은 AST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원했다. 그러나 그 때 AST의 운명은 급속히 기울고 있었다. 미국은 넓은 나라이다. 유통망이 엄청나게 잘 발달되어있다. 유통전쟁에서 지면 미국시장에서는 살아남기 힘이든다. 삼성이 이후 AST 정상화에 쏟아부은 돈이 수억달러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AST, 삼성 모두 미국시장에서 버틸 수 없었고 모든 시장은 대만제 부품을 이용한 미국브랜드가 석권하게 되었다.

현대의 도전 – 맥스터인수

같은 시기 현대전자는 하드디스크의 거대업체 맥스터를 인수한다. 맥스터는 당시 매출기준으로 빅4 이내에 들었던 데다가 기술 또한 앞서있어서 사업 그 자체를 위해 인수할 만 했다. 처음엔 맥스터 정상화에 돈이 좀 드는 듯 하더니, 시게이트가 퀀텀을 인수하고, 점점 시장에서 살아남는 업체가 줄어들수록 입지가 좋아져서 나중엔 모기업의 현대전자의 생명연장의 꿈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으로 캐시플로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LG의 도전 – 제니스 인수

이제 LG를 보자. LG는 같은 기간 미국 제니스를 인수한다. 제니스 인수는 두가지 이유에서 이루어졌다. 하나는 북미에서 LG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과, 나머지는 미국식 HD TV표준은 거의 제니스가 제안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대부분의 특허권과 원천기술은 제니스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LG가 제니스를 인수하고 제니스는 북미에서의 경쟁자 RCA, 소니등에 밀려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거의 10여년간 LG전자는 세계 가전시장에서 LG브랜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1단계의 조치로 북미의 제니스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를 LG로 통합한다. 그리고 몇 년 후 제니스의 구식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번개마크를 넣어 제니스의 변경된 CI 로고를 발표한다. 그리고 또 몇 년 후 2004년, 한국의 HD TV 전송방식이 북미식으로 결정되면서 LG전자는 수십억불의 로열티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위치로 발돋움 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LG 전자의 미국식 HD TV 표준에 관한 로열티 비율이 매출액의 5% 정도로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퀄컴이 한국 CDMA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것 보다 훨씬 많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의 경우 코닥이 삼성 SDI에서 받는 로열티가 5%이다. 코닥으로써는 대단한 돈이다. 코닥이 앞으로 수십년간 생존하는데 문제가 없는 이유는 이러한 로열티 수입이 센서, LCD, CCD, OLED등 엄청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OLED 같은 경우 아직 삼성전자, LG-Philips LCD와 군소 업체와의 로열티 협상이 남아있다. 양산은 한국이 해도 돈은 코닥이 챙기는 것이다.코닥의 최악의 미래는 소비자용 시장을 잃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NCR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위의 세가지 사례는 같은 시기,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세 회사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이 게임에서 삼성은 처절한 실패, 현대는 절반의 성공, LG는 대성공을 거둔다. 이제 광학에 있어서 삼성의 행보를 살펴보자.


삼성 디지털 카메라 – 슈나이더 렌즈

삼성은 오래 전부터 사진시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삼성은 여러 계열사가 경쟁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 기회는 아그파에서 찾아온다.

아마 80년대 초반으로 당시 삼성계열사 한곳(기억에 아마 제일 모직…)에서 아그파와 대단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아그파필름의 국내 판권을 갖는 대신 필름제조의 일정부분의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다. 삼성은 필름을 개발하고자 정말 수억을 투자하여 라인을 짓는다. 그 공장에 삼성이 수십억 달러를 탕진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리고 삼성의 처절한 실패 후에 코닥의 위상은 훨씬 더 올라간다.

다급해진 삼성은 아그파 필름의 포장을 흰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꾸고 대대적 마케팅에 나서지만 시장에서의 효과는 미미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아그파의 몸부림은 끝이었다.

삼성항공은 미국 노드롭사의 F-5F일명 ‘제공호’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현재는 테크윈 이라는 이름으로 분사했지만 긴 기간동안 삼성항공으로 카메라 비즈니스를 해 왔다. 70년대 삼성에서 전략적인 제휴를 했던 회사는 미놀타였다. 하이매틱 SD를 기억하는가? 현재의 컴팩트 카메라의 원조 이면서 적당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그런 기종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CF와 카피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하이매틱 SD 이후로 삼성 미놀타가 야심적으로 발표한 것은 미놀타의 명기 X-300이었다. 이때가 1986년 무렵이었는데, 질도 좋았고 가격도 30만원대로 싼 편이어서 국내에 많은 수량이 보급되었다. 이후 X-700이 들어오고, AF시대의 알파 707, 807을 들여오면서 자사에 없는 SLR 군을 유지하게 된다.

삼성항공은 1980년대 미놀타 카메라를 라이센스 생산하면서 점차 기술을 축적한다. SF-A로 시작되는 삼성의 카메라는 삼성이 자체적인 모델을 출시 할 수 있슴을 보여주었다. 이 때 삼성이 주력한 기술은 렌즈의 절삭, 가공, 설계기술과 셔터 기술이었다. 두가지 기술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과 트랜스미션 기술과 같아서 삼성은 거의 10여년간 기술 축적에 힘썼다. 노출에 대한 기술은 많은 이미지 처리에 대한 DB화된 자료와 노하우가 필요해서 삼성이 일본 메이커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삼성이 주목한 것은 오히려 렌즈에 대한 기술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 삼성카메라는 비로소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다. 삼성항공은 카메라 생산에 안주하지 않고 현상, 인화기를 개발하여 현상시스템의 벤츠로 불리우는 코닥-노리츠의 아성에 도전하게 된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삼성A/S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잦은 고장에 시달렸다. 뒤집어 생각하면 고장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 자체가 도전해서 설계하였다는 뜻도 된다. 삼성의 현상기 시장진입은 실패로 끝났지만, 삼성이 사진 전반에 걸쳐 도전을 했다는 점을 그 자체를 높이 사고 싶다.

