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강남 2.0시대

Updated on 2010-03-07 by

 `강남 스탠더드`가 한국을 바꾼다

교육·패션 얼리어답터·테스트마켓
강남2세대, 富와 소비의 주력 부상

강남의 위상.jpg

 티셔츠 한 장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멀티숍 ’10꼬르소꼬모(10 CORSO COMO)’.얼핏 보면 미술 갤러리 같은 가게다. 간판도 없다. 하지만 위치를 몰라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청담동에 자리잡고 있는 매장 숍마스터인 이명규씨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아무리 비싸도 하나밖에 없는 상품이라고 하면 바로 사 간다”며 “얌전하고 우아한 이미지보다는 트렌디하고 개성 강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강남은 압축 고도성장을 일궈낸 경제의 심장부다. 한국 특유의 역동성이 살아숨쉬는 공간답게 변화가 빠르고 사람과 기업들의 진 · 출입도 활발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보유하고 있는 증권 부동산 등의 자산 비중은 서울 전체의 40%를 넘나든다. 교육 1번지로 통하는 강남 학원가는 이제 학원 수강내용과 방식을 컨설팅해주는 ‘전문 학원’까지 배출했다. 반면 거대 도심의 하수구 역할을 하는 유흥가엔 술집 종업원들을 상대로 각종 심부름을 해주는 ‘해주세요’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강남을 바라보는 비(非)강남인들의 시선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사교육비와 집값 폭등의 진앙지로 지목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강남의 아파트와 교육을 선망하고 “언젠간 강남을 가리라”는 희망을 끌어안고 산다.

그랬던 강남이 이제 한 세대를 보내고 또 다른 성공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완공된 지 31년이 지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결정은 1969년 한남대교 완공-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입주로 본격화된 강남개발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강남 2세들’은 과거 강남역 사거리의 뉴욕제과 대신 청담동 커피숍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압구정동의 로데오길을 떠나 신사동의 가로수길을 누비고 있다. 청춘들의 유흥 집결지도 강남역 인근의 단코 줄리아나에서 역삼동의 헤븐이나 에덴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강남 스탠더드’를 좇아 새로운 비즈니스와 부가 몰려들지만 크라제버거가 롯데리아를,편집매장이 백화점 명품 매장을 밀어낸 것처럼 테스트마켓에서 얼리어답터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비즈니스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지난 30여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강남 진출을 시도했고 일부는 눈물과 좌절 속에 강남을 떠나가기도 했다. 진입에 성공한 이들은 ‘강남 멤버십’을 유지하기 위해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거나 새벽잠을 설쳐가며 가게 문을 여는 수고와 억척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은 2기 강남시대를 맞이해 강남이라는 거대 도심이 내뿜고 있는 도전과 기회의 에너지 속에 새롭게 움트고 있는 앞날의 변화를 짚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1. 절반이 `내 아파트`서 살아…청담·삼성동 전문직 비율 43%

(1) 뜨는 강남 지는 강남

요즘 강남사람 ‘표준’

  30~40대 가장(남성)이 자기 소유 아파트에서 배우자,학생 자녀들과 5년 이상 살고 있다. ‘ 서울 강남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다.

2009년 강남구청 조사에 따르면 강남구민의 절반 이상인 54.6%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는 2년 전(56.1%)에 비해선 약간 낮아진 수치다. 하지만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은 늘었다. 2009년 주택 점유형태 분석 결과 자기 집 비율은 49.9%로 절반에 달했다. 이는 2007년 41.9%에서 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최근 강남지역에서 재건축 등을 통해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남 사람들은 주로 자녀 때문에 강남 입성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강남구 거주 세대의 절반 이상(54.6%)이 자녀가 있다. 이는 2년 전 42%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그 중 절반 이상(61.9%)이 초 · 중 · 고 자녀다. 결국 30~40대 학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강남으로 이사를 왔다는 얘기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학생 자녀 가구원이 대치,개포권과 일원,수서권에 밀집돼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민의 직업은 전문직이 가장 많다. 2007년 조사에서 강남구민의 36.1%가 전문직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사무직(29.4%)과 서비스 판매직(22.5%)이 이었다. 의회,고위 임직원도 2.2%나 됐다. 지역별로는 청담,삼성동의 전문직 비율이 42.7%로 가장 높았다. 압구정과 대치동도 각각 41.8%,40.2%로 주민 10명 중 4명이 전문직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 구민 10명 중 6명이 대졸 이상 학력자다.

