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스토리] 부모는 모르는 20대의 비밀

Updated on 2009-04-26 by

아직 어린 딸과 아들을 둔 두 아이의 아빠로써 이런 류의 글을 읽노라면 세상이 진정 무섭워집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정녕 없는 것일까요?
 
[리얼 스토리] 부모는 모르는 20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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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24시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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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백(20대의 90%가 백수)’ 시대, 취직한 사람이 ‘천연기념물’ 취급받는 요즘, 대다수 기성세대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며 20대를 위로한다. 하지만 과연 시대만이 문제일까.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 어려운 줄 아십니까?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20대들은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일이 없으며, 겁이 많아서 실패는 무진장 두려워하고, 무엇이든 보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으며, 눈은 높아서 자기가 하는 일도 주변의 현실도 모두 못마땅하고, 시시껄렁하고, 옛날 사람들처럼 고생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할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돈을 벌 수 있을까만 궁리합니다. 가장 혈기왕성해야 할 20대가 그런 식이니까 사회가 무기력해지고 경제가 침체해 불경기가 오는 것입니다.”    – 김형태 ‘너 외롭구나?’ 중


2004년 발간돼 현재까지 꾸준히 인기를 끄는 책 ‘너 외롭구나?’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김씨는 이 책에서 “20대는 직업만 없는 것이 아니라 싸가지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래도 희박하다”면서 “기나긴 삶의 행로에서 오랫동안 등불이 되어줄 지혜를 일러주는 어른도 없고, 철학과 전통문화를 전수해주는 은사도 없으며, 인성과 감성과 교양을 가르쳐주는 학교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오늘의 청춘들은 무섭고, 불안하고, 외롭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도 속이 터지기는 마찬가지다. 제 앞가림할 만큼 키워놓았으니 알아서 하겠지 하다가도 걱정이 앞선다. 한때 부모 없인 아무것도 못했던 아이들은 머리 좀 굵어지더니 입을 굳게 닫았다. 하루 종일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건 예사. 결국 대안은 TV나 허공을 떠도는 ‘카더라’ 통신이다. 정확한 정보일 리가 없다. 사실은 이렇거든요 하며 미더운 누군가가 곁에서 조근조근 얘기 좀 해줬으면 하는 맘 간절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어른들은 모르는 20대, 그들만의 이야기. 2009년 봄, 독자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20대 대학생의 공부와 연애, 놀이문화를 망라한 ‘미공개 X파일’을 공개한다.


꿈을 잃어버린 20대 4가지 대표적 초상


1 목표가 없다 ‘니트족’


‘떨어질 게 뻔한데…’ 취업 포기한 자발적 백수 급증


서울 K대학 졸업반인 손주영(가명·여·24)씨는 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대기업 20여곳에 서류를 냈지만 줄줄이 낙방했다. 무기력한 표정의 손씨는 “중소기업에 가면 친구들 보기에 부끄러울까 봐 대기업 원서를 쓴 것”이라면서 “애초에 부모님이 원해서 경영학과에 다녔을 뿐 흥미가 없었다”고 했다. 손씨의 아버지(57)는 “어떤 날은 취직 안 되면 시집이나 갈 거라고 빽빽 소리지르고, 또 어떤 날은 쇼핑몰 창업하게 돈 좀 달라고 하는 딸내미가 한심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도 안 통하고, 목표도 없는 딸을 지켜보려니 맥이 빠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취업을 포기하는 20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자발적 백수(스스로 구직을 포기한 사람)’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직업 훈련을 받거나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무리)’ 등 취업을 포기한 20대를 지칭하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지난 2월 통계청 조사 결과 ‘그냥 쉬었다’는 20대 인구는 30만9000명에 이른다. 이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며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쉬었음’과 ‘실업’은 구직활동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적극적인 구직활동 없이 ‘백수’ 상태를 지속하는 경우는 ‘쉬었음’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쉬었음’에 해당하는 인구는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고 비경제활동 인구에 속한다.


지난 3월에는 대학생 딸이 취직 시험 준비를 독촉하는 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대학 4학년 이모(여·23)씨가 공무원시험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꾸짖은 어머니를 신고한 것. 이씨는 “어머니가 평소 ‘취업난’ ‘철밥통’ 등을 들먹이며 대학 생활 내내 공무원 시험 준비를 강요했다”며 “취업한 친구들과 비교해 자존심이 상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강동경찰서 측은 “어머니 A씨가 딸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타일렀을 뿐”이라면서 “A씨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한 것도 다 딸을 위하는 마음이었다’고 항변했다”고 전했다. 목표 없이 시작한 취업 준비가 빚은 촌극인 셈이다.