거의 2000년에 가까워 올 때 삼성이 드디어 독자모델 SLR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GX-1. 삼성렌즈를 쓰는 삼성마운트의 AF도 안되는 기종이었다. 세계기준으로 10년 이상의 기술차이가 났던 기종이다. 이 제품이 싸고 쓸만했지만, 역시 SLR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데모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이후 삼성은 롤라이를 인수하게 된다.


*  삼성 VS 롤라이

삼성의 롤라이 인수는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 졌을까? 롤라이는 프리미엄 SLR 상위 3사중 가장 빨리 기울어가는 회사였다. 삼성이 싼 값으로 롤라이를 인수한 것은 마치 LG가 특허와 기술의 확보를 위해  미국 제니스를 인수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더 다급한 입장에서 이루어 졌을 것이다

삼성이 256M D-Ram으로 일본메이커를 추월하고 이후 메모리 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때, 국내 언론의 주요 기사거리는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비율이었다. 요즈음 이런 기사를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은 삼성 자체가 반도체 장비까지 만드는 것은 비효율 적이라는 것을 이제야 기자들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제조에 있어서 웨이퍼 제조는 필수 이고, 웨이퍼 노광은 곧 광학기술이 필요함을 의미 했기 때문에 삼성은 유사시를 대비해서라도 기초 기술에 대한 노하우나 라이센스 확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 현재의 삼성제품의 광학계는 슈나이더와 칼 짜이쯔를 오간다. 그것은 국가적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면 무언가 시사하는 점이 있다. 물론 보급형 렌즈는 SHD에 머문다. Samsung High Definition의 약자인가?

필름 카메라를 생산하던 삼성항공은 소비자를 위한 디카 브랜드 육성을 위해 케녹스 브랜드를 Launch하고 사명도 삼성 테크윈으로 바꾸게 된다. ‘삼성기술이 승리한다!’ 참 좋은 이름이다. 코란도 “Korean Do well” 이후로 보는 코란도 아류의 좋은 작명이다. 디카를 만드는 삼성 테크윈은 롤라이의특허를십분활용한다. 롤라이에 렌즈를 공급하던 슈나이더의 라이센스를 싼값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SHD삼성렌즈를 만드는 사천공장 혹은 폴라렌즈를 만드는 삼양광학에 의뢰를 하여 렌즈를 생산한다. 그리고 슈나이더 로고를 붙인다.

가끔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의 본질가치가 무엇인지 가늠해볼 때가있다. 원산지를 보기도 하고 렌즈를 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코닥의 슈나이더 렌즈와 삼성의 슈나이더 렌즈는 다른 것이다. 코닥의 슈나이더는 독일산 오리지널이다. 삼성의 슈나이더는 한국산 라이센스 렌즈이다.

두번째 차이점은 같은 슈나이더 렌즈라도 그 등급에 따른 차이에 관한 문제이다. 짐작하다시피 같은 회사의 렌즈군도 여러가지 용도와 가격대별로 비싸거나 혹은 싼 것들이 있다. 단렌즈가 아닌 줌렌즈 들은 각 주밍 영역에서 비선형적으로 각 수차들이 변하게 된다. 이것들을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가 각 회사의 노하우이고 비전이다.

어느 회사가 어떤 화각과 초점거리, 밝기와 줌의 범위를 고려하여 렌즈를 설계할 때는 목표하는 수차와 컬러의 수치의 곡선을 각 영역에 맞추어 설계하게 된다. 렌즈 설계에 있어서 이상적인 렌즈는 하나로 요약된다. 화각 범위는 넓을수록, 밝기는 밝을 수록 좋다. 두개의 항목만 보더라도 길게 설계된 렌즈보다는 짧게 설계된 렌즈가 우수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 같은 구경에서 초점거리가 짧다면 넓은 화각을 가질 수 있다. 당연히 최대 조리개값인 F 수치도 밝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렌즈의 구현이 어려운 것은 공간과 렌즈의 두께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10군 14매의 렌즈를 보기도 하고, 2군 4매의 렌즈를 보기도 한다. 심한 경우 1장짜리 단촛점 렌즈를 보기도 한다. 10군 14매 정도의 렌즈는 일반적인 줌렌즈에서 흔히 구현된다. 각 렌즈는 각 줌의 범위에 따른 가장자리의 왜곡을 최소화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군 4매의 렌즈는 물론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역할을 적은 수의 렌즈가 맡게 되므로 줌의 범위에 따라, 초점을 맞추는 거리에 따라 왜곡의 편차가 크겠지만, 10군 14매 보다 뛰어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매수가 많은 렌즈들의 단점은 각 렌즈가 겹쳐지면서 생기는 렌즈 매질의 농도차에 따른 회절문제, 렌즈의 겹침에 있어서의 표면 연마 및 코팅문제, 투명도와 색상 재현 문제, 렌즈가 많아질수록 비례해서 많아지는 구면렌즈의 구면수차 문제, 렌즈 길이가 길어지면서 생기는 화각 문제, 중량증가에서 오는 AF 구동 속도 문제등 렌즈 매수가 많아지면서 야기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2군 4매 정도의 렌즈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훨씬 간단하지만, 또한 렌즈 자체가 가지는 수차들에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여러 함수가 가미된 비구면 가공이 필수로 필요하게 된다.

위의 예에서 10군 14매의 렌즈는 코닥 Z7590이 채택한 슈나이더 C-Variogon렌즈 이다. 또 2군 4매의 렌즈는 칼 짜이쯔의 테사 렌즈이다.