강남 청소년들의 고민도 달라졌다. 2년 전에는 ‘공부’에 대해 고민하는 비율이 높았지만,최근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다. 공부가 고민이란 학생은 46.9%에서 34.7%로 줄었고,진로로 고민하는 학생이 27.4%에서 33%로 늘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강남 변화 추이.jpg

 

2. `전통富村` 압구정, 신용카드 안긁어…”꼭 필요할때만 지갑 연다”

(1) 생태계가 바뀐다

‘신흥부자’ 도곡·대치·삼성  : 젊은 전문직 공격적 인재 테크   높은 교육열로 학원비 높아

한때 잘나갔던 방배동 :  은퇴자 많아 ‘실버타운화’  집값 덜 오르고 재테크 관심 적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남도 진입과 퇴출,번성과 쇠락이 교차하는 생태계다.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며,끊임없이 새롭고도 다양한 지도를 그려낸다. 한경 취재팀은 강남의 대표 주거지역인 △압구정동 △도곡 · 대치 · 삼성동 △방배동의 ‘생태계’를 통해 거주민들의 성향과 직종 등을 비교해봤다.

 강남야경.jpg

강남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다.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스카이라인을 보며 누구나 한번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저런 곳에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게다. 하지만 강남 내에도 부와 명성의 이동을 동반하는 질서 재편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최고 부촌 압구정동

압구정동 한양아파트(105㎡ · 32평)에 25년째 살고 있는 김모(여 · 63)씨는 월평균 600만원의 임대수익으로 생활하는 전형적인 ‘압구정동 부자’다. 몇해전 두 자녀들에게 강남의 아파트 한채씩을 해주고 분가시킨 뒤 50억원대 자산(부동산 포함)을 가지고 있다.

수백억대 자산가였던 그는 ‘부모의 유산’과 ‘절약정신’을 부를 축적한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부모에게 받은 것만 잘 지켜도 부자로 살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혼 전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할 정도로 엘리트였던 김씨(경기여고 졸업)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돈 잘버는 남편과 결혼했다”며 “하지만 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만 썼다”고 강조했다.

전통 부촌인 압구정동은 ‘여전히’ 강남구 최고의 부자동네다. 2009년 강남구청 통계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534만원으로 강남구 평균(480만원)을 훨씬 웃돈다. 특히 월평균 소득 1000만원 이상인 초고소득층의 비중이 5명 중 1명 꼴로 강남구 내에서 가장 높다. 김진기 국민은행 PB팀장은 “국민은행 기준으로 압구정동의 자산 예치금은 도곡 · 대치동의 1.8배에 달한다”며 “부동산을 제외하고 30~50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한 대표 부자들”이라고 말했다.

유산 상속형인 이들의 또다른 특징은 부동산 자산비중이 유난히 높다는 것.이연정 하나은행 PB센터 팀장은 “압구정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8대 2 수준”이라며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 100억 이상 빌딩자산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5%(25명)가 압구정동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동 부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띤다. 현금 자산을 여러 통장에 쪼개 투자하며,자신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은행의 PB들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간다. 어려운 시기를 경험한 60~70대가 많다보니 검소한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신흥 전문직 부촌…도곡 · 대치 · 삼성동

강북 구의동에서 살다가 1999년 자녀교육 때문에 대치동 선경아파트로 강남에 ‘진입’한 모대학 교수는 “압구정동엔 전통 부자들이 많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도곡 · 대치동과는 수준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이들 지역엔 교육을 통해서 성공한 전문직이 많기 때문에 나름대로 동질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첫째 딸(중매결혼)이 졸업한 경기여고 학부모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그는 “주로 대치동 선경,미도,우성 아파트와 삼성동 아이파크,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부모들이 참석한다”며 “아버지의 직업은 대부분 전문직”이라고 소개했다.