왜 한창 일할 20대들이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것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제프리 아넷은 20대를 ‘이머징 어덜트후드(emerging adulthood)’로 규정했다. 요즘 20대는 나이는 성인이지만 자아형성이 덜된 청소년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제프리 아넷은 “예전에는 청소년기에 자아에 대한 탐구나 정체성이 확립됐지만 요즘은 청년기에도 고민이 계속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성상 중·고등학생 때 ‘대학 진학’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가 정작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뒤늦게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2 잇단 좌절 ‘트라우마세대’


‘도전보다 안정’ 또는 ‘가난한 월급쟁이보다 차라리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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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20대를 ‘트라우마 세대’라고 명명했다. 중·고교 시절 외환위기를 맞아 부모의 실직과 부도를 간접 경험한 세대가 이번에는 금융 위기로 취업 대란에 직면한 것을 ‘트라우마(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다음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로 풀이한 것이다. 성장기와 사회 진출기에 연달아 사회적 좌절을 경험한 이들은 현실에 저항하기보다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현상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대학생에게 졸업 후 ‘희망직종’을 물었을 때 공무원은 인기 1위 직업이다. 강압적인 조직 문화나 잦은 야근도 없고, 무엇보다 정년이 보장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4년제 대학생 14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명중 1명(25.7%)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교 사무직도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교 직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서울대학교 출신에 토익 900점, 증권사에서 9년 동안 근무했다”면서 “퇴근 후에 대학원을 다닐 수 있어서 교직원을 희망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대기업 두 곳을 거쳐 경상남도의 한 사립대학에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김준호(가명·34)씨는 “사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만큼 업무에 대한 압박도 훨씬 덜하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조직의 말단 사원이 되기보다는 창업으로 사장이 되겠다는 20대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20대 남녀 6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3%가 ‘취업 대신 창업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가 40.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취업이 어려워서(28.8%)’ ‘하고 싶은 일이라서 (28.2%)’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프리랜서에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6개월 정도 회사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대학원에 입학한 윤민주(여·25)씨는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가 견디기 어려워서 회사를 그만뒀다”면서 “대학원을 졸업한 다음에도 회사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블로그를 통해 인지도를 쌓아 책을 출판하는 것이 윤씨의 목표다. 그는 “개인이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을 만드는 ‘블룩(blook·블로그 blog와 북 book의 합성어)’에 도전해 작가로 데뷔하겠다”고 말했다.


3 부모의존형 ‘캥거루족’


대학원·고시 핑계 부모 품안에… 취직도 어려운데 시집이나…


취업에 실패해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20대는 ‘캥거루족’으로 발전한다. 자립할 나이가 지나도 부모 곁에 머물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이다. 끝도 안 보이는 고시공부를 핑계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고시족’이나 대학원에 다니며 단순히 ‘가방끈’만 늘리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들의 주머니를 채우는건 대부분 부모의 몫이다. 서울 S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는 김민아(여·24)씨는 “요즘 대학원은 취직 실패자의 도피처나 다름없다”면서 “나이 서른이 다 된 동기들도 부모님께 학비를 받는다고 당연하게 말한다”고 했다.


졸업 후 1년 동안 ‘백수’로 지내던 이주영(가명·여·25)씨는 20여회의 소개팅 끝에 6개월 전 만난 10세 연상의 남성과 결혼날짜를 잡았다.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한 끝에 “좋은 남자 만나서 차라리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을 굳힌 이씨. 최소 다섯살에서 많게는 띠동갑까지 ‘결혼 적령기’ 남성만 골라 만났다. 또래나 연하를 만나면 결혼준비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첫째도 경제력, 둘째도 경제력이었어요. 제발 집에서 놀게만 해달라는 심정이었죠. 인턴으로 회사 생활을 두 달 정도 해봤는데 제 스타일이 아니더라고요. 말이 좋아서 골드미스지, 사회생활하기가 어디 쉽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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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듀오 홍보팀 김선아씨는 “20대 초반의 가입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빨리 가정을 꾸려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싶어하는 여성이 느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결과는 경제불황과 연관이 깊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듀오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배우자와의 나이 차’에 관한 조사에서 “다섯살 이상도 상관없다”는 응답이 2007년에 비해 10% 포인트 정도 늘어났다. 김씨는 “나이 차도 사랑으로 극복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대를 만나고 싶어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4 패배에 빠진 ‘루저세대’


엄친아·엄친딸이 나랑 무슨 상관!… 체념과 자조


우울한 20대의 심리를 반영해 패배자의 문화도 인기를 끌고 있다. 루저(Loser)문화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풍자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갖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기성세대에 저항하기보다는 체념하고 자조하는 루저문화가 20대의 정서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한다. 대졸자 2명 중 1명은 취업을 못하는 시대에 딱 맞는 문화 코드인 셈이다. 실제로 루저문화의 대표주자인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20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노래 ‘싸구려 커피’는 사실적인 언어로 백수의 일상을 그려 인기를 끌고 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 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중략) 제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나인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후략)’  –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중


루저문화의 반대 개념인 승자(勝者)문화는 이른바 ‘엄친아·엄친딸’로 대변된다. 엄친아는 ‘엄마 친구 아들’, 엄친딸은 ‘엄마 친구 딸’을 줄인 신조어다. 대개 부모들은 “내 친구 아들은 취직했다더라”는 식으로 은근히 자녀를 자극한다. 하지만 20대들은 분발하기는커녕 “세상에 잘난 사람은 모두 엄마 친구 아들·딸”이라고 비꼰다. 부러움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나와는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것이다.


‘20대 심리학’의 저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루저문화와 엄친아는 20대의 심리 상황을 반영한다”면서 “루저문화를 즐긴다고 해서 완전히 낙담하거나 포기한 것도 아니고 엄친아같은 잘난 사람을 막연히 동경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곽 교수는 “요즘 대다수 20대는 야심에 차 있지도, 성취욕이 강하지도 않다”면서 “기성세대들 입장에서 느긋해 보인다 해도 취업과 결혼 등에 있어 ‘적령기’라는 잣대를 들이대 다그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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