 

* 슈나이더 렌즈 이야기

렌즈에서 슈나이더와 칼 짜이쯔의 명성은 거의 독보적이다. 어느 누구도 캐논의 렌즈 기술이, 또는 제품이 독일산 렌즈를 따라잡았다고 이야기 하지 못한다. 그렇게 모든이들이 인정하는 렌즈가 바로 슈나이더와 칼 짜이쯔인 것이다.

불행히도 그것은 이미지일 뿐이다. 누구도 캐논 흰색 대포 L 렌즈가 코닥 DX7590에 달려있는 슈나이더 크로이쯔나흐 C 바리오곤 렌즈를 비교하려 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어차피 렌즈는 둘째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독자분들은 과연 어떤 렌즈에 익숙하실까? 금테 두른 니콘의 ED렌즈? 흰색 대포 캐논의 L렌즈? 펜탁스 SMC? 여기선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시는 캐논의 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겠다.

내가 써본 렌즈 중에는 뛰어난 단렌즈들이 많았다. 특히 사진을 찍는 대상이 정해져 있을 경우에는 단렌즈를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대는 줌렌즈의 시대이다. 전문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기동성과 넓은 범위의 촬영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  누가 최고의 기술을 가졌는가?


DSLR의 최고봉에는 코닥 14n, DSLR/c, DSLR/n 이 있다. 여기에 비교될 수 있는 기종은 캐논 EOS-1DS 가 있다. 사진에 있어서 아마추어에게는 무조건 캐논을 권한다. 바디의 성능과 신뢰도에서 코닥의 바디보다 한수 위다. 그럼 캐논이 최고인가?

두 사람이 같은 날 코닥의DSLR/n과 캐논 EOS-1DS를 사고 출사를 나갔다. 서로의 기종에 관심이 많은 둘은 촬영 중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마추어의 관심사인 유효 화소는 코닥이 약 1350만화소, 캐논이 1150만 화소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다. 코닥을 선택했던 유저는 코닥의 선택이 과연 옳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닥의 바디는 잔기능이 없다.

그러나 다음날 출력물을 얻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명암이 엇갈린다. 출력물을 본 후 캐논 유저는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바디의 차이가 아니라 이미지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저장하여 실제에 가까운 출력물을 얻을 수 있느냐에 관한 노하우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인화물을 원하는 사람은 코닥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바디의 특수한 기능을 원하거나 캐논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가 있는 고객은 캐논을 선택한다.

코닥DSLR/n 같은 경우 작가가 사진을 찍을 때 코닥 슬라이드의 어떤 제품의 느낌으로 찍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 (PC S/W에서 처리한다.) 즉, 코닥 엑타 25로 찍을 때 어떤 결과물을 예상할 수 있다면 카메라는 꼭 그것에 맞는 이미지를 저장한다. 바디 하나에서 자신이 프로에 경지에 오르면서 경험했던 모든 필름의 감각을 그대로 가져가서 작업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강력한 툴이 되는 이유는 많다. 유저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가진 채 디지털로 전환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색감에 대한 노하우가 없으면 따라갈 수가 없다.

이러한 컬러에 대한 노하우는 브로셔 스펙에 나오지 않는다. 아니 나온다. 삼성TV의 DNIe, 소니의 베가엔진 같은식이다. 코닥이 컬러 사이언스를 주장하지만 아마추어 시장에서는 그 진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인화물을 한번이라도 눈여겨 본 사람은 코닥 이외의 카메라를 선택하기 힘들다. 코닥의 보급형 디카가 캐논의 SLR보다 좋은 출력물을 낸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코닥DSLR/n의 진가는 출력물을 재현하는 기술에서 나타난다. 코닥에는 캡처된 데이터를 보정하여 보다 원본에 가깝게 표현하는 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이루어 진다. 디지털 이미지는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장점을 인화에 적용시키려면 기존의 포토샵 필터와 같은 원리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코닥의 프로그램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여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로의 작업이 가능하다.

 

*   코닥 Z 7590 이야기


코닥은 미국의 조지 이스트만이 세운 오래된 회사이다. 코닥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나는 가끔 사람들이 코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놀라곤 한다. 디지털 매니아인 내가 코닥쓰는 코닥 디카를 보고 나에게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 중에는 이런 것들이 많았다.

“곽태훈씨, 코닥 디카를 쓰네? 그거 좋아?”
“네 좋습니다.”
“아마 일본회사가 만든거라 좋을 거야, 일본에 대해선 내가 좀 아는데 회사가 어떻고, 일본사람들이 어떻고….”

나는 멍하니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코닥이 일본회사라니… 얼마전 일본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우길 때 우리나라에서 일본 브랜드의 불매운동을 벌인적이 있는데 데모대의 불매운동 일본 브랜드 리스트에 코닥이 있는 것을 보고 실소를 한적이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코닥에 대한 호기심조차 없었다. 노란색 코닥 현상소는 동네 어디든 있었고, 그걸 보고 자랐고 지금도 그렇다. 코닥은 더이상 새로운 회사도 아니었고 그저 필름을 만드는, 사진을 인화해 주는 회사였다. 코닥이 일본회사던 미국회사던 그것이 궁금하기엔 코닥은 너무 오래 우리 주위에 있어왔고 너무 오랫 동안 변하지 않는 이미지를 보여주어 왔다. 그런 코닥이 변한들 사람들에게 무슨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을까?

행인지 아닌지, 나는 캐논과 함께 코닥 디카를 쓰고 있고, 알면 알수록 하나의 진실, 즉 코닥의 빛과 그림자, 코닥의 희망과 한계를 보게 된다. 그것은 코닥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만큼 또한 그만큼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감각적인 시대에 코닥이라는 안정된 브랜드 이미지는 어떤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  디지털의 물결과 변화에 대비하는 회사들

한번 떠올려 보시라?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가 무엇인지.