전문직 종사가 많은 대치 · 도곡 · 삼성동은 강남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평균 소득은 480만원으로 강남구 평균과 비슷하지만,전문직 종사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삼성동(27%)의 경우 월평균 527만원으로 압구정동에 뒤지지 않는다. 2007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 주민의 4명 중 1명(약25%)이 전문직이다. 이는 강남구 전체(20%)와 압구정동(22.4%)의 전문직 종사자 비율을 웃도는 수치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3개월간 강남 주요 9개동 거주자의 비씨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대치 · 도곡동의 학원비 사용액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학원비용 지출이 신용카드 이용상위 10개 업종에서 차지하는 순위는 대치동이 6위,도곡동이 9위를 기록,순위권에도 들지 못한 다른 지역과 차이를 보였다. 2007년 강남구청 통계에서도 고액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투자하는 곳은 단연 대치동이었다. 전체 주민의 11%가 월평균 2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쏟아부었고,32%가 월평균 100~200만원을 썼다. 반면 전통적인 부자들이 많은 압구정동은 전체 주민의 4%만이 200만원 이상을 월평균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과거 명성 잃어가는 방배동

600억원대 부동산 자산가인 유종우(남 · 62세)씨는 “더 이상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며 “방배동은 은퇴한 노인들이 조용히 살다가 생을 마감하기가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방배동 아파트(12세대)에는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 살고 있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은 단 한명도 없고,은퇴한 재단 이사장 중소기업 사장 등 자영업 종사자가 주를 이룬다.

방배동은 서래마을 등 고급 빌라촌이 밀집한 전통 부촌이다. 하지만 과거의 명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평이 많다. 송재원 신한은행 방배 PB센터 팀장은 “다른 강남 지역 집값은 10년전 대비 크게 상승했지만 방배동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배동은 강남의 주요 부촌들 중에서 3.3㎡당 매매가격이 2293만원으로 가장 낮다. 2003년까지만해도 압구정동(2069만원),반포동(1956만원),대치동(2292만원) 등 다른 부촌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6년 동안 두배가 채 오르지 않을 정도로 상승률이 낮았다.

때문에 방배동이 은퇴 노인들의 ‘강남 실버타운’으로 변모해갈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PB센터 팀장은 “방배동 거리에는 개를 끌고 산책하는 노인들이 중심인 ‘늙은 동네’가 됐다”며 “다음 세대로 부가 이전될 때는 부촌의 자리를 넘겨주게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고연령층이 많은 만늠 투자성향도 압구정,도곡 · 대치동과 비교해 가장 보수적인 편이다. 이제현 하나은행 방배 골드클럽 센터장은 “예금 이외에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 투자 비중이 매우 낮다”며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남 서초 업종.jpg

 성선화/강경민/최만수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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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데오 스타일` 사라진지 오래…패션은 가로수길·미용은 청담동

(1) 뜨는 강남 지는 강남

핫플레이스가 바뀐다
테마가 있으면 매출은 따라와
‘편집매장’ 신진 디자이너옷 한눈에
반포 고층아파트 입주민 20% 강남구·송파구에서 이동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네스카페’ 앞.사진 작가 조진환 씨(31)는 “운치있는 카페들이 많아서 옷 사진이 훨씬 예쁘게 나온다”며 여성모델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인터넷 의류쇼핑몰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그는 몇년 전부터 평일마다 이 거리에서 촬영을 한다. 반면 10여년전 한국 최고의 상권으로 불렸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며 예전같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

강남이라고 다 같은 강남이 아니다. 2~3년만 해외를 다녀와도 ‘노는 물’이 달라져있다. 2008년말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반포자이와 래미안 퍼스티지도 강남의 스카라라인을 큰 반경으로 바꿔놓았다. 김종학 반포1동 동장은 “입주 전까지는 이 동네가 공사장 같았지만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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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가로수길(오른쪽 사진)과 압구정동 로데오길은 지난 10년 사이에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린 지역이다. 가로수길은 명동의 패션숍들을 전략적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강남의 대표적 패션 ·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가로수길 자체가 명품”

최근 3년전부터 강남의 새로운 안테나 숍으로 급부상한 신사동 가로수길은 특유의 운치와 문화를 상업적으로 잘 결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여대생 이수영 씨(23)는 가끔 ‘커피빈’ 앞 테라스에서 햇볕을 쬐며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한다고 한다. 인근의 디자인소품매장 ‘북바인더스디자인’에 들러 학용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노트는 가장 저렴한 품목을 기준으로 한권에 4만원,연필 한자루는 5000원이다.