디지털은 개인에게나 기업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나 자신도 발가락 하나 꼼지락거리기 귀찮은 탓에 모든 전자제품의 구매에 있어서 고려 대상 1순위는 리모콘이 얼마나 편해야 하는지였다. 1990년 62만 5천원의 거금을 들여 남대문 수입상가를 돌며 발품을 팔고 흥정끝에 구입한 Hitachi의 VT-S640 S-VHS 7헤드 비디오가 그렇게 편했던것은 리모콘에 조그셔틀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계를 사용할 동안 히타치사의 이미지는 아직도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일설에 따르면 북한의 김*일 아저씨도 히타치사의 제품 매니어란다. 싸서 그럴까? 아니면 “히다찌-일립” 의 어원이 우리나라말 ‘해돋이’에서 유래된 것을 아는 이유일까?

당시 IT 회사를 표방하던 어느 미국계 회사의 주요 교육프로그램의 주제는 ‘위기의식을 가지자-디지털이 몰려온다’ 였다.

가끔 나는 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찾아오는 코가 큰 아저씨들을 보고, 날아오는 메일을 보고, 그들의 문화와 제품을 보고 놀란다.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삼성전자를 동경한다. 나 자신은 비록 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내 회사와 같이 경쟁을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 디지털 시대- 변화의 물결

외국계 회사의 좋은점은 외국의 선진문물을 교육받을 교육의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그럴때 마다 나는 전율을 느낀다. 마치 1800년대 흑선이 일본에 나타나 개항을 이끌어 내는듯한 그런 기분을 느낀다. 나는 정체성을 지키고 싶은 일본이고, 회사는 나를 겁주는 선진 문물의 힘이다.

교육의 내용은 이랬다. 이제 디지털 시대에 예상치 않은 경쟁자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그들과 경쟁했을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계량화 해 보자고, 그리고 회사의 Cash  flow를 이해하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보는 그런 교육이었다. 하루의 교육으로 나는 회사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고 본사에서 왜 그런 교육을 말단사원인 나에게까지 시켜주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전율했다.

그들이 보여준 디지털의 세계는 새로운 경쟁의 세계였다.시뮬레이션에서 경쟁하는 경쟁자는 소니, 월트 디즈니와 같은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경쟁자들이었다. 우리회사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경쟁자와 시장에서 만나리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 때가 10년전의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깨닫게 된다. 아.. 그런것 때문에 두려웠었던 것이구나. 그리고 정말 두렵구나. 나는 오늘도 선진문물이 두렵다. 그리고 제발 삼성이던 LG던 글로벌 플레이어가 더 나와서 서구의, 일본의 회사들과 경쟁해 주기를 바란다.


*  무엇이 두려운가?

나는 지금 DX7590에 대하여, 캐논의 EOS20D를 통하여 보여지는 선도기업에 대해 쓰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교육은 미국 본사에서 컨설팅 회사에 수억(?)불을 들여서 전사원 교육용으로 기획한 교육이었다. 모든 것이 컬러 만화로 되어있고 가끔 네모 빈칸을 넣어 예상 숫자를 넣게 되어있고, 좀 어려운 숫자들은 그래프로 만들어져 선택해서 붙이면 되는 그런 놀이 같은 교육이었다.

나는 그런 서양문물의 쉬움이 두렵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고 내가 본사 직원으로써 해야 하는 마케팅 리포트에, 어쩌면 이렇게 분석적일까 싶은 복잡한 엑셀 시트가 두렵다. 그들은 정떨어질 만큼 쉽고, 분석적이고, 집요하다.

군에 있었을 때 미군과 같이 근무할 기회가 있었다. 영어로 알아듣지 못할 구호를 부르며 뛴다. 내용은 충분히 미국적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군가는 그야말로 무식한 노래인 군가 그 자체다. 두 부대가 아침 구보에서 지나치며 자연스런 경쟁의식을 가지게 된다. 저 양놈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 우리야 의무복무 3년이라 치고 저들은 무엇 때문에 여기 왔으며 무슨 생각으로 위계질서가 잡혀질까?

나는 가끔 역사를 읽다가 구한말 별기군이 되어 보기도 하고  6.25때의 백선엽 장군의 부대원이 되어 보기도 한다. 고종황제의 장례식에도 가보고, 전국 방방 곡곡에서 올라온 촌로들이 되어본다. 그리고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때로는 나의 삶의 본질이 할아버지의 삶과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두려움은 선진 문물에서 온다. 그 쉬움이 두렵다. 그 깊이가 두렵다.


* 코닥과 캐논이 디카 기술을 선도한다고?

코닥은 세계에서 디카를 처음 개발한 회사이다. 또 현재에도 미래 디카의 원형을 제시하는 회사이다. 코닥이 두려운 것은 디카를 이루는 모든 핵심 기술을 혼자서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산업계에서 휘두르는 영향력은 위로 가서 시장을 넓게 볼수록 뼈 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일례로 OLED 기술을 들 수 있다. 높은 휘도, 저 소비전력, 무지막지한 해상도, 빠른 응답속도를 자랑하는 OLED는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 필수로 탑재될 무서운 기술이다. TI(텍사스 인스투르먼트)가 DLP를 가지고 아직도 먹고 살고, 그 DLP에 힘겨운 경쟁을 할 수 있는 회사는 세이코 엡손 밖에 없다. 또, 이제는 아무도 디스플레이에서 DSTN을 이야기 하지 않듯이 이제 흑백 액정의 핸드폰에서 컬러TFT LCD 를 거쳐 이제 곧 OLED 핸드폰이 등장한다. OLED는 쉽게 말해 HD TV와 비슷한 장점을 가졌고, 소비전력에서 PDP와 반대가 되는 모바일 기기에 딱 맞는 그런 디스플레이다.

캐논은 대단한 회사이다. 캐논의 성능은 광고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를 보여주기 보다는 카메라의 안쪽의 전자장비, 렌즈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실제로 캐논의 DSLR들을 다루어 보면 그 성능에 감탄하게 된다. 그것은 보급형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재미있는 회사다 모든 사업부가 서로 경쟁한다. 일례로 광학기기를 보자. 삼성전자에선 핸드폰에 카메라를 달아서 제품을 만든다. 캠코더 사업부에서는 캠코더에 디카를 붙여서 판다. 진대제 장관의 성공을 이끌어 냈던 콤비 개념이다. 꼭 이안 리플렉스 처럼 생겨서 위의 구멍에서는 캠코더를 찍고 아래의 구멍에서는 디카를 찍는다.

삼성에서 디카를 만드는 회사는 따로 있다. 삼성 테크윈이라고 멋진 이름의 회사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삼성테크윈은 원래 사천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삼성항공이 모체이다. 삼성항공은 미국 노드롭사와 협력을 하여 F-5F 제공호를 만들던 회사이다. 지금도 삼성항공의 F-5F는 우리의 하늘을 지키고 있다.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원래부터 이상하게도 삼성항공에서 삼성 카메라를 생산해왔다. 그 삼성 테크윈은 지금 삼성전자와 경쟁한다. 최근에 나온 300만화소 삼성 디카폰과 겨뤄야 하고, 같은 삼성전자의 콤비 캠코더와 겨뤄야 한다. 행인지 아닌지, 참 안된 일은 삼성 테크윈의 모든 기술은 전자가 이미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오히려 실장기술에선 전자의 기술이 더 나아보인다. 한가지 더. 컬러에 대한 노하우는 전자가 더 많아 보인다. 그럼 테크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글로벌 플레이어의 하나인데….


* 삼성 이야기


삼성은 애국자다. 나는 우리시대의 애국자로 한글과 삼성전자를 꼽는다. 즉, 한글과 우리의 글로벌 플레이어 기업인과 직원을 꼽는다. 삼성은 하나의 기술을 놓고 부서와 계열사가 경쟁하는 구조를 지녔다.

우리가 그냥 삼성 브랜드를 보고 Yepp MP3 player를 살 때, 삼성블루텍의 MP3부서의 5명 남짓한 영업사원은 훨씬 많은 영업사원을 지니고 있는 아이리버 브랜드 레인콤사의 시장을 넘본다. 그와 동시에 삼성전자의 MP3 핸드폰에 공격을 받고 있고, 그 회사에서 나오는 홈시어터와 전자에서 나오는 콤보 제품은 서로 파브 브랜드로 시장에 팔린다. 아무도 파브의 기술이 삼성전자의 것인지, 삼성 블루텍의 것인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원천으로 들어가 보면 기술의 한계와 명암이 눈에 보인다. 이제 삼성전자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음향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분사시켰던 블루텍을 다시 인수한다.

삼성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선진기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는 증시를 보며 블루칩으로 삼성전자를 살까 삼성 SDI를 살까 고민 한다. LCD 라인에서 서로 다툼이 있었다. 전자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제 OLED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두 회사가 다 양산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두 회사에서 또는 한 회사에서 OLED를 대량 생산해서 엄청난 성공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 때 그 특허료는 누가 챙길까? 그것은 코닥이다. 참 이상하다. 곰이 재주를 부리고 돈은 엄한 놈덜이 번다. 그게 두렵다. 코닥은 로열티를 받음과 동시에 더 무서운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마치 한국에서 CDMA 단말기를 열심히 만들어서 캐나다의 퀄컴에 로열티와 지배력을 갖다 바치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그러나 삼성에도 기회는 있다. 어떤 기술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 때 양산에 들어가는 쪽은 양산특허가 점차로 증가하게 되어 종국에는 원천특허와 맞교환이 가능할 정도의 위력을 갖게 된다.

실지로 OLED만 보더라도 원천특허는 코닥이, 양산특허는 산요전기와 삼성 SDI가 가지고 있다. 삼성이 LG쪽보다 먼저 코닥과 OLED 생산 특허료 협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이런 특허의 힘에 이유가 있다.


카메라의 원천기술은 모두 코닥이 가지고 있다.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에서 기본이 되는 렌즈, 셔터, 조리개, 컬러, CCD, 인화, 모든 특허는 코닥이 다 가지고 있다. 원천 특허가 무서운 것은 로열티 이외에도 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라는 더 무서운 결과로 나타난다. 그것이 모든 카메라 업체의 고민이다.


* 디카 시장의 먹이사슬

디카 시장에는 먹이 사슬이 존재한다. 이는 곧 특허와 원천기술의 세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디카의 촬상 소자는 크게 C-Mos와 CCD 가 있다. C-MOS가 저전력으로 구동이 가능한 반면 컬러의 다이나믹 레인지와 S/N비는 CCD에 뒤진다. 즉 저전력이 필요한 모든 폰카에 유리하다.

반면 화질에서 유리한 CCD는 디카용 촬상소자로 쓰였다.

10년전 코닥 DSLR DCS 시리즈가 처음 나올 때 DSLR에서 코닥과 캐논의 힘은 대등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닥의 특허에 대한 지배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캐논이 모험을 한다. 촬상소자를 C-MOS 로 개발한 것이다.

C-MOS 또한 코닥이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지만 코닥은 일단 CCD에 집중했기 때문에 캐논은 코닥의 영향을 소니만큼 받지 않았다.

소니는 CCD 생산을 담당하므로써 캐논과 코닥을 제외한 모든 회사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올림푸스가 고급 디카로 시장을 키워 놓으면 그 시장에 소니가 진출하고 CCD 생산분을 올림푸스에 넘겨주지 않는 형태로 그 시장을 접수 하였다.

코닥은 물론 소니를 지배하여 CCD에 관한 한 소니를 산요전기 같은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였다.