가로수길의 성공 비결은 뭘까. 상권 전문가들은 현대고등학교 맞은편에서 도산대로까지 700m를 직선으로 잇는 지리적 특성에 주목한다. 서울시 강남소상공인지원센터의 김민홍 상담사는 “직선라인은 상권이 형성되는 데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며 “서울에서 이 정도로 쭉 뻗은 길은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분위기의 가로수길 상점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집적효과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곳 상인들은 20년 전부터 ‘문화거리’를 겨냥해 남달리 공들여온 성과라고 말한다. 건물주들은 1990년대 명동에서 강남으로 이탈한 패션숍들을 적극 유치했고,골방이 딸린 옛날식 점포 구조는 과감하게 폐기했다. 로데오거리 건물주들이 비싼 월세만 고집하며 변화를 거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심문표 동방컨설팅 대표는 “사실 이곳은 가로수길만의 독특한 문화,트렌드가 아니면 외부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특별한 테마를 찾기 어려운 곳”이라며 “어느날 우연히 갑자기 뜬 상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유명 브랜드와 중저가 매장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3㎡(4평)짜리 수제악세사리점 ‘파머’를 창업한 성혜수 씨는 “명동을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고객들의 높은 소비성향을 감안해 가로수길에 점포를 냈다”고 말했다.

◆변화를 거부한 상권의 퇴락…로데오 거리

가로수길이 ‘뜨는 해’라면 로데오거리는 ‘지는 별’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씨(50 · 여)는 이제 더 이상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지않는다. 가게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별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가 지난해 초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해 한계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쉬었다.

로데오 거리 상인들은 전성기였던 IMF 직전과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중심부에 위치한 B의류매장의 경우 2000년대 중반 하루 200~300만원이었던 매출이 올 들어서는 100만원 아래에서 맴돈다. 이면도로 점포들은 사정은 더 좋지않다. 중저가 여성의류를 파는 C매장 대표는 “한 달에 며칠씩 공치는 날도 나온다”며 “최근 중국 · 일본인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매출에 큰 도움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로데오 퇴락의 주된 원인은 유동인구가 인근 상권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시네시티 극장과 도산공원 인근이 활성화되면서 20~30대 고객층이 옮겨갔다는 것.로데오거리가 변화의 노력 없이 압구정동의 후광에 안주하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은 가로수길과 청담동 등의 신흥 상권으로 급격하게 옮겨갔다. 서정헌 넥스트창업연구소장은 “기존 로데오상권중 미용은 청담,패션은 학동사거리 등으로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이범수 연세부동산컨설팅 CEO는 “지금 로데오길에 나와있는 상품들은 강남외의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포 스카이라인의 변모

서울 강북에서 반포대교를 타고 강남으로 넘어가다보면 거대한 ‘아파트 숲’을 만나게 된다.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외관 만큼이나 세련된 조경과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 2 · 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와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다. 총 5109세대로 2008년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두 단지는 최근 강남권의 신흥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남의 젊은 부유층을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반포자이에 사는 허남지 양(16)은 “예전에 살던 동네에선 PC방 밖에 갈 데가 없었는데 피트니스센터,목욕탕 등 어디든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서초구청의 입주자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입 세대의 20%가 강남 · 송파구에서 유입됐다. 이중 60여명은 강남구 타워팰리스에서 이사왔다. 연령대별로 보면 청소년인 10대가 40%(6081명),20~30대(5560명)가 36%에 달한다. 50~60대가 대다수인 압구정동과는 완전 딴판이다.

성선화/남윤선/이유정/최만수 기자 doo@hankyung.com

상기 글은 한경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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