올림푸스가 기댈 곳은 없었다. 올림푸스는 캐논에 붙을 수 없었다. 하드웨어, 센서 모두 캐논에 종속될 수 밖에 없었다. 소니에는 처참하게 당해왔다. 당연히 올림푸스의 선택은 코닥이었다. 코닥사 역시 하드웨어에는 기반이 약했다. 급한대로 아날로그 SLR을 만들던 일본의 치논을 인수해서 소니를 쿡쿡 찔러서 받아낸 CCD로 생산을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코닥은 하드웨어 파트너를 원했고 가장 기반이 약하고 하드웨어 기술은 뛰어난 올림푸스가 선택되었다. 그 외의 업체들,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랫단에 있던 아그파 게바트, 산요전기등은 줄줄이 코닥편으로 붙었다.

후지필름은 코닥의 CCD 지배력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허니컴 CCD라는 특수한 형태를 개발하였다. 센서의 화소를 두가지의 방식으로 나누는 방식인데, 코닥의 특허를 피해가는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소프트웨어를 거치지 않은 물리적 화질은 떨어진다.

삼성은 롤라이를 인수할 때 광학특허를 고려하였다. 브랜드로써 롤라이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이를 기반으로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렌즈를 라이센스 생산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소니가 칼짜이쯔 렌즈를 쓰고 삼성과 코닥이 슈나이더 렌즈를 쓰게 된 것은 삼성으로써는 대단한 행운을 잡은 것이다.

소니 – 칼 짜이쯔의 전략적 관계에 자극을 받은 슈나이더 크로이쯔나흐는 2002년도 경이었던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LS443을 시작으로 코닥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슈나이더가 칼 짜이쯔 보다 좀 더 렌즈회사로써 오래 버틴 것은 혹시 기술력이 더 나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조심성이 많은 매니아들은 삼성의 슈나이더와 코닥의 슈나이더가 어떻게 다른지 유추해 낼 수 있다. 코닥의 렌즈들은 바리오곤 렌즈, 즉 비구면 렌즈를 사용한 고급품이다. 실제로 독일에서 생산하여 모듈째 중국의 코닥 조립공장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삼성의 렌즈들은 사천의 삼성테크윈의 공장이나 삼양광학 폴라렌즈 공장에서 라이센스 생산된다.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중을 속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올림푸스는 전지현으로, 삼성은 그저”슈나이더”의 이름만 가지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역시 망할 수 밖에 없는 조합은 HP와 펜탁스 SMC렌즈의 조합이다. 마이너가 모이면 품질과는 별도로 2류의 이미지가 떠올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코니카 미놀타의 미래는 어둡다. 그것은 품질과는 별개의 문제다.

디카 시장의 먹이사슬을 분류하면 아래와 같다.

코닥 > 소니 > 올림푸스 > 산요전기

캐논

후지필름


*  코닥의 특허들

로열티는 돈 이외의 중요한 효과가 있다.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는 모든 DLP 프로젝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TI는 시장을 지배해서 얻는 득이 적지만, 완성품을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는 LG는 향후 디지털 TV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 매김 하게 될 것이다.

가령 미국식 디지털 TV의 원천특허를 가진LG가 유럽식 HD TV를 생산하고 싶을 때에도 문제는 한결 쉬워진다. 필립스 같은 회사와 크로스 라이센스를 맺고 TV를 생산하여 시장에서 필립스와의 경쟁에서 이기면 게임 끝이다. 원천특허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코닥의 원천 특허를 살펴 보도록 하자. 그러기 위하여 코닥의 브라우니 카메라와 레티네트 광학계, 레티나 렌즈를 살펴 보자. 코닥이 전문가용 카메라 생산을 포기하는 1960년대에 코닥은 모든 원천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즉, 모든 카메라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 채 전문가용 카메라에 대한 생산을 포기 하게 된다.

기껏해야 니콘, 캐논, 미놀타, 펜탁스를 가지고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었던 1980년대의 내가 아날로그 시절에 넘보지 못했던 아성이었던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 중에서 아직까지도 라이카를 최고로 치는 이유는 라이카가 코닥과 함께 35밀리 카메라의 표준을 세웠기 때문이다. 라이카의 명성 뒤에는 코닥과 미놀타와 슈나이더, 그리고 칼짜이쯔의 명성이 녹아있다.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는 보통의 일본제 카메라 보다 몇배는 비쌌다. 바디야 그렇다 치고라도, 그 렌즈들이 내는 색감은 일제 렌즈들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의 것들이었다. 지금의 슈나이더와 칼짜이쯔는 그런 메이커들에게 렌즈를 공급했고, 우리는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의 이름으로 슈나이더와 칼짜이쯔를 기억한다.

그리고 30년동안 칼짜이쯔는 대중화의 길을 걸어왔고, 슈나이더는 산업용 초정밀 렌즈에 주력해서 오늘에 이른다. 두 회사는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제휴를 원했다. 디카 시대에 다시금 렌즈의 중요성이 일반에게 각인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최고를 지향하던 슈나이더의 선택은 코닥이었다.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가 발표된 2002년의 포토키나에서 모든 사람들은 코닥의 선전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그렇게 되어 간다.

*  칼 짜이쯔의 선택


디지털의 물결은 광학업체의 매출을 전문분야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렌즈 설계가 주는 장점을 디지털은 소프트웨어 적으로 손쉽게 극복 할 수 있었고, 전통적 초정밀 광학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 했다.

산업재시장에서 고전하던 에서 대중화를 원했던 칼 짜이쯔의 선택은 소니였다. 사실 두 회사의 협력은 소니가 오랜기간 방송용 캠장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후 칼 짜이쯔는 이제 우리가 흔히 가는 안경점에서 호야와 경쟁할 정도의 브랜드가 되었다. 누가 그런 시대를 상상이나 했을까?

로덴스톡과 함께 두 회사가 세계 광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실로 엄청나다. 그것은 모든 캐논, 니콘, 펜탁스, 미놀타의 렌즈 설계 엔지니어의 꿈이다. 그 자리에 올림푸스는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런 구도를 아주 잘 이용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대표주자 삼성이다.

모든 삼성전자의 DLP 프로젝션에는 이미 일반화된 칼짜이쯔 렌즈가 들어간다. 라이센스 생산을 하는지, 오리지널을 받는지 모르겠다. 아마 싱가폴 공장에서 생산한 오리지널을 받는지 모르겠다. 삼성 테크윈은 나중에 롤라이를 인수한다. 그리고 보급형 슈나이더 렌즈를 라이센스 생산한다. 그 품질이나 실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삼성테크윈이 탑재하는 슈나이더 렌즈의 품질을….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개별 단품의 사용기의 이면의 산업구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  캐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캐논이 코닥을 물리칠 만한 배짱이 있었던 자신감이 되었던 일본의 엔지니어들에게는 본받을 만한 점이 있다. 지금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카를 독자개발 하겠다는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캐논의 선택은 옳았고, 바른길을 가고 있으며 본업을 넘어서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캐논은 디카나 복사기 같은 광학 소비재의 세계 일류기업인 것이다. 즉, 1위의 전략- 본질을 지키는 수성전략을 펴면 된다. 이미 현재의 승자는 캐논이다.

l        코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은 복잡하다. 출렁이며 내려가는 코닥의 주가가 이를 말해준다. 코닥은 규모를 줄이면 독자생존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코닥 자산의 한 축인 브랜드 가치는 날마다 떨어져 간다. 한때 세계 5대 브랜드였던 코닥이 지금은 세계 50위권으로 추락했다. 코닥은 유형 무형으로 돈을 잃고 있다.

코닥이 한국의 재벌 오너의 기업이었다면 가장 현명한 선택은 다른 회사에 회사를 파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코닥을 살 것인가?

산업재에서 시너지를 가장 크게 볼 곳은 HP이다. 프린팅 시장의 1위 업체와 센서와 컬러의 1위 기업의 결합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HP의 현금흐름과 미래는 좋지 않다. 컴팩을 인수한 후, 컴팩 브랜드는 소멸되고 있고 주력인 프린터 비즈니스는 삼성전자에 쫓기고 있으며 가장 큰 수익원인 잉크소모품에서도 수익성은 날로 줄고 있다.

디카에서는 패자가 되었고 노트북 시장에서는 들락날락 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계측기 부문은 애질런트로 분사시켜 버렸다. HP는 성장 모멘텀과 비즈니스가 필요하고 코닥은 그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불행히도 양사의 앞날은 밝지 않다.

엡손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문화적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계 회사가 일본회사를 인수하여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사고의 특성상 어렵다.

삼성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삼성이 코닥을 사게 된다면 특허 이외의 브랜드는 소멸할 것이다. 마치 롤라이의 경우와 같다. 삼성이 코닥을 사고 싶다면 그것은 가장 쉬운일이 될 것이다. 시간이 삼성의 편이기 때문이다. 코닥이 발버둥치며 값이 싸질 때, 다른 디카 업체들을 코닥편으로 굴비엮 듯 엮고서 늪으로 빠져들 때가 인수의 적기이다. 삼성은 코닥의 기술을 쪽쪽 빨아먹고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닥에게 아직도 희망은 있다. 원천기술은 독자생존의 보증수표가 된다. 세계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으므로 힘은 들겠지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몇 년간 코닥은 사운을 건 도박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출시될 P880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아마도 이제 코닥은 1위 캐논을 공격해야 할 시기에 다다를 것 같다. 그 시작은 역시 C-MOS 센서가 될 것이다.


*  삼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디카 시장에서 메이저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는 캐논, 코닥, 그리고 삼성이다. 마지막까지 버틸 회사는 소니, 다음이 후지필름이다. 가늘고 길게 갈 회사들은 원래 니치마켓이 주무대인 카시오, 펜탁스이다. 불행히도 이자리에 나머지 메이커가 설 자리는 없다. HP와 교세라, 콘탁스 같은 메이커는 이제 사라져 갈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삼성테크윈은 글로벌의 견제를 받기엔 많이 미약하다. 그러나 삼성 테크윈의 뒤에는 삼성 전자가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브랜드의 핵심역량을 모바일로 보고 MP3를 생산하던 블루텍이라는 분사 법인을 다시 합병한바 있다. 삼성 테크윈도 향후 결단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것은 블루텍의 합병과는 다르다. 블루텍의 경우엔 반도체라는 원천기술을 지원할 수 있었지만, 광학에서는 삼성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삼성은 테크윈의 엔지니어를 삼성의 디자인 연구소에서 교육하는 방법으로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추이를 볼 것이다. 단품으로써 1위권에 진입하기 전까지 케녹스를 버리고 삼성을 사용하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삼성이 코닥을 인수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면 그 이면에 프린팅 비즈니스가 있슴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세계 시장에서 잉크젯 3위, 흑백 레이저 2위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동시에 선두 HP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의 경쟁력은 대단해서 HP같이 수익모델이 취약한 회사는 점점 어려워 질 것이다.

삼성은 프린팅 비즈니스를 디카에 접목시킬 수 있는 내부의 시너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코닥을 보는 시각은 프린팅에서 좌우 될 것이다.

삼성이 코닥을 인수한다면 코닥이라는 브랜드는 사라져야 한다. 이미 디지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삼성은 아날로그 이미지의 코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코닥이라는 세계 50위권 (한때 5위권)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 회사는 따로 있지 않을까?

바디를 위한 기술을 위해서라면 코닥 보다 코니카 미놀타가 더 저렴한 매물일지 모른다. 그러나 코닥 만큼의 영양가는 없을 것이다.

 

*  LG-Kodak?

코닥의 유력한 인수자로 중국이나 대만 업체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정서상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LG는 어떤가?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확률은 삼성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재미가 있다.

LG는 미국의 제니스를 인수한 경험이 있다. 미국회사를 인수하여 운영해본 노하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제니스는 특허 창구 및 판매망의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코닥은 LG 에게 큰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엔 부정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LG는 Canon과 기술제휴로 아날로그 카메라를 생산했었다. 그러나 결국 사업을 접었다. 여기서도, 프린팅에서도 승자는 삼성이었다. LG 는 Optical에 재 진출 하는 것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LG에게 손쉬운 선택은 하이닉스의 인수가 될 것이다. 돈은 더 들어도, 보다 시너지 있는 포트폴리오가 나온다. 아무도 MP3의 최초 연구가 엠피맨 닷컴 이전에 LG에서 행해지고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포기한 것을 모른다. 10년이 안되어 애플이 MP3를 가지고 일어났고, LG는 아직도 블루 오션을 찾아 헤맨다.

반도체를 빼앗기고 텔레콤에서 고전하는 것이 국내의 정치적 변수라 가정하더라도 LG는 삼성을 넘어서야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용기를 내야 한다. 코닥이라도 집어 삼키고 광학계에서라도 1위 업체가 되어야 한다. 제니스와 코닥의 인수가 LG에게 어떤 득실이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캐논과 코닥의 등락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긴 글을 마칠까 한다. 경쟁사의 위기는 곧 자사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쓰러져 가는 코닥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유저로써, 그리고 시장을 보는 추적자로써…

 

* 캐논 VS  코닥

여기 외신에서 전해진 코닥과 캐논에 대한 내용을 좀 객관적으로 정리해 본다.

유명한 경영학자 게리 해멀은 그의 책 ‘꿀벌과 게릴라’에서 “20세기까지가 점진적 개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혁명의 시대” 라고 주장했다. 주어진 과업만 열심히 수행하는 성실한 ‘꿀벌’의 중요성은 사라지고,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게릴라’가 주인공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지도자는 창의적인 사상으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게리 해멀의 설명은 최근 코닥과 캐논의 등락에 정확히 적용된다. 2002년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 판매는 필름 카메라 판매를 앞질렀다. 일찍이 여타 산업을 정리하고 디카와 사무용 기기에 집중한 캐논은 디지털카메라 세계 점유율 17%를 차지한데 힘입어 일본 시가총액 최고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이에 반해 코닥은 필름산업의 쇠퇴와 경기부진, 테러위협 때문에2003년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내며 분투하고 있다.

게리 해멀의 논리대로라면 코닥은 성실한 꿀벌이었다. 코닥은 ‘사진’을 필름의 현상과 관련된 사업이라 정의하고 필름을 제조하고 인화지를 만드는 이른바‘화학산업’에 치중했다. 하지만 디카의 등장은 회사 매출의 70% 이상을 필름영역이 차지하는 코닥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대개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그들의 사업모델이 위협 받는 회사들은 변화에 적응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 휴대전화 회사였던 모토롤라가 1, 2년을 머뭇거리는 사이 노키아와 삼성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듯이 말이다. 코닥도 마찬가지다.

현 코닥의 상황을 요약하면, 경영진은 언젠가 사라질 캐시 플로우를 대체하기위해 필사적인데, 때로는 이러한 몸부림이 지나쳐 인수합병에 비싼 대가를 지불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일부 주주는 디지털 이미징 사업에 30억달러를 투자하려는 경영진의구상을 비난하며 회사규모와 매출은 줄더라도 메디컬 이미징사업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알짜회사로 남기를 바란다.

최근 코닥은 9억 8천만 달러에 캐나다의 이미징 솔루션 회사 클레오를 인수하였다. 30억 달러 지출 계획의 일부였을 것이다. 1998년 여름 5억 2천만 달러를 주고 인수한 3M/Imation의 의료사업부는 현재 코닥의 운명을 연장할 만큼의 몇배의 돈을 벌어주었다. 코닥이 인수한 왕컴퓨터의 이미징 사업부등 수 많은 인수 합병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모르겠다.

일단 외부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2003년 말 S&P는 코닥의 회사채 등급을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인 ‘BBB-’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유는 코닥의 인수합병 속도가 현금흐름 창출 속도를 능가해 단기적으로 총 부채 축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서다. 현재의 투자등급이 얼마까지 올랐는지 모르겠다.

월가는 일단 코닥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그러나
아직도 확실한 사세의 반전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한편, 코닥 최고경영진은 필름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코닥은 최근중국 최대 필름회사인 럭키필름의 지분 20%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매년 7% 이상씩 성장하는 중국, 인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국민소득이 높아져 사진 찍는 ‘행위’가 늘어난다고 해서, 이것이 모두 필름 매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종종 전통기술을 건너뛴다. 디지털 사진술이 더 싸지고 쉬워지면서, 많은 중국, 인도 소비자들은 필름을 뛰어넘어 곧바로 디지털 장비 구입대열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양상들이 개발도상국이건 선진국이건 극심한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경우,코닥의 럭키필름 인수건은 리스크가 큰 결정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캐논은 약1500만대의 디지털카메라 생산으로 많은 순익을 기록했다.

캐논의 성장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캐논은 90년대 중반부터 사무용 자동화기기와 디지털카메라를 기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PC 등 적자사업 및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1995년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미타라이 후지오의 과감한 개혁을 통해 불과 6년만에 7개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 미국, 유럽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면서 일본 장기 불황에도 꿋꿋이 견뎌낼 수 있었다. 현재 캐논은 광학기기하나로 소니와 함께 세계 디카 시장의 1위를 다투고 있으며 시가총액에서도 소니를 앞지르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맺으며


코닥의 전략에 대한 나의 느낌은 기존의 아날로그 자산을 최대한 이용하여 캐시를 마련하여 디지털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그를 위하여 최대한 아날로그에서의 수익창출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날로그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고 디지털에서 다음세기의 승부가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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